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24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전라남도 옥과미술관 JEOLLANAMDO-OKGWA ART MUSEUM 전남 곡성군 옥과면 옥과리 미술관로 288-14(산1-3번지) Tel. +82.61.363.7278 www.okart.org
누군가 바삐 걸어가고 있다. 그 뒷모습엔 범치 못할 도시인의 날카로움이 배어나온다. 현대인들, 즉 우리들은 이 도시라는 공간에서 먹고 자고 하는 일차원적인 욕구과 더불어 새로이 지워진 욕망을 소비를 하며 살고 있다. 많은 욕망들의 교차점을 가지고 있는 이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우리 자신들의 쓸쓸함을 뒤로 감춘 채 전진만 할 뿐이다. ● 현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사진기와 우리의 관계는 보편화 되었다. 때문에 현대인들이 이미지를 바라보는 눈은 이제는 새로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익숙함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 카메라의 이미지들은 익숙함을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다. 익숙한 이미지들, 그리고 익숙한 공간, 그 도시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또, '왜 사진을 찍으세요?' 라고 물으면 작가들은 어떤 답을 할까? 삶을 되돌아보고 삶을 비춰보는 거울과 같은 빈 공간 읽기를 통해 사유존재를 발견하고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사진속의 울림은 바로 사진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닐까. ● 『비움_사유』장명근, 황지영展에서는 작가와 공존하는 다양한 문화를 보고 느끼고 호흡하는 시간과 그 공간 속에서 마음의 표지와 이정표들이 새겨 있는 사물, 사유적 공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 이번 전시는 화려한 도심을 배회하면 맞서는 빌딩 숲과 밀려드는 군중 틈에 있을 때 찾아오는 공허함, 현대문명의 이기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의 이치를 느끼고 문명과 소통하고 흐름의 변화를 즐겨 보고자 기획되었다. 사진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사진 속에서 아름다움과 문답을 찾아가고 내 것으로 만들어보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정삼
SANS TITRE, NI MARQUES ● 특별한 주제 없이 드러나는 장명근의 사진 속 공간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흩어지게 함으로서 관객의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우리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마치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결국 꺼꾸로 보여지는 세상을 향해 작가가 던지는 의문과 질문 속에 소용돌이처럼 빠져든다. 장명근의 사진들은 대부분 복도, 주차장, 건물입구, 실내정원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솟은 빌딩 등 현대도시의 비어있는 공간을 담고 있다. 관객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은 채 구조적으로 드러나는 도시의 이미지들을 보면서 추측만이 가능한 상태에 도달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숨쉬는 도시의 주변을 마치 부랑자처럼 배회한다. 그리고 순간적인 일회성에 의해 만들어 지는 사진적 행위를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 대상과 주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들을 통하여 심리적인 감정을 구체적으로 시각화 한다. 또한 대형프린터로 완성된 사진들은 한층 격자화된 구도를 갖게 되고 이로써 관객은 사진적 대상과 작가에 의해 의도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 각각의 사진들을 하나 하나 주의 깊게 바라보거나 혹은 사진들 전체를 가볍게 지나치더라도, 모든 이미지들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혹은 쉽게 발견 가능 할 것 같은 일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평범한 산책 대신 복잡하게 뒤얽힌 미로로 되돌린다. 장명근은 스스로 자각하는 일상의 인공적인 미로 속에 맨 먼저 빠져든다. 그는 도시공간의 투명한 유리문, 복도의 유동성, 출입 구조 등에서 느껴지는 가시적인 안과 밖의 경계에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배회하면서, 결국 숨겨진 또 다른 경계를 확인한다. 사진시리즈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은 최근 현대사진의 유행이나 경향에서 보게 되는 도시풍경이나 축소된 가상의 공간처럼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사진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일상적 도시 공간에 대한 꾸밈없는 해석과 존재했던 혹은 존재할 대상에 대한 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마주하는 관객 스스로에게 질문을 유도하는 제안적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 장명근은 도시의 빈 공간과 재현된 도시의 빈 공간 사이에 놓인, 그의 사진 안에 앞서 언급된 세가지 관점을 고리 모양으로 끊임없이 반복시키면서 겹겹이 겹쳐 놓는다. 사람의 눈높이와 수평선상에서 촬영된 그의 대부분의 사진들은 주제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마치 작가 자신이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의 경계, 그리고 현기증과 현기증의 원인 사이의 경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 같은 막연한 인상을 간직한다. 닫혀있는 건물의 유리문, 줄지어 있는 코드 자판과 우편함들, 그리고 덧문의 바리케이드는 지하철 차량 천장의 인공적인 빛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감시되는 공항의 복도에서처럼 관객에게 불편하고 애매모호한 안락함을 갖게 한다. 지하통로 또는 주차장을 장식한 가상의 이미지, 유리창너머로 보이는 인공적인 숲, 그리고 보여지지 않는 길을 향해 뚫려있는 벽의 유리창과 같은 이미지처럼 작가는 필요에 따라 상하를 뒤집어 놓기도 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들을 대립시킨다. 카마이유의 섬세함을 훌륭하게 표현하며 상향 촬영된 파란 하늘 사진들과 같은 그의 미적 주제는 이미 오래 전에 촬영된 눈 덮인 교토 정원의 이미지에서 나타나는 감성적 에세이만큼이나 문학적 소설에 가까운 정서적 환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에르베 르 고프 Herve Le Goff
The Place ● '공간'과 '장소'는 경험을 나타내는 공통의 단어이기에 경험적으로 공간의 의미는 종종 장소의 의미와 융합되기도 한다. 구별을 짓는다면 '공간'은 '장소'보다 추상적이다. 공간은 움직이며 개방, 자유, 위협이다. 장소는 정지이며 개인들이 부여하는 가치들의 안식처이며 안전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중심이라고 한다. 인간의 직·간접적인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미지의 공간은 친밀한 '장소'(place)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환경과 사회의 범주에서 학습되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체득되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암암리에 작용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즉 낯설은 추상적 공간(abstract space)은 의미로 가득 찬 구체적 장소(concrete place)가 되는 것이기에 나의 작업은 "The Place"에 그 중심을 두고자한다. 바로 '~에 의해 만들어진' 또는 '~에 의해 형성되어진'것들을 문화의 틀을 씌우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소비를 하는 것에 이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시된 사진에서 직접적인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러한 공간과 장소는 동시대의 우리가 경험하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들이라 여겨진다. 특정한 환경에 속에 살아가지 않더라도 어쩌면 하나의 형태로 제시되는 문화와 사회, 공간 속에 있다고 느끼고 그것에 대한 의문과 관심을 품기 시작된 작업들이다. 확장과 전진의 논리에서 비롯된 시공간, 그 속에서의 동시대의 인식과 생활양태. 처음의 낯설음, 생경함이 식는 속도가 빨라지고 어느새 그것은 자연스러움과 당연한 문화로 자리하는 요즈음의 내러티브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것은 갖춰진 한 공간이 그곳에 대한 '소비'를 함에 있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문화적, 사회적으로 행해지는 집단적인 공간경험으로 연결되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을 위해 공간조성에 관계한 서술적 상황, 문화적 상황은 그 지역성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도 보여 질것이다. ■ 황지영
Vol.20091030h | 비움_사유-장명근_황지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