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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21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화요일 휴관
미공간봄_ARTSPACE BOM 강원도 춘천시 죽림동 189번지 브라운5번가 4119호 Tel. +82.33.255.7161 blog.naver.com/migong0308
고요히 눈을 감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 온 몸 구석구석 울림이 느껴질 때 비로소 울림은 하나의 아픔이 되고, 충분한 아픔은 '아우름'을 선사한다. 아우름, 스스로를 보듬어가는 과정.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외부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면 내 안의 울림을 스스로 느낄 때 다른 이의 울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는 공통된 작업소재... 나뭇잎과 나무, 특히 나뭇잎은 간단히 끼적거리는 그림에까지 아주 많이 등장했어요. 같은 소재가 반복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의미한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그 이유를 확실히 알기가 어려웠어요. 아직도 그 이유를 알아가려고 하는 중이지만 지금까지 제가 생각한 나무, 나뭇잎의 의미는 아마도 치유, 회생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제 자신에게 "너는 치유할 시간이 필요하고 회생의 계기가 필요해" 혹은, "너는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노력중이야. 회생하고 있어"라고 말했던 것은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20대 초반 너무나도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면서 스스로를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병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작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연령을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많이 힘들고 혼란스럽겠죠... 하지만 유난히 10대, 20대에 더욱 그러한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보듬는 법을 터득하지 못함에 따른 것은 아닐까요.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부족한 탓이죠. 외부의 소리를 듣는 일은 쉽지만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기란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렇기에 내면의 나와 대화하고 그 소통을 통해 외부와도 소통하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서 고양이의 귀를 소리를 낼 수 있는 흙피리로 표현한 것도 내면의 소리와 외부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어요.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듯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오직 자신뿐이죠. 저 또한 저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고, 미세한 울림을 감지하려 노력하는 중이고 그 공명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이렇듯 저는 지금 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놓여있습니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죠. 고양이가 가진 이미지, 그 외로움이 부러워요. 내 안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로워야한다고 생각해요. 고귀한 외로움. 자기실현을 위한 필수조건이 아닐까요. 작품 속 고양이는 각각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어요. 꼬리로 목을 둘둘 감고 있는 것은 자신을 옥죄는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 그 두려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목에 두른 꼬리가 오히려 나를 옥죌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그 울림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서서히 풀리는 꼬리. 언젠가는 온 몸을 풀어 시원스레 기지개를 켤 날도 있겠죠? ■ 지유선
2009년 10월 29일 월요일 ● 가 을 산 은 온 통 노 랗 고 빨 갛 다. 가 을 하 늘 은 유 독 파 랗 고 하 얗 다. 가 을 바 람 은 정 말 상 큼 하 고 시 원 하 다. 지유선의 작업실이 있는 춘천시 오탄으로 향하며 바쁜 일상 중에 모처럼 누리는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했다. 그리고 자연이 시시때때로 보여주는 아름다움 앞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자연은 삶의 치유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스 물 여 섯 ●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거침없이 연애도 해야 할 나이에 시골 작업실에 틀어박혀 도자기 작업에 열중 하는 작가 지유선은 나무와 풀이 벗이고 하늘과 시냇물이 멘토다. 실제로 나무면 나무, 풀이면 풀, 꽃이면 꽃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식물박사다. 자연에 익숙해 지기위해 소요된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보이는 작품들과 함께 스스로 치유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는 지유선에게 도대체 어떤 아픔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 또한 누구나 거치는 20대 초반에 내면의 혼돈 시기를 겪으면서 외부와 소통하지 않고 스스로를 외면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고 있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외부와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 이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 나아감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자연'이라는 익숙한 환경과 '소리'라는 감각적 도구를 이용해 타인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울림 그리고 울림 ●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지유선의 작품은 「울림」이라는 큰 주제 아래 세 가지 테마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명(共鳴)이다. 자연의 색을 입은 나이테 모양의 원형판 위에는 나뭇잎들의 그림자만 박혀있다. 공명의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의 느낌을 가볍고 부스러지기 쉬운 나뭇잎을 통해 표현했다. 두 번째 통로(通路)다. 고양이가 가진 외로움의 이미지가 부럽다고 하는 작가는 고양이의 목을 잔뜩 옥죈 꼬리가 풀어져 가는 과정을 성장작업화 해가면서 외부와의 대화와 소통으로 치유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양이는 커다랗고 큰 눈망울에 슬픔을 가득 안고 있다. 목은 온통 꼬리로 감겨 숨을 쉴 수조차 없을 만큼 답답한 지경이다. 감긴 꼬리를 조금씩 조금씩 풀어 가고 앞다리를 쭈욱 기지개를 편 듯한 자세의 고양이는 이제 막 새로운 곳으로 돋움질 해 가려는 모습 같기도 하다. 흙 피리를 접목하여 만든 나뭇잎 모양의 쫑긋 세운 귀는 내면의 소리와 외부의 소리를 이어주는 통로이고 수단이다. 세 번째 자기치유(self-soothing)다. 지극히 명상적인 이 작업은 오랜 시간 진공상태의 캡슐 안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었을 스스로가 깨어나는 과정을 설치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가장 잘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도자설치 ● 흔히 도자기는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실용성이나 심미성에 주요 초점을 맞춰 작업하기 일쑤다. 작가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철학이 작품에 100% 반영되기보다 어느 정도 상품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도자기 작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유선의 도자설치작업은 도자기 작업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이며 특별한 경험이다. 지유선은 이번에 첫 전시를 준비하며 작품 제작과정에서 수십 번 금이 가고 깨지고 하는 과정을 겪었다. 또한 전시디스플레이를 위해 하루는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썩은 통나무와 다래 넝쿨을 주워오고, 또 하루는 냇가에 나가 커다란 돌과 모래를 주워왔다. 캡슐을 쌓아올릴 철망이 낮다 높다 하며 다시 짜고, 고양이를 올릴 구름이 작다 크다 하며 며칠 밤낮을 설치한 것을 뒤엎고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한다. 전시를 함께 준비하며 지유선이 이번에 치룬 첫 전시가 그녀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되었으면 하는 못된 바램을 가져본다. 굳이 그 이유를 묻는다면 평생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야 할 가능성과 끈질긴 인내의 힘을 어렴풋이 보아서 하는 말이다. ■ 엄선미
Vol.20091122j | 지유선展 / JIYUSUN / 池裕善 / cera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