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1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정 광화문 GALLERY JUNG Gwanghwamoon 서울 종로구 내수동 110-34번지 Tel. +82.2.733.1911 www.galleryjung.com
작가 김성준은 그런 샹들리에를 그린다. 그가 그리는 샹들리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전적이거나 우아한 공간의 화려하고 세련된 그것이 아니다. 기껏해야 위에 열거한 그런 상점들, 아니면 소도시 다방이나 오래된 벽돌기와집 마루에 여전히 매달려 있을법한 그런 엉성하고 값싼 제품들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샹들리에의 플라스틱 알들을 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보석처럼, 도금한 알루미늄과 싸구려 금속장식을 세련된 장인의 정교한 솜씨로 다듬은 수공예품처럼 화려하게 그려낸다. ● "샹들리에는 화려함과 함께 환하게 빛을 내면서 주변의 크리스탈을 더욱 영롱하고 투명하게 반사시키며 빛을 발한다. 샹들리에를 통하여 나오는 화려하고 환한 빛을 통하여 어둠에서 밝음으로 변화시키려는 마음이다. 어둠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작은 빛 한 줄기이다. 그 빛은 화려함과 풍요 즐거움 등을 의미하는데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공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성준)
그의 그림에서 타자의 빛을 받아 마치 자기의 것인 양, 자신의 본 모습인 양, 빛나고 있는 샹들리에는 인간의 욕망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샹들리에의 실체는 인간 자신이 된다.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자 모든 행동의 동인(動因)으로서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어되지 못한 욕망의 종국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없는 이야기들과 같을 뿐이다. 김성준은 이렇게 샹들리에를 통해 욕심이 갈구하는 '밝은' 미래와 삶을 쫓는 인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샹들리에가 반사하고 있는 색색의 영롱함은 인간이 추구하는 물질적·감각적 쾌락과 외면적 성공이다. 그것이 싸구려 모조품과 조악한 가공품으로 만들어진 샹들리에의 본모습을 가리는 허울일 뿐인 것처럼, 그러한 인간이 성취한 쾌락과 성공 역시 결국은 누추한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샹들리에란 것이 애초부터 인간이 가진 허위와 허영을 지극히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발명품일 것이다. 자신이 기거하고 활동하는 공간에 자신의 부와 권위와 '미적감성'을 과시하는 부가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무대의 중심에서 누구에게나 주목받는 성공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삶이 주는 이러저러한 주름과 그늘에 묻히거나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인생을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희구하는 삶을 살고자, 그러한 욕망을 실현하고자 애쓴다. 하지만 삶은 누구나 그것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너그럽지도 않으며, 또한 그다지 공평하지도 못하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람과 빗나간 욕망 사이의 경계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김성준이 그려갈 샹들리에 그림들 속에서 그가 가늠해내는 경계를 따라가는 동안 그 답의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신 욕망과 희망의 경계를 번민하는 한 사람이기도 하기에. ●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어둠에서 밝음, 어두운 과거에서 밝은 미래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어둠속의 빛... 작은 희망과 바람... 그리고 자신의 어두운 모습이 아닌 밝고 환한 곳에서 비춰지는 화려하고 빛나는 자신. 어둠에서 한줄기 빛을 간절히 바라며 그 빛만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을 말하고 싶다. 화려한 그 곳에 먼저가고 싶다고 앞 다투는 현대인들의 끝없는 욕망... 더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화려함과 풍요로 눈먼 욕망만을 채우려는 우리들의 삶을 말하고자 한다." (김성준) ■ 갤러리정 광화문
Vol.20091102g | 김성준展 / KIMSUNGJUN / 金成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