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작가-무명가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드립니다

정찬일展 / CHUNGCHANIL / 鄭燦逸 / video.performance   2009_1120 ▶ 2009_1126

정찬일_삼류작가-무명가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드립니다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1004c | 정찬일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9_1121_토요일_07:00pm

함께 만든이 아나킨 프로젝트(마승길, 홍샤인) 푼돈들(다크박, 데블스허, 로맨스조, 크라잉박) 배선웅(누가 진주(眞主)를 따 먹었나?)_성수양(디자인)

특별히 감사한 분 김경수_유창덕(양지이용원) 시민을 위한 '색소폰 월드 연주회'(www.saxophoneworld.co.kr)

도움을 주신 분 문승영_연영석_이강길_이인욱_이한주_전수현_최금수_허훈

「삼류작가-무명가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드립니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연일정 「총각, 사랑은 해 봤어?」-갈보 후원의 밤 2009_1121_토요일_07:00pm~09:00pm 옛정서 발굴 밴드 '푼돈들', '아나킨 프로젝트'

「요기가 어딘가?」 2009_1122_일요일_07:00pm~09:00pm 엠브이피_코스믹 코스터_피앤비_폴 어쿠스틱_어바날로그_디제이 아누_큐나인킴_록리

「정신줄놓고 뇌는 집에 놓고」 2009_1126_목요일_07:30pm~10:00pm 회기동 단편선_조충현밴드_치바사운드_야마가타 트윅스터

입장료_자유

요기가 표현 갤러리 EXPRESSION GALLERY YOGIGA 서울 마포구 합정동 412-1번지 세원빌딩 B1 Tel. +82.2.3141.2603 www.yogiga.com

누가 진주(眞主)를 따 먹었나? ● 내 이름은 배씨. 사람 찾아 주는 걸로 먹고 산다. 한때는 미자(美子)라는 은둔형 섹시걸을 찾아내어 업계의 핫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인기도 잠시, 몇 년 놀다가 최근에야 일이 하나 들어왔다. 허나, 오랜만임에도 영 내키지가 않는 찜찜한 의뢰였다. ● 전화가 걸려 온 건 어제 밤이었다. 미나(여친)와 동네 모텔에서 한창 채찍놀이에 몰두 하고 있을 때, 낡은 테이블 위의 내 폰이 부들부들 떨었다. 미나에 이어 내가 즐길 차례에 전화가 왔으므로 매우 불쾌했다. 난 오른 손의 채찍을 왼손으로 옮기고 부들대는 전화기를 잡아들었다. "사람 찾아주는 배씹니다." / "저, 혹시... 누가 진실을 말하는 지도 찾아주시나요?" / 난, 짜증이 확 밀려와서 채찍을 휙 던져 버렸다. 채찍은 미나의 통통한 엉덩이로 가서 찰싹 감겼다. / "진실이라면,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지. 난 사람만 찾아."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드린 겁니다. 여기 세 사람의 용의자가 있거든요. 서로 진주라는 애와 잤다고 하는데, 정말 진주와 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주셨으면 해서요." / "아, 글쎄, 난 싸돌아다니면서 한사람 찾는 전문이라고. 셋 중에 한명 찍는 건 내 전공이 아니라니까." / "큰 걸로 한 장 드리겠습니다." / "크, 큰걸로 한 장 이라구?" /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큰 거 한 장이란 말에 미나의 눈도 안드로메다의 별 wlstlf1818처럼 반짝였다.

정찬일_얌얌냠냠_HDV, 컬러, 16대9, 스테레오_00:01:34_음악-아나킨 프로젝트_2009

그간 오래 굶은 탓이다. 미나에게 사귀는 댓가로 명품과 해외여행을 약속한 나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액수였다.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가는 돈 좋아하는 미나에게 차일 게 뻔했다. 그닥 흥미가 가지 않는 일이었지만, 돈이 웬수라 일단 시작 해보기로 했다. ● 의뢰인은 그날 밤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까만 선글라스에 머리는 올백으로 넘기고 트렌치코트를 쳐 입고 나왔다. 철없는 미나는 내게 귓속말로 '저 아찌 넘 멋지다' 라고 했지만, 내 눈엔 올드패션으로만 보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주언발' 이라고 밝혔다. 언발은 내 낡은 소파에 잠들어 있는 먼지를 살짝 털어내고는 조심스럽게 앉았다. / "선생님 존함은 많이 들었습니다." / 나보고 선생님이라니 역시 재수 없는 녀석이다. / "정말 큰 거 한 장 줄거요?" / "그럼요, 선생님의 잔인함과 집요함을 아는데, 어찌 제가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 얼마 전 내가 저질렀던 만행을 어디선가 들은 모양이다. 사실 그건 완전히 실수였다. 난 돈 떼먹은 의뢰인에게 겁만 주려고 칼을 내리쳤는데, 그 놈이 피한답시고 그 칼을 손가락으로 맞이한 것이었다. 병원 가서 접합수술 하느라 의뢰비와 의료비를 '퉁'치고 말았다. 암튼 그 소문 덕에 언발이에게 돈을 떼이지는 않겠다. ● 돈 얘기에 흥분되는지 미나도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옷차림으로 검은 커피를 탁자에 내려놓고 있었다. 쟁반을 들고 돌아서는 미나의 엉덩이에 언발이의 시선이 꽂힌다. 내 손은 그 시선을 받아, 미나의 엉덩이를 툭 친다. 미나는 궁시렁대지만 언발이와 나는 묘한 유대감이 생겨 말을 섞기 시작한다. / "여친이 아름다우십니다." / "아름답다기보다 먹고픈 스타일이지." / 난 인터넷 게임을 하러 책상으로 돌아가는 미나의 꿀벅지를 끝까지 지켜본 후에야, 만나서 처음으로 언발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우선, 선글라스가 맘에 안 든다. / "그것 좀 벗으면 안 될까?" / "왜 불편하십니까?" / "난 사람 눈을 안 보면 대화가 안 돼서..." / 언발이는 약간 머뭇거리더니 선글라스를 벗었다. 순간 난 그가 왜 선글라스를 쓰는지 알 수 있었다. / "그냥 써." / "??" / "그냥 썬글라스 쓰라고." / 쓰나 안 쓰나 똑같다. 어차피 벗어도 그의 눈은 내 애매한 시력으로 가늠하기 힘든 아주 작은 눈이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직선 두 개가 그어져있다. 언발이는 불쾌한 표정 없이 다시 쓴다.

정찬일_홍콩할매귀신_HDV, 컬러, 16대9, 스테레오_00:03:09_음악-아나킨 프로젝트_2009

"그나저나 진주를 누가 따 먹었는지는 왜 궁금한거야?" / "제가 진주를 너무 사랑해서요." / "푸하하, 아저씨 짝사랑??" / 어느 틈에 미나가 게임 하다 말고 참견한다. / "아, 그렇죠...나 혼자 진주를 얻고 싶어 했으니까요. 진주는 늘 그 자리에 있었구요." / "푸하하..." 미나가 다시 웃는다. 내가 눈치를 주자, 미나는 살짝 삐친 표정으로 모니터로 얼굴을 돌린다. / "근데, 웬 놈이 진주를 먹었다? 언발이 당신이 몇 십년간 공들였던 그 진주를?" / "그렇지요...근데 한 놈이 아니고 두 놈과 한 년이 서로 자기가 진주와 동침했다고 주장합니다." / "이해가 안가는게 있어." / "??" / "그걸 알아서 뭐하게? 누가 진주랑 잤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해?" / "네, 중요합니다. 진주를 본 사람은 누구나 진주와 자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진주는 아무에게나 몸을 주지 않아요. 저도 예외는 아니어서 10여년 넘게 진주를 갈망했지요. 하지만, 진주는 좀처럼 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저 꿈속에서만 저를 허락해주었을 뿐입니다." / "진주가 그렇게 섹시해?" / "네, 배선생님도 보면 매료되실 겁니다." / "설마 미나보다 더 섹시해??" / 피식, 언발이가 웃는다. / "미나씨가 고추장아가씨라면 진주는 미스월드입니다." / 다행히 미나는 다시 게임에 빠졌는지 반응이 없다. / "나도 한번 보고 싶은데?" / "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 "진주라는 애는 자기가 누구와 잤는지 안 가르쳐 주는거야?" / "네, 그래서 이렇게 배선생님에게 찾아온 겁니다. 누가 진주와 잤는지 알아야 저도 진주와 잘 수 있습니다. 진주와 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주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진주를 가슴에 품었을 때의 느낌은 어떤 것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 "난 나 만나기 전에 미나가 어떤 놈이랑 채찍질을 했는지 알고 싶지 않던데." /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 차원? 좀 좋아지다가 다시 재수 없어지는 스타일이구만. ● 언발이의 마음이 급했으므로 난 언발이의 짙은 보라 색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미나를 떼어놓으려 했으나 결국 따라붙었다. 도대체 미나는 늘 도움이 안 된다. 침대에서만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울 뿐.

정찬일_힙합_HDV, 컬러, 16대9, 스테레오_00:01:27_음악-아나킨 프로젝트_2009

언발이의 집은 경기도에 있는 복층 전원주택이었다. 우리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사납게 생긴 도베르만이 마구 짖는다. 언발이가 도베르만에게 손짓한번 날려주자 녀석은 꼬리를 내리고 납작 엎드린다. 배씨는 이래서 개가 싫다. 고양이가 좋다. 말 안 듣는 게 자극적이고 매력적이다. 언발이의 집 거실은 별 특색 없었다. 낡은 소파가 중앙에 있었고, 개성 없는 풍경이 들어있는 액자가 벽에 붙어있고, 부엌 입구에는 해바리기 무늬 커텐이 드리워져 있었다. ● 미나와 나는 언발이의 소파에 앉았다. / "그 사람들 당신 집에 있는 거 아니었어?" / "물론 있습니다. 배선생님, 일단 차라도 한잔 하시겠어요?" / "지금 바로 봅시다. 그리고 그냥 배씨라 부르쇼, 배선생은 무슨, 내가 누구 가르쳐본 적도 없고." / 언발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소파 앞의 탁자를 한쪽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미나와 나는 생뚱맞은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탁자를 치우고 나니 거기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다. 굳이 거실 한 가운데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은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말없이 지하로 내려갔다. 언발이 앞서고, 그 뒤를 내가 따랐다. 지하는 미리 불을 켜 놓았는지 생각보다 밝았다. 미나는 아래에서 기다리는 언발과 나에게 미니스커트 속의 분홍팬티를 과감하게 보여주며 내려왔다. 지하는 생각보다 넓었다. 건물아래가 고스란히 지하실인 듯 했다. 언발의 안내로 우리는 짧은 통로를 지나 지하실의 한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나와 미나는 깜짝 놀랐다. ● 나, 배씨 별일을 다 겪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놀랐다. 지하실 벽에는 나체로 묶여진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있었다. 미나가 내손을 꼭 잡았다. 순간 배씨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연쇄 살인범쯤 되는 언발에게 우리가 유인당한 것인가? C.S.I 중독자인 미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손에 묻힌 미나의 손에서 땀이 진하게 베어 나왔다. 하지만, 다행히도 언발이는 미나와 나까지 묶으려 하진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진주와 잔 사람을 찾아 달라는 눈빛을 더욱 강하게 보냈다. 나는 다시 평정을 찾고, 벽에 매달려 있는 세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이름이 있었다. 맨 왼쪽 벽에 달려 있는 남자는 보통 체격에 눈썹이 짙었는데 송승훈이라 했고, 두 번째 성격 있어 보이는 몸짱 남자는 김종구라 했고, 세 번째 바비인형 같은 외모의 여자는 한재영이라 했다. / "왜 다 벗겨놓았어?" / "그냥, 재밌잖아요. 배선생님, 아니 배씨." / ● 언발은 구석의 작은 탁자로 가더니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 옆에 서 있는 미나를 손짓으로 부른다. 내가 불쾌한 눈으로 언발을 노려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미나를 손짓으로 부른다. 완전 쫄아 붙은 미나는 개성 없이 그 옆에 가서 앉는다. 에이, 이래서 일터에 여자 데려오면 안 된다. 내 맘을 알아챘는지, 언발이가 한마디 한다. / "신경 쓰지 마시고, 이제부터 작업하시죠. 필요한 장비 있으면 말씀 하시구요." / "난 장비 필요 없어, 늘 심리로 풀어내거든, 난" / "좋으실대로" / 끄응...언발이는 홈이라고 너무 거들먹거린다. 성질 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기도 좀 쪽팔린다. 갑자기 언발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지하실 구석에 있던 채찍을 공중에 휘두른다.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 "아, 진짜 채찍이야, 진짜" / 미나가 지하로 내려와서 처음 말을 내뱉는다. 암튼 채찍 소리가 나니 늘어져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난 전문가니까 속일 생각하지 마라, 난 경력이 많은 꾼이다. 등등의 말을 주워 삼킨다. 그들은 언발이도 징그러운데, 얘는 도대체 또 뭐야?? 하는 눈빛이다.

정찬일_스카이댄서_HDV, 컬러, 16대9, 스테레오_00:03:43_음악-푼돈들_2009

이제부터가 배씨의 쇼타임이다. / "자, 나는 말이죠, 무식한 사람이 아닙니다. 채찍 같은 건 침대 밖에서는 휘둘러 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모든 걸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과 간단하지만 진지한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편의상, 그리고 습관상 이제부터 반발로 진행할게" / 언발이는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의자에 깊숙이 앉고, 그새 적응한 미나는 언발이에게 그런 강력한 채찍은 어디서 사냐고 캐묻고 있다. 난, 이제 앞에 있는 세 사람에게만 집중하기로 한다. 일단 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게 배씨 스타일이다. 10초 만에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홀랑 벗었다. 미나가 뒤에서 뭐라고 소리쳤으나 들리지 않는다. / "얘들아 나도 벗었어, 내가 이렇게 한다고 니들이 편하리란 생각은 안 해, 내가 편해서 이렇게 하는 거지.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에게 퀴즈를 낼게. 퀴즈를 맞히는 사람은 분명히 진주랑 잔 사람일거야. 나머지 두 명은 구라겠지. 진주랑 자는 게 니들 세계에서는 챔피언 벨트쯤 되는 모양이야. 안 자고도 잤다고 하는 구라꾼들이 있는 걸 보니. 이렇게 고문까지 당하면서도 거짓말 하는 걸보니, 분명 대단한 거겠지." / 내 앞의 세 인간은 별 반응이 없다. 김종구만이 내 아랫도리를 한심한 듯 바라볼 뿐이었다. 살짝 열 받았으나 꾹 참았다. 작업 중에는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니까. ● "자, 이제부터 퀴즈 세 개 들어간다. 다 맞히는 사람은 진주와 동침했다는 공인인증서 내가 발급해준다. 첫 번째 퀴즈~ 당신과 진주 단둘이서 텅 비어 있는 공중목욕탕에 갔다. 진주가 목욕탕에 들어가자마자 벌러덩 누워서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자위를 하고 있다. 진주는 왜 자위를 하고 있을까?" / 언발이가 다시 담배를 붙였는지 담배 연기가 꽉 막힌 실내에 들이찬다. 송승훈이가 먼저 대답한다. / "그녀는 저와의 밤을 못 잊어서 저를 유혹하는 겁니다." / 이번에는 김종구의 대답이다. / "내가 필요 없는 남자라는 뜻입니다." / 한재영이 대답한다. / "목욕탕이 나보다 더 섹시하다는 뜻인 듯." / 뒤를 보니 미나는 하품을 하고 있고, 언발이는 상념에 잠겨있다. / "자, 그럼 두 번째 퀴즈 들어간다. 이번엔 진주가 당신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한다. 어떻게 할래?" / 송승훈이가 대답했다. / "제 등부터 밀어달라고 합니다." / 김종구가 대답했다. / "니 등 니가 닦아!!" / 한재영이 머뭇거리다가 대답한다. / "난, 가슴부터 만져주면 안 될까?" / 미나는 지루한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언발이는 갑자기 등이 가려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효자손으로 등을 벅벅 긁고 있다. 대답들이 영 마뜩치 않지만, 어쨌든 나는 세 번째 질문을 한다. / "자, 이제 목욕탕에 불이 났다. 어떻게 할래?" / 이번에는 한재영 부터 대답한다. / "먼저, 진주의 옷을 찾아 입힙니다." / 김종구가 대답한다. / "나부터 먼저 나와서 사람들을 부릅니다." / 송승훈이 대답한다. / "옷은 상관없이 진주를 부측해서 밖으로 나옵니다." / 난, 갑자기 돌아서서 미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 "내가 알게 뭐야? 나부터 사는 거지." / "그렇다면 당신 언발은?" / "왜 나한테도 묻는 거지?" / "대답해봐, 그냥 재밌잖아" / "흠, 나 같으면 그냥 목욕탕에서 진주를 꼭 끌어안고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 볼 때 까지 목 놓아 외칠 것 같은데, 여기 진주가 있다고." / 웃긴 놈이다. 언발이는. 난 언발에게 말했다. / "얘네들 다 풀어줘. 전부 구라야." / "그걸 어떻게 알아??" / "이것들은 진주와 자기는 커녕 진주를 좋아하지도 않는 거렁뱅이들이야." / 난, 그들을 다 집으로 돌려보내고, 언발이와 진주를 찾아가기로 했다. 미나는 친구와 술 약속 잡았다며 가버렸다.

정찬일_아름다운 강산_HDV, 컬러, 16대9, 스테레오_00:05:50_연주-색소폰 월드 연주회_2009

나는 마당으로 나오며 언발이에게 물었다. / "도대체 진주는 어디 있어?" / "정말 보고 싶어요?" / "그래, 그래야 될 거 같다. 어디로 가면 되니? 멀어?" / "아니, 어디 갈 필요 없어요." / "??" / "진주야, 진주야 이리와" / 언발이가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누군가를 부른다.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내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는 틈에, 아까 보았던 도베르만이 천천히 언발에게 걸어온다. 난 언발이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얘가 진주야." / "지금 장난해?" / "장난 아냐. 얘가 진주야." / 난, 도베르만을 처음으로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 거칠지만 순수한 눈이 거기에 있었다. 모든 걸 듣지만, 지치지 않는 꼿꼿한 귀가 거기에 있었다. 날카롭고 위협적이지만 새하얀 이빨이 거기에 있었다. 모든 것과 대면하는 우뚝한 네 다리가 거기에 있었다. ● "...니가 잔거 맞네." / 언발이가 화들짝 놀랐다. / "니가 진주랑 잤구나." / "그럴 리가...?" / "언발이 너 맞아." / "꿈에서만 가능하다니까요." / "꿈 아니야, 사실이야. 넌 불길이 치솟는 목욕탕에서 사람들이 올 때까지 진주와 그 곳에 있겠다고 했어. 그럼 니가 진주랑 잔 사람 맞아." / "정말 그게 꿈이 아니라면, 난 왜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 생각하는 거죠?" / "두려우니까. 니가 기억을 스스로 왜곡시켰겠지." / "그럼 진주는 기억할까요?" / "진주는 늘 열려 있으니까 기억할거야, 하지만 니가 다시 진주를 안기 전까지는 진주는 분명 모른 척 할거야, 지금처럼." / "그럼 내가 다시 진주와 잘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현실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 "글쎄, 그래야 행복한 사람도 있고, 그러면 불행해지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모든 게 언발이 너의 몫이야." / "배씨, 당신도 진주랑 자고 싶은가요?" / "아니, 아직은. 하지만 언젠가는 여기 찾아와서 진주를 안겠지." / "미나는 어쩌고?" / 나는 한참을 웃고 나서야 대답했다. / "차원이 다른 문제야, 니가 사무실에서 얘기한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내일 중으로 잔금 입금해라." ● 난,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미나에게 전화를 걸어 진주가 그 '무서운 개'라고 하자 술이 거나하게 취한 미나는 내게 욕을 해댔다. 난, 사무실에서 밤새 미나를 기다렸다. 푸르스름한 새벽빛에 묻혀 미나가 내게로 왔다. 난 우주와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녀와 소파에서 실컷 사랑을 나누었다. 언젠가 진주에게도 이렇게 크고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리라 맹세하면서. ■ 배선웅

Vol.20091119f | 정찬일展 / CHUNGCHANIL / 鄭燦逸 / video.performanc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