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파는 가게

  2009_1031 ▶ 2009_110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1031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소철_난나 최현주_성경화_유승덕_이민_이수영&리금홍_정기현

기획_유승덕 주관_프로젝트그룹 협동조합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_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LITMUS COMMUNITY SPACE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786번지 Tel. +82.31.492.4595 www.litmus.cc

예술을 파는 가게 ● 안산시 원곡동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에 이상한 가게들이 입점했다. 일반적으로 가게는 생산자가 만든 물건들을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장소이다. 미술분야에 있어서도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미술품구매자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아트마켓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갤러리는 예술작품을 일반대중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아트마켓이다. 하지만 리트머스 갤러리 공간에서 판매되는 예술품은 무언가 수상하다. 예술품이란 모름지기 한 예술가의 삶,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 특유의 상상력, 대상에 대한 집요한 관찰 등이 모종의 창작과정을 거쳐 태어나는 최종결과물이다. 그런데 리트머스 전시공간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예술행위의 최종결과물과 거리가 먼 것들이거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작품이라 지칭하는 것들과는 다른 점들이 있다. 예술을 파는 가게라고 명명된 이 요상한 가게에는 창작행위의 최종결과물이 아닌 예술가의 창작과정이나 시간 등 일반적으로 판매될 수 없다고 인식되는 무형의 가치들이 뻔뻔스럽게 가격표를 내걸고 구매자를 기다린다. 그럼 이 가게에 입점한 가게들의 물건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난나 최현주_시간매매 큐브_모래시계, 아크릴, 1000원, 시트지_60×40×15cm_2008

난나 최현주 ● "당신의 3분을 1,000원에 삽니다"라는 난나 최현주의 「시간매매 TIME SALE」 프로젝트는 시간이 늘 부족한 구매자가 상대적으로 시간이 널널한 판매자에게 시간을 사는 퍼포먼스를 근간으로 한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오브제와 모래시계를 이용해서 3분에 1,000원인 시간이 구매자에게 양도되는 과정이 시각화된다. 현대인들의 시간부족 현상과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작가가 내놓은 시간매매 장치는 현실적인 실효성은 절대 보장할 수 없지만 예술을 빌미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색다른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민_예술가의시간-품_다채널 영상설치, 플래시 시계, 사운드, DVD 3종세트_가변설치2009

이민 ● 시간과 관련하여 이 가게에 들어선 또 다른 작업인 이민의 「예술가의 시간-품」은 예술행위의 최종결과물인 예술품에 가시화 되어 나타나지 않지만 창작에 기여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프루스트는 '예술작품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작가 이민도 이 유일한 방법에 의존해 자신의 영상작품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 존재했던 시간들이지만 작업에 직접적으로 선택되어 지지 않고 사라져간 시간들을 작업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작품이면의 창작과정을 담은 이 "되찾은 시간"은 dvd 케이스에 담겨 작가의 창작과정의 '품'의 시간으로 상품화된다.

김소철_이야기를 위한 한 연설대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_130.3×89.4cm_2008~9

김소철 ● 물질의 생산 보다는 생산과정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도 동시대예술의 특징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나는 김소철의 작업은 물질의 생산과정과 연관되는 텍스트만 존재하고 실제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제품 없는 사용설명서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러한 텍스트는 요리 레시피처럼 만드는 사람의 손맛과 재료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태인 것이다. 예술적 프로세스가 개입된 이러한 멋진 가능태가 예술 자체를 파는 가게에서 어찌 판매가치를 부여받지 못하겠는가?

이수영_양육이동연구소-양고기추적圖_복합매체_가변설치_2009
리금홍_양육이동연구소-양육이동연구소메뉴_종이에 아크릴채색, 싸인펜채색,액자_55×65cm_2009

이수영&리금홍 ● 예술은 파는 가게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과 과정을 파는 업종들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이수영과 리금홍이 공동출자한 「羊肉이동연구소」같은 정체불명의 컨설팅 업체도 입점하여 10월 31일을 맞이하여 개소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연구소는 양육을 비롯한 한국 내 조선족의 음식에 대한 추적과 연구를 의뢰 받아 사업을 진행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를 의뢰한 기관이나 단체의 존재는 베일에 싸여 있고 연구결과에 대한 활용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사회적 활용기능이나 목적이 거세된 이 업체의 사업방향은 사회를 향한다고 우기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면 할수록 그들이 하는 일은 예술이 된다.

성경화_황금 몰드_혼합재료_100×100×50cm_2009

성경화 ● 의도적으로 비개성적 작업을 생산하는 동시대에서 예술품의 고유성이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에 고유성이 존재한다면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의문을 담고 있는 성경화의 「찜닭 황금 몰드」는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든 찜닭을 실리콘몰드를 통해 누구나 복제할 수 있게 만들고 복제한 이의 사인을 넣도록 하여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작가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힘든 예술의 고유성을 판매하는 시도를 한다.

정기현_염소똥_염소똥, 나무평상, 조명, 텍스트_90×90×40cm_2009

정기현 ● 예술을 파는 가게에는 염소똥도 등장하는데 냄새나는 배설물과 예술은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정기현은 자신이 키우는 염소인 대안이가 하는 행동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똥을 싸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행위를 갤러리로 끌어들여 예술로 만들기 위해 작가는 평상, 텍스트, 조명 등의 약간의 소품을 이용하여 대안이의 똥을 클로즈업 시킨다. 대안이가 예술을 만들어내는 생동감은 부재중, 하지만 이를 지시하는 기호는 예술의 작위를 획득하며 갤러리 한구석을 점하고 있다.

유승덕_봉이친환경제품_투명PET용기, 선반, 판매데스크_가변설치_2009

유승덕 ● 마지막으로 21세기의 봉이 김선달을 자처하는 유승덕이 판매하는 봉이친환경제품을 살펴보자. "예술이 친환경의 가치를 바꿉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예술적 차원의 친환경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그의 가게에는 외형상으로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는 빈병만이 진열대를 채운다. 하지만 이병 안에는 때 묻지 않은 강원도 청정지대의 섬세한 정서가 듬뿍 들어 있고 이것은 유해환경에서 기인된 모든 병을 치유하는 신통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을 믿고 안 믿고는 순전히 관람객의 예술적 심미안에 달려 있는 게 아니겠는가. ● 이상과 같이 예술을 파는 가게는 예술품의 물질적 가치를 지양하고 예술 자체의 비물질성에 의존한 작업들을 수용한 공간이다. 왜 비물질적 가치인가? 들르즈는 기호학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한다. "왜 예술의 기호는 다른 모든 기호들보다 우월한가? 그것은 모든 다른 기호들은 모두 물질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 방출 양태 때문에 이 기호들은 물질적이다. 이 기호들은 자신들의 소유주인 대상 속에 절반쯤 싸여 있다."(질 들르즈, 프르스트와 기호들, 민음사, 69p) 이를 통해 보면 예술이 다른 가치보다 우월한 이유는 바로 예술의 기호가 비물질적 이라는데 있다. 예술이 사람들 앞에 등장할 때는 물질적인 옷을 입고 나타나지만 사실 이물질이 궁극적으로 지시하는 기호는 비물질적인 가치를 지시하고 있다. 이 비물질적 가치는 물질이 가지는 한계성을 초월하고 정신적인 차원의 의미를 생산하게 되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가능세계를 열어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 예술의 가치가 생성되는 지점에 관한 본질적인 의문으로 시작하는 이번 전시는 현실적으로 판매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예술가의 태도'나 '창작과정의 시간' 등을 자본주의 시장경계시스템 안으로 불러들여 상품가를 부여하는 실험을 통하여 제도관미술시장과 전혀 다른 가치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상품을 소개한다. 동시대미술을 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은 동시대 예술품이 거래되는 아트마켓의 품목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 어느 시점부턴가는 이러한 유형이 작업이 아트마켓의 주요품목으로 자리 잡게 될 날이 오지 않겠는가? 제도권의 아트마켓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는, 다시 말해 예술품은 생산하되 유통과 소비가 단절된 동시대예술을 하는 수많은 작가들이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그런 아트마켓이 바로 '예술을 파는 가게'인 것이다. ■ 유승덕

Vol.20091031c | 예술을 파는 가게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