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102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_SHINHAN MUSEUM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82.2.722.8493 www.shinhanmuseum.co.kr
꿈의 퍼즐 하나를 완성하며 ● 떨리는 마음으로 사진집「빛으로 여는 아름다운 세상」을 내놓는다. 시골 출신의 대학교 3학년 하숙생이 1년 간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당시 사립대학 1년치 등록금에 해당하는 53만원으로 Nikon F2AS 카메라를 사면서부터 시작된 사진에 대한 나의 사랑이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여전히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지만 그 30년에 맞춰서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꿈의 퍼즐 하나를 완성한 것 같아 기쁘다. 긴 세월 동안 사진과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온 그 인연에 감사한다.
은행원으로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자연을 찾아 열심히찍은 풍경사진을 여기에 담았다. 자연과 함께 하며 풍경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고생도 했지만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난관과 고통을 이겨내며, 늘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고,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참사랑을 배웠다. 거짓이 난무하는 인간 세상인데, 정직함을 잃지 않고 철 따라 제때에 싹 틔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단풍으로 곱게 물들이고, 세찬 눈보라를 견디며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해가는 초목들! 언제나 제자리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고,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수양까지 선물로 준 山! 대자연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불변의 진리를 가르쳐준 참으로 위대한 나의 스승이었다.
나름대로 참 지독하게 사진을 찍었다. 25kg이 넘는 무거운 장비를 메고, 남보다 먼저 정상에 올라 삼각대를 펼쳤고,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다른 사람들이 촬영을 포기하고 철수했을 때도 끝까지 남아 기다리곤 했다. 백두산에도 세 번을 갔었고, 지리산, 설악산에서 혼자 야영도 했었다. 촬영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온갖 방법을 찾고, 다른 사람을 설득해 가능하게 만들곤 했다. 천신만고 끝에 올라간 산에서 안개 속에 걷혀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한 장도 찍지 못하고 철수한 적도 있었고, 다른 사람 여러 번 가서도 못 찍은 사진을 한번에 잘 찍은 기적 같은 행운을 만나기도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짧은 순간 환상적인 촬영의 기회를 잡기도 했다. 체감온도 영하 30도가 넘는 한 겨울에 일출 사진 찍으려고 캄캄한 밤에 헤드랜턴으로 어둠을 밝히며 무거운 장비를 메고, 몇 시간을 힘겹게 걸어 산 정상에 올라 맞은 신선한 아침, 굽이굽이 산등성이 위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보며 전율을 느끼고, 언 손으로 그 정경(情景)을 숨가쁘게 필름에 담는 일은 환희를 넘어 하나의 수행(修行)이었다. 경이로운 자연과 함께 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사계절의 모습을 렌즈를 통해 숨 죽이며 골라 필름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고, 그 행복감이 사진을 찍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다.
사진집 발간을 두고 많이 망설였다. 좋은 사진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했고, 꼭 찍어야 하는 사진인데도 아직도 못 찍고 있는 것이 많아 형편없는 사진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개인전 열고, 사진집 한 권이라도 내는 것이 좋겠다는 주위의 강한 권유가 있었고, 나도 사진과 함께 한 내 삶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었다. 26년 전부터 연하장으로 보낸 내 사진을 받고 보여준 직원들과 고객들의 호응과 격려도 큰 힘이 되었다.
막상 마음을 정하고 나서 수많은 슬라이드 필름 중에서 사진집에 담을 필름을 고르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남들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내겐 어느 사진 하나라도 정성을 다한 거라 애착이 가서 자꾸만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욕심만으로 무조건 담을 수는 없는 법이라 나름대로 장르를 정해 선별하고 다시 엄선하는 작업을 여러 번 거쳤다. 이번에 대표선수로 선발되지 못한 내필름들에겐 미안하지만 언젠가는 제 몫을 다할 때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촬영에서부터 사진집 최종 마무리까지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진동호회 한국비경촬영단과 포토아트의 이만욱 사장께 감사드린다. 사진을 멋지게 편집하고, 잘 인쇄해서 옥동자로 탄생케 해준 서진문화인쇄사의 이규복 사장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와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 내 소중한 직장, 신한은행에 대한 고마움도 잊을 수 없다. 사진 찍기 위해 주말에 자주 집을 비우는데도 불편함을 묵묵히 인내하고, 후원해준 가족이 없었다면 사진 찍는 일 자체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이제 욕심 좀 내려놓고, 운해와 상고대 찾지 말고,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꿈을 꾸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사진으로 희망과 사랑의 바이러스를 퍼뜨릴 것을 다짐한다. ■ 이상원
Vol.20091102h | 이상원展 / LEESANGWON / 李相元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