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1029g | 박병춘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제주현대미술관 초대展
관람시간 / 09:00am~06:00pm / 7월~9월_09:00am~07:00pm 매표시간 관람종료 30분전까지 / 수요일 휴관
관람료 어른_1,000원(단체_700원) / 25세 이상 ~ 64세 이하 청소년 및 군인_500원(단체_300원) / 13세 이상~24세 이하, 제복입은 하사관 이하 군인 어린이_300원(단체_200원) / 7세 이상 ~ 12세 이하 * 무료관람 : 6세 이하, 65세 이상, 장애1급 내지 3급(보호자 1인 포함) * 단체 10인이상
제주현대미술관 JEJU MUSEUM OF CONTEMPORARY ART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2114-63번지 Tel. +82.64.710.7801 www.jejumuseum.go.kr
스치는 풍경-제주 ● 제주에서 나는 뭍에서 온 낯선, 여행자일 뿐이다. 아무리 제주에 애정을 가지고 이곳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고 친분을 쌓아간다 해도 여전히 나는 여행자일 뿐이다. 3년 이라는 시간 동안 10여 차례 제주행 비행기를 탔고 세 번이나 차를 싣고 제주 땅을 밟았다. 햇볕이 따사롭던 겨울의 한낮에 오름에서 그림을 그리다 폭풍 같은 눈보라를 만났을 때 하얗게 색칠됐다 순식간에 녹아내리던 삼나무 둘러친 드넓은 목장의 겨울풍경은 단번에 나를 제주에 빠지게 했다. 양배추와 당근, 마늘, 양파, 콩으로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 밭들과 한 개만 먹어도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커다랗고 시원한 한라봉의 달콤함, 바다의 맛 그대로 싱싱한 해삼물과 생선회, 무만 썰어 넣어도 시원하고 담백한 제주의 웰빙 음식들이 좋다.
제주에서 나의 고향은 한림이다. 한림에서 인연이 시작됐고 한림에서 추억을 만들고 그곳에서 제주에 대한 정이 쌓였다. 이제 한림에 가면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많다. 편안하고 정 많은 동네 한림에서 밤 깊도록 귀한 차를 마실 수 있고 친구와 소주를 마시고 여러 가족들과 즐거운 파티도 즐길 수 있다. ● 중산간도로와 516산업도로 1100도로를 달리며 감상하는 풍경과 일주도로와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토속적인 마을 모습, 아기자기한 해안풍경과 산더미 같은 파도, 옥빛바다의 반짝이는 물빛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처음 제주에 와서 휑한 들판 어디에서도 올려다 보이는 한라산과 여기저기 널려있는 오름을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그 오름에 올라가 내려다보이는 들판을 그리게 되었다. 그렇게 들판 풍경을 그리다 라면준을 만들었고 라면풍경 설치작업을 생각해 내었다. 100여장의 그림이 쌓여가자 그 일도 재미가 없어져 쓸데없이 차를 몰고 이리저리 시골을 구석구석 헤매고 다니면서 그저 어깨너머로 스쳐지나가는 아무것도 아닌 풍경에 관심을 갖고 평범한 제주의 풍경을 그렸다.
한라산에서 오름으로 들판으로 그리고 길가에 버려져 있는 자동차나 뭍으로 올라와 장식품이 되어버린 낡은 배들, 바다를 향해있는 성당의 예수상, 해수욕장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나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조금씩 제주도에 머무는 사람의 시선으로 제주를 보기 시작했다. ● 평범한 제주의 풍경에 매료되고 사람들에 매료되어 내가 섬에 와있는 것을 잊게 되었다. 제주는 역사적으로 너무도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있는 섬이다.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뭍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정부에 대한 섭섭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1만 6000개에 달하는 신화가 있고 긴 역사 속에서 제주도가 걸어온 힘든 여정이 있고 이들이 무뚝뚝해지게 된 아픈 역사가 있다. 내가 제주의 풍경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는 날 그 모든 것들이 눈처럼 녹아내려 제주가 세계 속으로 도약하는 멋진 섬이 되었으면 바란다. 그 때가되면 나는 여행자가 아닌 제주에 작업실을 가진 동네 사람이 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박병춘
Vol.20091112f | 박병춘展 / PARKBYOUNGCHOON / 朴昞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