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풍경"

이선제展 / LEESUNJE / 李先濟 / painting   2009_1118 ▶ 2009_1124

이선제_구름과 나무_캔버스에 유채_31.8×31.8cm×4_2009

초대일시_2009_1118_수요일_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바람을 더불어 응시하는 눈앞의 풍경은 청명한 하늘색과 시원한 바람소리, 그 바람에 날리는 가을 잎들의 소리마저도 온몸 전율케 하는 자연의 절절한 절정을 맛보게 한다. 자연의 고요 하지만 고독 하지 않은 따스한 온기 가득함이 깃들여진 나의 풍경은 그저 풍경화로 나타냄을 넘어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을 말한다. 그러한 내안의 풍경 속 등장하는 나무는 보여 지는 속성을 넘어 의인화 되어 표현된 현대인의 모습이다.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들을 보며 나는 그 모습이 마치 현실과 타협하여 자유로운 본성을 잃은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때문에 나에게 있어 나무는 혼자만의 세계에 길들여진 고독하고 어찌 보면 냉소적인 현대인의 그 모양새와 닮아보였다. 하지만, 내가 표현하고 있는 나무는 냉소적이라거나 쓸쓸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색색의 나뭇잎이 아스라이 흩날리게 하는 따스한 온기가 보이는 데, 이는 나의 작업에 나타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인 바람 때문이다. ●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람은 몇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평화롭고 조용한 명상적인 느낌이기도 하고,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마치 세상을 어루만지는 신의 손길과도 같다. 그러기에 현대인의 쓸쓸함을 위로하는 따스한 바람의 어루만짐은 나와 우리가 바라는 평범한 세상살이의 평화로운 조화가 아닐까싶다.

이선제_바람불다1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09

2009년7월15일 ● 바쁜 생활에 길들여져 어디론가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보면 나에 대해서 그 삶에 대해서 고민해 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어쩌면 여유가 없다는 그 조차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멍한 눈으로 이유 없는 힘겨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는 말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자본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는 더더욱 많은 사람들의 눈이 멀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안에 섞여 있는 내 자신도 무언가를 잃어 가고 있음을 느낄 때에는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 맹목적인 경쟁구도, 자본 앞에서의 노예근성, 풍요로움에도 끝없이 굶주려야 하는 돼지 근성... 삶을 꽃 피우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것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때, 그래서 어느 정도 정신적인 자유를 얻었을 때 아마 그때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지 않을까싶다. 나 역시 이런 힘겨운 생활 속에서 가끔 주위를 둘러본다. 산, 나무, 하늘.... 잠시라도 자연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에는 무심코 그들의 꽃피어지는 삶을 볼 수가 있다.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그렇고 황무지 강한 땡볕에서 잘 자라나는 나무와 풀들도 그렇다. 그렇게 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삶을 꽃피우는 듯이 보인다. 그들의 그러한 모습은 어디선가 삶의 이유를 찾아 헤매는 나에게 미소를 짓게 해주고 힘을 준다.

이선제_바람불다2_캔버스에 유채_31.8×31.8cm×3_2009

2009년 8월2일 ● 세상의 모든 것들! 세상은 나와 열정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꽃을 피워 낸다. 어쩌면 열정적으로 꽃을 피워야만 하는 것은 그들이 세상에 나온 유일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노랗게 물든 잎을 바람에 휘날리게 하여 그 가을빛을 더 찬란하게 만드는 은행나무와, 여름철 힘차게 쏟아지며 모든 땅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는 장대비도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그들의 삶의 모습으로 내게 말한다. 진정 삶을 열정적으로 꽃피워야 한다고... 그것은 나를 향하고 세상을 향하는 것이라고... ● 2009년 9월8일 ● 그들이 보여주는 삶은 치열하지만 언제나 평화롭고 비어있지만 언제나 채워져 있었다. 또한 홀로 존재하지만 언제나 함께이고 작지만 언제나 우주였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삶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조화로움에 함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열정이고 절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제_바람불다6_캔버스에 유채_31.8×31.8cm×3_2009

2009년 9월26일 ● 거리의 가로수들 그들은 사람들에 의해 어색하기 짝이 없이 성형된 모습으로 거리를 지킨다. 팔도 부러지고 목도 꺽여 있다. 그렇게 야성을 잃은 채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이라는 냉정함 앞에 팔다리가 묶여 혼자 서 있는 방법조차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비하시키고 불행을 자처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어색하게 몸이 잘린 채로 거리를 지키는 가로수들을 가끔 보았으면 한다. 그들은 언제나 열정을 갖고 스스로를 움직인다.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여름이 되면 잎을 무성하게 하며 가을이 되면 잎을 바람에 날려 함께 축제를 벌인다. 그렇게 그들은 삶, 그 차체를 열정적으로 즐기고 만끽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선제_바람불다3_캔버스에 유채_31.8×31.8cm_2009

2009년 10월 15일 ● 나의 그림은 허전하다 그려진 형체가 별로 없고 색도 약하다. 한걸음 앞까지 가까이 가기 전에는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그림은 작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일반적인 크기로 해서 작은 편에 속한다. 또한 나의 그림은 단순하다. 그저 나무 한그루 작은 구름 조각하나 밖에 없다. 그래서 나의 그림은 작고 단조로워서 허전하고 흐려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 하지만 난 이번 전시에서 보다 큰 것을 말하려고 한다. 꽃이 피워지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그래서 그 삶 전체를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하게 하는 것 그리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의지까지 말이다. 그런데 난 그 큰 것을 말하기 위해서 보다 작고 흐리고 단조롭게 표현하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주 작은 마음에서 비롯되고 작은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숨을 쉬며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살아있음 그 자체의 경이로움에 언제나 벅차오를 수 있는 마음, 나와 가까이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하고 세상의 조화로움을 위할 수 있는 마음과 같은 작지만 거대한 의미를 갖는 이런 것들 말이다.

이선제_바람불다4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09
이선제_바람불다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09

2009년 10월 21일 ● 바람 부는 풍경 / 바람이 분다. 손등위의 작은 솜털까지 느껴질 수 있는 살랑이지만 가슴 깊이까지 전해지는 그런 바람이 분다. 어느 깊은 가을날 오후 2시 그렇게 나를 스치는 바람은 내안의 모든 신경세포들을 깨어나게 하며 살아있음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거대한 우주의 공기가 느껴지고 그 중심에 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음을 말이다. 벅차오름! 살아있음은 아마 그 자체가 벅차오름이고 두근거림일 것이다. 이선제

Vol.20091118e | 이선제展 / LEESUNJE / 李先濟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