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104_수요일_06:00pm
백송갤러리 기획초대전
후원_서울특별시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백송갤러리_BAIKS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9 Tel. +82.2.730.5824 www.artbaiksong.com
김순철의 제17회 개인전은 특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것은 분청이나 황토 빛, 또는 적색이나 청색의 「한지(韓紙)」에「바느질(繪繡)」로 메운 저부조(Bas-Relief)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재 본래의 생명성을 견지하면서 탄탄한 화면구조를 이루고 있다. 탈속적일 만큼 단아하고 원숙한 정제미(整齊美)는 작가의 치열한 구도적 작업과정을 여지없이 노정한다. 물질로 충만한 현실세계이되, 소란스런 현실을 잠재우고, 보이는 세계 저편의 우리 공동의 집합적 기억을 불러내는 여백이 된다. 그것은 이미지로 존재하되 우리 시각에 환영공간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실재하는 사물구조로 스스로를 표명한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미니멀아트와 한국모노크롬회화의 성과를 착실하게 진화시켜 다문화주의 시대의 한국화의 진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About Wish'라는 명제로 이루어진 김순철의 이 전시는 직접 닥나무껍질을 다듬어 제작한 한지라는 소재와「회수(繪繡)」를 중심적인 표현어법으로 재도입하고 있다. 이 회수란 그림과 자수의 공동 작업으로 서구 근대 미술도입과정에서 순수미술 장르로부터 배제된 것이다. 그러한 집단 문화의 기억을 담보한 매체를 실험적인 현대미술의 어법으로 재도입한 것이다. 그것은 탈문맥화(decontextualization)된 우리미술의 재문맥화(recontextualization)를 실현한 것이요, 다문화(多文化)의 공존 속에 글로벌리즘을 실현해갈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중략)
그러한 바느질(繪繡)을 본격적인 현대조형어법으로 복원한 김순철의 작업은 일종의 미술사적 사건이라 하겠다. 물론 현대미술가들 중에 바느질을 부분적으로 채용한 작가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순철의 'About Wish'연작 처럼 본격적인 조형방법으로 복원한 예는 없었다. 김순철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우리미술의 재문맥화 작업은 손에 의한 한지 및 화면의 바탕을 조성해가는 공정과정이다. 손작업에 의한 한지는 본래 전통화가들에게 새로울 것이 없는 소재였다. 그런데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개최를 즈음하여,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담보해 줄"몸"으로 재인식되었다. 그것은 미술의 즉자적 사물성을 중시하던 동시대의 미니멀아트의 문맥과 개방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체성 정립을 위한 문화매체로 널리 환영받았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내용에 관계없이 전통문화에 귀속시킬 만큼 문화적 기의가 강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한지의 물성은 자유로운 표현을 욕망하는 작가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체험되었다. 그리고, 가볍고 경쾌한 감성을 중시하는 사회풍조와 미술 작품도 특수한 인공물이라는 인식변화에 따라 표현 매체 역시 산업적인 신소재가 적극 채용되었다. 한지는 일군의 한지작가들의 전유물이 된 것이다. 김순철은 그러한 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녀가 표현매체로서의 한지를 제작해가는 과정은 일종의 자신의"살(肉)"과"형태(形態)"를 성형하는 인고의 과정에 다름없다. 거친 닥나무껍질을 물에 불리고 표현에 적합한 상태로 다듬어, 여러 겹으로 지반(地盤)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 위에,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이나 절개와 겸허의 군자를 상징하는 대나무 이미지를 전력을 다해 압인하여 상감기법으로 물감을 다시 메워 놓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작업은, 바로 1970-80년대 한국모노크롬회화의 경지에 도달한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서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상감기법까지 올린 물성과 신체의 합일을 이루었다는 고밀도의 두껍고 질긴 한지는, 송곳의 도움을 받아 촘촘하게 평수(平繡)로 메워진다. 마침내 거대한 도자기형태의 낮은 부조가 되기도 하고, 사이가 성긴 바느질실선과 자유로운 붓 터치가 역동하는 신표현주의 평면회화로 탄생되기도 한다.(생략) ■ 김영순
Vol.20091105g | 김순철展 / KIMSOONCHEOL / 金順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