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104_수요일_06:00pm
2009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우림_GALLERY WOOLIM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27번지 Tel. +82.2.733.3738 www.artwoolim.com
우리는 "가리는" 하나의 습관적인 착용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노출함으로써 드러나는 수치심을 가려야 한다는 사회적인 압박, 훈련된 무의식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익숙한 편안함을 털어버림으로써 드러내는 순간의 편안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캔버스로 옮겼다. 익숙한 편안함의 탈피는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약간의 불편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 가슴을 주제로 한 「moment」 작업은 이런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브래지어는 혼자 있을 때도 입고 있음으로서 정신적인, 사실은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는 편안함을 준다. 그렇지만 몸은 브래지어를 벗음으로써 진정한 편안함을 느낀다. 숨을 쉰다. 작품 속의 모델은 "나"를 찍는데서 시작된다. 하루 동안 진짜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 순간은 단순히 몸이 편안한 순간이기 보다, 타인의 시선에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을 위한 순간을 의미한다. 때문에 그 순간들은 종종 숨겨져 있는 신체의 부분을 찾는 듯 한, 혼자만의 놀이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작업들을 들여다보니, 선뜻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해 부끄러웠던 질문들이 떠오른다. ● WHY "왜"라는 기본적인 물음들, 왜 여성의 몸을 그리는지, 왜 가슴을 그리는지, 왜 좁고 긴 커다란 변형캔버스에 부분을 확대해 그리는지, 왜 self-portrait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달리 말하면 왜 집착했는가에 대한,...수많은 사진을 찍고 수많은 보기 싫은 사진들을 삭제하고, trim 하면서도 몰랐던 대답을 첫 개인전을 앞두고 할 수 있게 되었다. 강하고 부드러운 여성성의 "드러냄"을 나타내고자 했던 작업은, 결국 항상 유독 작은 몸을 가져왔던 본인의 "Complex"를, 사실 내면 깊숙이 존재했기에 의식조차하지 못했던 Complex를 외면하고, 부정하고, "가림"으로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나의 작업은 드러냄으로서 컴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했는지, 가림으로서 극복하고자 했는지 만큼 모호하지만 아름답게 보여지길 바란다. ■ 김혜진
에고와 트라우마의 경계,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낯선 ● 김혜진은 여성의 몸을 소재로 하여 에고와 트라우마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무의식의 표출, 더 나아가 사회적 편견에 의한 고정관념을 탐구하고 있다. 가슴, 엉덩이와 같이 신체의 특정 부위를 화면 가득히 부각하여 오브제로서 여성의 몸이 지닌 숭고한 아름다움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규범과 억압에 대한 반어적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 김혜진의 작품에는 김혜진의 신체 일부가 여지없이 등장한다. 브래지어를 벗어버린 가슴, 아무렇게나 쓸어 올린 흐트러진 머리, 유연하게 굴곡진 허리와 엉덩이... 부드럽고 에로틱하고 몽환적인 형태로 화면의 안과 밖에서 보일듯 말듯, 숨바꼭질하듯 떠다니며 보는 이의 시선을 흘끔거리게 만든다. 언뜻 보면 어느 호색한의 망원경에 잡힌 앞집 그녀의 노출신인가 싶어, 조심스럽게 '포르노그래피'를 떠올려보지만 쿨한 시선으로 다시 작품들을 둘러보면 성적 흥분을 조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그림에서 풍겨나오는 외설스러움보다는 휴일 오후의 풍경과도 같은 나이브한 나른함과 내면의 휴식에서 연원하는 정적인 리듬감이 물씬 전해져온다. 또한 좀더 세심히 들여다보면 화면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은 시각적 충격이나 자극이 아닌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익숙한 코드로 정렬되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일상적인 모습 앞에서 전혀 새로운 '낯섦'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그림 속에서 살고 있는 김혜진은 외딴방, 혹은 외딴곳에서 외부의 어떠한 구속이나 제재 없이 편안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을 위해' 자신을 연출하고 설정할 필요조차 없이 일상의 시공간에 자신을 온전히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만끽하고자 가장 먼저 브래지어를 벗어 던졌다. 그녀가 알고 있는 브래지어란, 이 땅에 태어난 여성이라면 누구나, 응당, 밤낮 구분 없이 착용해야 하는 사회적 규범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 사회가 무의식의 훈련 과정을 통해 '노출함으로써 드러나는 수치심', 그리고 그것의 다른 말인 '가림으로써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이라는 표제를 은근히 부추겨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러한 부당하고 비타협적인 사회적 인식에 정면으로 응수하여 '노출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을 과감하게 제안한다. ● 「Moment」... 앞가리개를 활짝 풀어낸 가슴은 지난 수십 세기의 감금과 압박의 역사로부터 진정 해방된 듯 화면 가득 생기 넘치는 들숨과 날숨을 품어내며 보는 이의 시선과 당당히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를 감싸고 있는 최소한의 패브릭조차 아름다운 자유를 위한 소품처럼 쓰이고 있다. 이처럼 김혜진은 사회적으로 조장한 '익숙한 편안함'을 포기함으로써 '생경한 편안함'을 얻게 되었으며 '일상적인 물건 혹은 상황'으로 덮어 두었던 것에서 '특별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하려는 것이 김혜진이 무던히 가슴과 몸의 실루엣을 그리는 이유이며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그림 속에서 오래도록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유이다. ● 그림 밖의 김혜진은 여성의 몸이 지닌 원초적 아름다움에 대해 솔직하고도 진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유독 작은 몸을 지닌 자신과 사회적 타자로 마주했을 때, 드러내고자 하는 의식과 감추고자 하는 무의식의 변주 속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는,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의 아름다움이 미덕인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름다울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아름다움의 상대적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않기에 김혜진 혹은 우리 모두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아름다움의 면류관을 꿈꿀 수밖에 없다. 비록 가시 돋힌 면류관일지언정.
최근까지도 작가는 카메라 앵글에 담겨진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취사선택한 뒤, 다시 트리밍을 반복적으로 행하면서 자신의 무의식이 지배하는 대로 아름다움의 향한 자동기술적 행군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아름답게 보이는 신체의 특정 부위만 남게 되고 그 외 일체의 것은 화면 밖으로 추방되거나 가려졌으며 그런 과정 속에서 캔버스의 크기 또한 소재의 형태에 따라 변형되었다. 그러나 이제 작가는 자신의 몸과 무의식을 옥죄던 가시면류관으로부터 벗어나 세상 밖에서 진정한 자유와 쉼을 논하기 시작했다. ● 김혜진의 신작에서는 '공간화된 김혜진'을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은 스스로 빛나지만 결국 주위와의 조화와 교류를 통해 의미로와진다는 것을 작가 스스로 몸을 움직여 조금씩 그리고 신중히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그래서 더욱 자유로우며, 그래서 더욱 모뉴멘탈한 김혜진과 새롭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번 전시는 김혜진의 첫 개인전이다. 몸에 대해, 그리고 더욱 확장된 자아에 대해 치열하게 분석하고 파노라마처럼 나열하면서 그림 속 자신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소통하고 끌어안는 작가, 김혜진은 그러한 에고와 트라우마의 경계를 구도자의 몸짓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담대함과 보는 이의 심상을 그림 속 김혜진에게 투영하게 하는 강한 흡입력을 지녔다. 우리가 '작지만 큰 작가, 김혜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최정주
■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9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91104i | 김혜진展 / KIMHYEJIN / 金惠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