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정체성-'유사' 혹은 '차이'

Identity of painting-'Resemblance' or 'Difference'展   2009_1124 ▶ 2009_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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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24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_이명훈_장재희_추숙화_육신건 책임기획_김옥렬 주관_현대미술연구소 아트스페이스펄

관람시간 / 10:00am~07:00pm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제1전시실 Tel. +82.53.661.3081~2 www.bongsanart.org

1. 이번 전시는 『회화의 정체성』전으로 세 번째 기획이다. 2001년 문화예술회관에서 『회화의 정체성-메모 하나』전을 김영세(Kim,Young-sae), 김희수(Kim,Hee-su), 정태경(Jung,Tae-kyung), 정미옥(Chung,Mi-ok) 작가의 전시로 열었고, 6년 만에 두 번째 기획을 2007년 엠제이갤러리(MJgallery)에서 『회화의 정체성 - 네 편의 메모』로 권기철(Kwon,Ki-chul)), 이명미(Lee,Myung-mi), 장숙경(Jang,Sook-kyung), 황우철(Hwang,Ou-chul) 작가의 참여로 전시가 되었다. 나는 『회화의 정체성』으로 첫 전시를 하면서 작가들과 전시에 참여한 관람자들과 네 번의 릴레이전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미술활동을 하면서 평면 속에서 분투하는 작가들을 통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회화적 세계에 머물게 하는지, 회화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평면에 대한 고민으로 자신의 작업적 성과를 모색하는 작가들과 네 번의 전시를 하면서 나름의 결론에 도달해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화의 정체성-'유사' 혹은 '차이'』전이 세 번째 전시고, 이제 마지막 남은 네 번째의 전시는 언제가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세 번째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모여서 '회화의 정체성'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매듭짓기 위한 세미나와 전시가 함께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 2.현대의 첨단 과학이 눈과 마음을 점점 편리한 생활로 길들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에 '회화의 정체성' 운운한다는 것이 진부한 발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원시시대를 거쳐 지금의 문명을 가지기까지 미술은 삶을 투영하는 가장 기본적이 예술 활동이었다. 그리고 미술에 있어 회화는 가장 순수한 시각예술의 형식으로 삶과 예술과의 간격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미술의 꽃이었고,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회화는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으로 미술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변하고 바뀌는 것이 참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관찰 역시 필요하다. 미술의 역사는 시대마다 수많은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놓은 예술혼의 흔적이고, 화가의 눈에 비친 삶과 꿈의 소산이다. 그렇기에 '회화의 정체성'은 바로 우리의 삶을 담아 벽 너머의 세계를 열어가는 무한히 열려있는 생생한 현장이자 꿈일 것이다. ● 이번 '회화의 정체성' 세 번째 기획인 『'유사' 혹은 '차이'』전에 있어서 '유사'와 '차이'의 의미는 그림에 담긴 '시-공간'에 관한 작가들의 관점과 해석을 이해하는 단서에 관한 것이다. 이를테면, 오리지날과 오리지날의 전제에 대한 미묘한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전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서로 서로 많은 영향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관계의 의미망을 화가는 시각적 언어가 갖는 '유사' 혹은 '차이'를 통해, 실재와 가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변화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회화라고 하는 그릇에 담아 놓는다. 회화라는 그릇에 담긴, 그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경험하는 역사와 문화의 '유사' 혹은 '차이'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이러한 회화에 담긴 시-공간의 의미는 사회 문화적 관계망 속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삶들, 그 속에서 발견되는 유사성과 차이의 투영일 것이다. 이 다양한 요소들 간의 차이는 창작과 창작 사이에서 발생하는 '유사' 혹은 '차이' 뿐 아니라, 창작과 감상 사이에서 발생되는 '유사'와 '차이'에 대한 미묘한 시각적 요소들이 어떻게 회화적 언어로 그려지는가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 ● 다양한 삶의 방식이 투영된 회화적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많은 질문을 던져 놓았다. 이를테면, 회화의 순수성이 무엇인지, 회화다운 회화는 무엇인지, 현대미술을 한다면 당연한 것처럼 평면을 버리고 입체나 오브제 혹은 미디어 아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러한 질문에 구체적인 해답을 찾아가기 위한 기획으로 '회화의 정체성'전을 기획 했었다. 평면 속에서 현대의 시대정신과 첨단과학을 이용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전히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서 인간의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격정(pathos)을 표현하거나 이성적인 특징이 강하게 부각된 에토스(Ethos)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화가들도 많다. 어쩌면 현대미술/현대미술가는 변화하는 감각의 최전선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일상을 미술이라는 언어로 보여주는 사람일 것이다. ● 이번 전시는 바로 이처럼, 여전히 평면 속에서 회화적 성과를 달성해가는 작가들을 통해 회화의 정체성이 무엇이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이러한 성찰을 위해 80년대 대구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작가인 이명훈, 장재희, 추숙화와 대구지역의 미술대학에 초빙교수로 와있는 중국작가인 육신건(Xinjian Lu)의 회화작품을 선택했다.

이명훈_선덕동 4055~2009번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3cm_2009
이명훈_선덕동 4056~2009번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3cm_2009

3. 이명훈은 꾸준한 창작활동으로 '선덕동'연작을 통해 다양한 필법과 회화적 영상으로 조형적양식의 변화를 만들어 왔다. 화가의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실천하며 살았던 한 화가의 초상을 떠 올리면 생각나는 화가중의 한명이 이명훈작가다. 그는 몇 달간의 노동으로 얻은 임금으로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리다가 그림을 그릴 재료가 떨어지면 다시 노동현장으로 달려갔다. 그의 그림은 노동으로 일군 땀이고 화가의 삶을 살기 위한 그 자신의 묵묵한 삶과의 대면이자 삶과 꿈을 함께 이루고자 노력하는 실천하는 화가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선덕동' 연작 중에서 양식화된 기호들의 화려한 색의 울림과 공간에 부유하는 듯한 상징적인 형상의 공간 구성 방식으로 전통의 이미지를 현대적 감수성으로 풀어가는 시공간적 관계를 보여 준다.

장재희_3-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4cm_2003
장재희_4-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4cm_2003

대학을 졸업한 90년대 젊은 열정을 창작활동으로 온몸을 불사르던 장재희에게서 다른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없을 만큼 그림에 푹 젖어 있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200호가 넘는 캔바스 사이를 오가며 작품 속에 풍덩 빠져있던 그녀의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찬 필치와 강열한 색채가 어떻게 완성될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작업실을 방문하곤 했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전시장에서 볼 수 없어 그녀의 창작에 대한 열정이 궁금해 행방을 찾아 나섰다. 그녀는 뜨겁고 깊은 열정에 스스로 녹아서인지, 10여년을 발표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작업실에는 마치 수많은 날들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 수백 장의 드로잉과 아기자기한 캔바스에 화려한 색 잔치를 펼쳐 놓았다. 작은 작업실에 빡빡하게 채워진 작품들 사이에 서서 긴 시간의 공백을 깨려는 듯 쑥스럽게 웃는 미소에도 많은 시간이 담겨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만, 작품의 변화가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우선은 그림이 작아졌고, 밝고 화려해 졌다. 이전의 흔적은 수백 장을 그려놓은 드로잉에서나 언뜻언뜻 엿볼 수 있었다. 활활 타오르던 열정이 긴 시간을 통해 그림 속에 녹아있는 삶과 만날 수 있었다.

추숙화_Diar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2×130.3cm_2009
추숙화_Blue hous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2×130.3cm_2009

화가에 대한 꿈을 안고 미술대학을 다니던 내게 군계일학으로 보였던 선배 중의 한명이 추숙화였다. 그녀는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왕성한 작업 활동으로 여러 전시에 참여했는데, 대학생이었던 내게는 단순히 유망한 젊은 작가가 아니라, 이미 유명한 작가로 보여 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림은 겹쳐지는 붓 터치로 당시 추상미술을 하는 작가들에게 행위과정이 축적된 힘을 보여주는 작가로서뿐 아니라, 짧은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훤칠한 외모에 단정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생김새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왕성한 활동으로 총망 받던 작가가 어느 날 미술현장에서 만날 수 없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작가 생활에 대한 단절이 길어질수록 미술현장에 복귀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런저런 재료를 다루며 손을 풀고 그림을 그리던 작가는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하고 있는 작품은 예전의 작품과 다른 방식으로 공간과 이미지의 관계를 구성하고 있다. 일상에 대한 사색을 미술의 언어로 상징화하거나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회화적 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육신건_City DNA-New Del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50cm_2009
육신건_City DNA-Groning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09

대구에 초빙교수로 있는 육신건(Xinjian Lu)은 이번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젊은 작가로 행위과정을 부각시키는 액션페인팅과 절제된 회화적 공간을 단순화한 선과 형태를 통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가는 회화적 접근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 정겨운 일상의 풍경이 스토리텔링처럼 화면 한가득 펼쳐지거나 한차례 격렬한 퍼포먼스를 통해 이룬 화면의 흔적과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흔적은 그 자신의 경험적 삶에서 피어난 서정적 향기가 도시환경 속에서 맑은 공기처럼 선명하고 환한 빛으로 절제된 미소와 호탕한 웃음으로 피어나는 듯하다. 마치 일기와도 같은 그림이 주는 공간의 접근과 단순하고 명쾌한 선적 효과를 통해 공간을 디자인하는 「도시DNA」에서는 그 자신의 조형적 감각에 스스로 도취한 듯 보이는 자신감마저 그림이 된다. ■ 김옥렬

Vol.20091123i | 회화의 정체성-'유사' 혹은 '차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