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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1:00am~05:00pm
장은선갤러리 JANGEUNSUN GALLERY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번지 Tel. +82.2.730.3533 www.galleryjang.com
그리기의 공간, 사유의 공간-산 ● 장현주 작업은 자연에 오랫동안 천착해 왔다. 앞선 두 번의 전시『지우개로 그린 풍경』과『뜻 밖에서 놀다』에서 핵심적 공간으로 선보인 자연은 이번 전시에서 '산'으로 압축되고 심화된다. 근작들에서 산이 갖는 공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은 장현주 작업의 시발점이다. 일주일에 한 번 거르지 않고 드로잉 도구를 챙겨 찾는 산은 작가가 발끝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다. 동시에 이곳은 작가 가 마음을 열고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 심리적 공간이기도 하다. 근작들에서 엿보이는 변화는 작가와 자연의 접촉면이 보다 넓고 깊어졌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확장이 아니라 내면적인 심화이다. 이런 변화 때문이다. 작가는 산에서 본 무엇을 그리느냐 보다 산에서 받은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더 많은 고민의 시간을 할애한다. 산과의 순연한 만남을 얼마나 빠짐없이 기술하느냐 보다 얼마만큼 거짓 없이 표현하느냐에 더 많이 머문다.
작가는 이런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재료로 먹과 모필을 택했다. 근작들에서 작가가 가장 치중한 부분은 호분을 한 번에서 세 번까지 올린 삼합지 위에 드로잉을 하듯 먹과 모필로 산을 그린 과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오랜 숙고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먹과 모필을 선택한 이유와 최근 미술치료 임상실험 결과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작가가 먹과 모필을 선택한 것은 산과 교감의 순간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함이다. 미술치료가 주목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무의식을 표출하고, 자아를 표현하는데 서양식 재료보다 먹과 모필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는 먹과 모필보다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은 서양식 재료에서 오는 부담감을 임상결과의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결과의 근본적인 원인은 표현의 직접성이라는 수묵의 특성에 기인한다. 물론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형상의 구체성이 아니다. 선의 굵기와 먹의 농담 차이를 통해 표출되는 것은 그리는 이의 심리 상태이다. 이처럼 먹과 모필은 손이나 그리기의 회복 그 이상의 미덕을 갖는다. 먹과 모필이 복원시키는 것은 머리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사유체계인 것이다.
장현주는 현장 드로잉을 단초로 삼되 작업에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작가는 산을 본대로,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교감한 정도에 따라 생략하거나 덧붙여 그린다. 작가가 산을 외적인 조망이나 물리 광학적 관찰의 대상으로 객관화하고 외화 하는데 궁극의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대신 작가는 감각적 현상계를 떠나 그 안쪽을 응시한다. 겉이 아닌 안을 향한 응시로 작가가 보는 것은 높은 하늘, 흐르는 강이 아니다. 곧은 나무, 자잘한 들꽃이 아니다. 하늘과 강, 나무와 들꽃 그 안에 투영된 작가 자아의 내면이다. 작가는 타자를 통해 자아를 정립한다. '끝내 스스로 위대해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위대함을 이루고,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 절로 영원할 수 있는' 산은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찾는데 준엄한 근거가 된다. 작가는 산을 보고자 하지 않는다. 산이 되고자 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산이 계속해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 있다.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합일에 정도에 따라 존재의 수위를 달리하는 산은 힘이다. 성급한 마침표가 아니라 느긋한 물음표로 장현주 작업을 기쁘게 나아가게 할. ■ 공주형
Vol.20091104g | 장현주 / JANGHYUNJOO / 張炫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