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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14_수요일_05:00pm
2009년 월전미술문화재단 원로작가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갤러리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팔판동 35-1번지 Tel. +82.2.732.3777 www.iwoljeon.org
색채의 체험과 빛의 유희 - 유년, 그 색채에 대한 체험들 ● 장상의 선생의 작품에 나타난 색채에 대한 감각들은 개인적 체험의 깊은 무의식에서 나오는 기억들을 원초적인 힘과 에너지로 변형한 것들이다. 이 힘과 에너지의 변형에는 그가 체험한 사회적 역사적 실존이 자리하는데 가령 붉은 색의 이미지는 전쟁의 공포 속에 피난갔던 장포동 개울가 자갈밭에서 닭피로 온몸을 발라 구병(救病)했던 잊은 수 없는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달을 먹은 새」라는 작품으로 형상화 되었는데 전쟁의 공포와 자연의 아름다움, 삶의 단편이 은유적 형상으로 전개되어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붉은 종이꽃처럼 마술적인 환상으로 기억되기도 하는데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꼬마들을 유혹하는 신기루 같던 볼거리들, 만화경의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붉은 색의 이미지는 공포와 아름다움을 동반한 기억이면서 다양한 감각과 인상이 결합된 유년의 환상으로 안내한다. 장상의 선생의 유년의 감각에 층지워진 색채의 감정에는 시각과 촉각, 그리고 미각이 결합되어 있어서 설탕가루를 녹여서 만든 공작새의 날개를 맛보거나 흰 떡에 오색물을 들여서 요술같은 매화꽃이며 오색가지의 새가 만들어지는 신기루 같은 꿈을 경험하기도 한다. 온 마당에 오색가지의 새가 나와 뛰노는 꿈, 이것이 어린 날 화가가 경험했던 감각적인 경험들이다.
뛰노는 꿈과 유희 ● 이러한 복합적인 감각의 형상들은 다양한 색채로 변주되고 이미지가 되어 작품 안에서 움직이고 생동감 있는 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이러한 역동적 에너지의 전환은 유년의 기억과 유희 충동에 근거한 놀이에서 비롯되었다. 어릴적 참모방에서 가지고 놀던 오색 가지의 헝겊 쪼가리들이 나비처럼 그림에 올라 앉아 꽃이 되고 진짜 나비가 되고, 무당이 되어서 울긋불긋한 천조각을 흔들며 춤을 추는 환상, 이러한 유희의 원초본능이 화가의 의식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기억과 놀이의 충동인 것이다. 장상의 선생의 작품에서 보이는 동적인 이미지는 기억과 놀이의 춤이며 화면에 넘치는 창작행위로서의 화가의 춤은 그림속으로 들어가 그림의 내적인 힘과 율동으로 나오고 무당의 춤처럼 신명의 에너지가 된다. ● 이러한 동적인 이미지들은 70년대와 80년대 탈춤, 다시래기춤, 무당춤 등 한국의 춤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면서 회화의 정통성과 정체성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이라는 역사적 상황, 그리고 한국적인 정서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회화적으로 제시하느냐의 문제는 이 시기 장상의 선생의 미술적 화두로 제시된 것들이다. 동시대의 모순적인 정치상황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작가가 보여준 창작적인 제시는 한국적인 춤이 보여주는 현실에 대한 외침과 힘의 움직임, 춤사위의 리듬과 그것들이 창조해 낸 독특한 공간, 동작에 곁들여지는 음악이 갖는 시간성 등을 화면에 구현하는 것이다. 구체적 흔적의 형상보다는 운동과 리듬의 역동적인 공간구성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만들어 감정이 충만한 화면을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이 이 시기 장상의 선생의 창작방법이었다. ● 장상의 선생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정신적인 깊이와 역동적인 구성의 융합을 개인의 체험위에 전개시키면서 현대회화로서의 존재성에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고 그것이 고유의 문화적 배경을 잃지 않으면서 생동감있는 기억과 감각을 우리 앞에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기억, 감각 그리고 이미지를 너머 ● 90년대 작업 「바람과 넋」, 「산접동새 울고 간 자리에」, 「꽃과 영혼」등은 토착적인 감성과 설화들을 연상시키는 작품들로 정체성의 문제를 현대화시킨 작품들이다. 한국의 설화에 등장하는 산접동새와 진달래의 이야기, 봄이 되면 울고 울다가 피를 토하고 간 자리에 진달래가 피었다는 설화는 고통과 슬픔을 아름다운 힘으로 승화시킨 조선 여인의 정한과 겹치면서 작품의 내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보여주는 화면은 비감어린 색조가 아니라 생명력 있는 힘의 색채와 율동인 것이다. ● 2000년대 이후 연작으로 제시되는 「꽃과 영혼」, 「꽃비」등도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기억의 상징들을 구상과 추상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꽃과 영혼」에는 50년의 세월도 더 지난 6월 27일의 북아현동의 기억, 집 앞을 지나는 패잔병 국군의 넋 나간 표정과 발걸음, 그리고 굴레방 다리쪽에서 들리는 서너 방의 총성이 자리하고 있다. 온 산의 진달래가 그러하듯 무명의 꽃으로 붉게 물들어 피어있는 꽃과 영혼은 전쟁의 비극으로 어린 나이에 승화한 피아간의 넋이다. 이러한 선연한 감정은 삶과 역사의 한 순간을 기억할 때마다 고통스런 영혼을 반추하지만 색채의 정감은 여리고 순수하며 고운 결을 유지하고 있다.
장상의 선생의 화면에 보이는 이원적인 속성, 생명력 있는 힘의 색채와 율동, 그리고 여리고 순수한 색채의 정감은 모순적이면서도 매우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평론가 크리스티아네 뷜링은 "첫 느낌은 강력한 움직임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림을 전체로 보았을 때 고요와 조화를 매개 지우고 있었다. 강력한 움직임과 고요 이 두 장점이 그의 예술에서 중심인 것 같다" 고 지적하고 있다. 뷜링은 "동아시아적 사유에 내재해 있는 정적과 고요가 공간적인 깊이감을 강화하고 자신의 고향의 의상과 춤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형태, 색채, 그리고 색채융합에 관해 대단히 독창적인 정감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유산을 변용시켜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매우 예리한 지적이다. 뷜링의 지적처럼 장상의 선생의 고향은 개성이고 화려한 색채감과 압도적 힘이 자리하는 강신무의 원형이 이어지는 곳에서 태어난 배경으로 작가의 화면에 무의 율동성과 생명감 있는 색채가 화면에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의 원형은 행위의 속성이 그러하듯 성과 속을 아우르며 전체의 화합을 지향한다. 1980년 이후 장상의 선생이 소재로 하는 모시의 경우에서 보듯 모시올 사이로 스미는 채색과 먹이 배접한 화선지까지 스며서 아름다운 색채와 공간의 깊이를 형성하게 된다. 채색은 모시올에 쌓여서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의 효과를 발하고 먹은 깊이를 더하게 된다. 결이 고운 감각과 빛의 유희가 화면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장상의 선생의 화면은 실존의 체험으로서 잊을 수 없는 기억, 꿈과 유희, 그리고 색채의 환상이 결합된 감각들을 매우 강렬한 몸짓과 춤, 음악의 율동이 되어 서정적으로 충만한 화면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화면은 담담한 깊이와 기품을 간직한 저채도의 수묵을 기저로 하면서 화면의 색조를 조절한다. ● 장상의 선생은 꽃, 영혼, 바람, 넋, 산접동새, 춤사위와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들을 또한 오방색으로 나타난 상징적인 이미지를 추상화한다. 작가가 그린 바람과 넋, 꽃비 등의 그림은 말하자면 전통적인 이미지를 기억을 통해 환기해내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장상의 선생의 최근작에서 꽃을 추상화한 일련의 그림들은 정적인 기조를 유지한 모노톤의 담채, 상대적으로 더욱 내면화된 경향성의 회화가 보여주는 이미지-색채의 체험과 빛의 유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 류철하
Vol.20091031i | 장상의展 / CHANGSANGEUI / 張相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