정광호展 / CHEONGKWANGHO / 鄭廣鎬 / sculpture   2009_1127 ▶ 2010_0108

정광호_The Leaf 96180_copper wire with paint_180×180×1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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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2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연희동 프로젝트 YEONHUI-DONG PROJECTS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28-6번지 Tel. +82.2.324.1286 www.yhdprojects.com

조각이 가진 물리적 무게감을 털어버리고 한없이 가벼운 조각으로 변화된 정광호의 작품들은 그림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의 환영과 재료의 물성을 공존시킨 것이 특징이다. 정광호는 조각이라는 형태가 가지는 거대한 물성 위주의 작업특성에 자신만의 '가벼운' 의미를 대입시켜, 조각의 전통적인 범주를 뛰어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조각과 회화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하는 실험적이며 동시에 아름다운, 구리선이나 동선과 같이 실처럼 가는 철사를 잘라 조각조각 용접하여 만든 꽃잎, 나뭇잎, 항아리, 북어 등은 정광호의 대표적인 작품 이미지들이다. 이들 작업은 철사로 표현된 선(線)과 선 사이의 수많은 공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선은 「The Flower 꽃잎」이나 「The Leaf 나뭇잎」에서 식물의 생명을 지속하는 생태적인 흐름을 드러내고, 「The Pot 항아리」에서는 표면의 깨어진 금과 틈새를 연상시킨다. 나아가 이들 선 사이의 관통하는 부분들은 수 많은 공간을 만들어 낸다.

정광호_The Leaf 96180_copper wire with paint_180×180×10cm_2009 정광호_The Leaf 89205_copper wire_205×205×10cm_2008
정광호_The Pot 8490_copper wire_90×90×90cm_2008

이 공간들은 매우 가볍고 투명하기 때문에 멀리 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품이 놓인 공간의 공기와 색채를 모두 머금은 그의 작품은 매우 화려하게 공간을 압도한다. 요란한 색채나 세련된 기법이 아닌 보일 듯 말듯 이리저리 엉키어 철사줄과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히 놓여 있는 장인의, 옛 도공들의 땀이 어린듯한 섬세한 손 작업은, 꽃잎, 나뭇잎, 항아리 같이 친숙한 이미지들이 주는 편안함과, 그와는 모순적인 재료의 물질감은 물론, 그것이 만들어진 유기적이고 비정형적 형태가 모두 어우러져 그가 비(非)-조각적 조각이라 명명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보여지게 된다.

정광호_The Flower 89225_copper wire_225×225×10cm_2008 정광호_The Flower 89225_copper wire_225×225×10cm_2008_부분
정광호展_연희동 프로젝트_2009

비-조각적 조각이란 일단, 비-조각의 상태를 지향하는 조각이라는 말로 정의될 수 있다. 정광호는 조각을 조각 아닌 것들과 접촉시켜 조각임을 드러내고자 하는데, 그는 그 비-조각들 중에서도 회화와 조각이 면한 것에 관심이 있으며, 그것을 접촉 표면, 즉 피부라고 정의한다. 그 피부라는 것은 여기서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다. 즉 이질적인 것 사이의 경계 면의 의미이기도 하며, 정광호 자신의 작품이 보여주는 선으로 된 껍데기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정광호_The Bush 910127_copper wire_195×127×5cm_2009 정광호_The Landscape 910177_copper wire with paint_130×177×5cm_2009

정광호에 의하면 책이 잉크나 물질로 인쇄된 글자를 통해 의미가 전달되듯, 사물의 의미도 표면이나 피부를 통해서 전달 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그에게 있어서 표면은 현실의 전부이다. 내면과 외면의 구분이 없이 투명한 그의 표면은 형태를 피상적으로 관찰하여 모방한 기교가 아니라 내면의 정수가 그대로 드러나는 표피, 본질의 껍질인 것이다. 이는 정광호가 종종 인용하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기관없는 신체'의 개념과 상통한다. 다양한 욕망들이 무리 지어 서식하는 곳, 그 욕망에 따라 신체의 힘과 분포를 움직여 필요한 기관을 만들어 내는 곳, 어떤 기관도 고착되지 않는 순수한 잠재성의 상태, 잠재적인 에너지의 순수한 흐름 자체가 바로 기관 없는 신체이면서 정광호가 철사로 위장한 붓으로 보여주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 연희동 프로젝트

Vol.20091124j | 정광호展 / CHEONGKWANGHO / 鄭廣鎬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