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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유엠갤러리_UM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2-4번지 세비앙빌딩 B1 Tel. +82.2.515.3970 www.umgallery.co.kr
도약을 위한 자연으로의 점프 ● 옐레나 이신바예바(Yelena Isinbayeva)의 신기에 가까운 장대높이뛰기는 보는 사람을 전율케 한다.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듯 그녀의 몸짓은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가볍고 자유롭다. 작가 박상희는 이러한 높이뛰기의 순간을 포착하여 캔버스 화면에 담는다. 화면에서 높이뛰기 선수는 장대(pole)를 지지대로 사용하여 힘차게 도약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높이뛰기를 하는 인물도 중요하지만 인물을 감싸고 있는 배경 또한 주목해보아야 한다. 그녀에게 배경, 즉 공간은 아주 중요하다. 이전 수영장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광활하면서도 공허한 공간, 소외와 현란함 속의 고립을 상징하는 커피숍 등 공간이 가진 의미는 그녀의 작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녀는 수영장을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자연으로 인간의 욕망과 이기적 유용성을 위한 공간으로 해석한다.
수영장은 곧 도시를 상징하며,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도전 혹은 추락을 의미한다. 자신들의 욕망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을 묵묵히 받아주는 수영장의 공간은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온하다. 이러한 공간이 이번 점프(Jump) 시리즈에서는 거대한 자연으로 확장되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광활한 자연을 향해 도약을 한다. 사막과 유적지, 고대 경기장과 초원은 선수들의 작은 몸을 살며시 받아든다. 그러나 그들의 도약은 마치 신들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쌓은 바벨탑이나 이카루스의 날개 짓처럼 추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씁쓸함을 보여준다. 박상희는 바로 이러한 추락에 의미를 둔다. 힘차게 도약한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가벼운 바를 간신히 넘은 후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마찬가지로 이 추락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여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박상희는 높이뛰기라는 행위를 캔버스 화면에 직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러한 의미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높이뛰기, 즉 점프시리즈를 이루는 캔버스 화면은 크게 인물과 색면, 선으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우선, 인물은 직접적으로 화면에 등장하여 작품의 의미를 설명한다. 화면에서 인물은 높이뛰기를 하여 상승하거나 바를 넘는 찰나의 역동적인 운동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반면 배경은 아주 차분하고 고요하게 이 행위를 받아주고 있다. 여기서 이질감과 불안감이 발생하는데, 이 이질감은 공간에서 관객의 시선을 교란시킨다. 이 교란의 방식은 마치 스포츠 잡지에서 특정 인물을 오려 꼴라주처럼 화면에 붙인 듯한 어색함, 혹은 낯섦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와 단순화된 자연의 대비로 인해 이러한 어색함, 혹은 낯섦은 더욱 강조된다.
둘째, 교란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색면에서도 느껴질 수 있다. 화면에서는 기존의 수영장 시리즈에서 사용한 원색의 강렬함이 톤 다운되어 연파랑, 연주홍 등 따뜻한 색면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색면은 공간을 실제가 아닌 공허하고 깊이가 없는 몽환적이면서 아득한 미지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제 인물은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높이뛰기를 시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시선의 교란, 혹은 불편함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에 의해 증폭된다. 화면에서 선은 대지의 수평적인 평온함과 따뜻한 색면에서 오는 안정감을 과감하게 깨뜨린다. 바로 사선이나 수직선의 사용이 그것이다. 화면에서 장대라든지, 사선 자전거 길, 혹은 다이버의 각도 등은 인물의 행위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분할하거나 그것 자체로 기능한다.
이러한 효과들을 통해 박상희가 말하고자 하는 교란은 높이뛰기를 위한 도약이 추락을 위한 몸부림임을, 그리고 이러한 몸부림이 인간의 삶 이전에, 혹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역사의 시간성과 함께하는 축적된 자연이라는 거대한 공간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결국 고요하고 평온한 자연속에서 인간의 도전은 불안하고 아슬아슬하게 긴 장대 하나에 의지한 덧없는 찰나의 행위임을 일러주는 것이다. 박상희의 장대높이뛰기는 알 수 없는 광활한 자연, 혹은 미지의 이상향을 향해 도전하고 추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점프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힘차게 뛰어오르는 우리들 모두의 삶과 연관된다. 높이뛰기를 하거나 다이빙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박상희의 점프는 무기력한 일상을 탈출하듯 우리들로 하여금 삶에서 비켜나와 우리들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조용하게 말한다. ■ 백곤
Vol.20091116g | 박상희展 / PARKSANGHEE / 朴商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