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_2009_1021_수요일_05:00pm 개막 퍼포먼스_2009_1021_수요일_06:00pm_이용백의 「엔젤 솔저」
참여작가 미술관 프로젝트 (Museum Project) / 「Museum & Art」(5명)_김창렬_박서보_서세옥_심문섭_윤명로 「Museum & Society」(9명)_강홍구_곽남신_김승영_서용선_유승호_이승택_전수천_전준호_최수앙 「Museum & Vision」(17명)_강애란_강영민_김기라_김수정_김창겸_김홍주_문훈_박기원_박병춘_서승모 유근택_이문호_임택_정승운_최성재_한기창_함연주 공간변형 프로젝트(25명) / 김경원_김윤수_김지민 김태준_강소영릴릴_박용석_박재영_신상호_신정필_안규철_안상수_안정주_양진우_원다연_유영호_윤석남 이용백_임옥상_정현_최우람_최정화_황란_황형신_황혜선_Upsetpress 다큐멘터리 프로젝트(2명) / 문경원_박동현
관객 참여 이벤트 「마음의 지도 (Heart-Map)」BUSY BEE WORKS 2009_1107_토요일_02:00pm_본관 뒤 광장
음악회 국악 관현악 공연 / 국립국악관현악단_2009_1024_토요일_04:00pm~04:50pm 창작 국악 공연 / 국립국악원_2009_1031_토요일_04:00pm~04:50pm 장소_본관 뒤 광장
전시설명회_평일 4회 10시, 12시, 2시, 4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금,토,일요일_10:00am~09:00p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건립 예정지 (옛 국군기무사령부 건물 내․외부) 서울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Tel. +82.2.2188.6000 seoul.moca.go.kr
I. 미술관 프로젝트 ● 1. Museum & Art 박서보는 우리나라 앵포르멜과 모노크롬의 살아있는 신화라 할 수 있다. 작가는 70년대 이후 근 30년 이상을 「묘법(Ecriture)」시리즈 제작에 전념하였는데, 이 시기 동안 묘법 연작은 3번의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초기 「묘법」이 캔버스에 물감을 칠한 후 그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필로 선을 긋고 그 위에 다시 물감을 얹는 작업이었다면, 80년대의 「묘법」은 물에 불린 한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가느다란 연필로 화면을 그어 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최근의 묘법은 이전과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화려한 색채를 사용한다는 점과 제작 기법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정교한 드로잉에서 출발하는 이 시기의 작업은 오랜 시간 물에 담가둔 한지를 캔버스에 올리고, 한지를 밀어내는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캔버스에 밭고랑 같은 골을 만든 후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반복되는 행위는 자신을 비워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것이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작품 제작 방식이라 설명한다. 즉, 모더니즘 시대의 회화가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회화는 치유의 도구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작가는 자신을 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캔버스가 스펀지처럼 무엇이나 포용할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기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30년 이상 무채색을 사용하던 그가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자연에서 비롯된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으로 승화된 사유의 색이 주도하는 근작과 함께 작가는 미술관 소장품 중 70년대 자신이 제작한 연필 묘법을 선택하여 묘법시리즈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창열은 "물방울 작가"로 유명하다. 50~60년대 앵포르멜 운동에 참여하여 전쟁의 상흔을 캔버스 위에 표출하는 추상작업을 보여주던 그가 물방울을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부터이다. 우연한 기회에 물방울의 영롱함을 발견하고 매료된 그는 이후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근 40년에 걸쳐 작업해 온 그의 물방울 작업은 하나의 물방울이 캔버스를 점하고 있는 작품에서부터 캔버스 전면을 물방울이 메운 작품까지, 이제 막 맺힌 영롱한 물방울에서 금방이라도 밑으로 흘러내리거나 표면으로 스며들 물방울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물방울을 제작하는 동안 그의 화면 지지대도 캔버스에서 신문지, 마포, 모래, 나무판 등으로 변화되었으며, 물방울의 조형적 측면을 드러내기 위해 물방울과 함께 스며든 물방울의 흔적, 거칠게 발라놓은 유화물감, 천자문 등을 그리기도 하였다. 특히 90년대 이후 그의 작업은 천자문을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활자의 선이 물방울의 조형성을 증가시키는가 하면 물방울에 의해 반사된 글자의 획을 화면에서 찾아내는 쏠쏠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진짜 물방울"같아 보이도록 그려진 김창열의 물방울은 회화가 지니고 있는 일루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은 물론 개념과 사물 사이 혹은 허구와 실제 사이에 위치함으로써 깊은 성찰을 요하는 철학적 물음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 물방울이 화면전체를 덮고 있도록 올오버(All-over)적 방식으로 제작한 「물방울의 형태」와 1980년대 한글의 획을 배경으로 물방울을 그린 「물방울」, 1990년대 이후 얼룩진 여백위에 천자문을 배경으로 물방울을 그린 「회귀」, 더 나아가 물방울을 주제로 작업한 판화작품까지 소개됨으로써 그의 물방울 그림의 변화상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 Museum & Society ● "그림자 작가" 곽남신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작업한다. 그는 운동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 여인의 모습을 실루엣이나 그림자로 표현한다. 곽남신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연민과 유머를 깔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멀리누기」 연작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생물학적인 남성이 아닌 사회학적 남성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오줌누기"를 화두로 삼은 작업이다. 관객은 자신이 속한 세대에 따라 혹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당당하게 버티고 선 남성의 평면적인 실루엣으로부터 솟아오르는 3차원의 굵고 강한 스테인레스 오줌줄기를 보고 철모르는 어린 시절 재미삼아 해 보았던 친구들과의 멀리누기 내기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가 하면, 그와 대조되게 한쪽에서 보일 듯 말 듯 웅크리고 서서 힘없이 짧게 흐르는 오줌발을 불안한 듯 소심하게 내려다보는 남성의 실루엣을 힐끔거리며 피식 웃음을 짓기도 한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두 작품은 철모르는 어린 시절의 단순한 놀이에 조차 우리사회에 만연한 남성의 폭력성과 남성 우월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었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더 나아가 서로 마주한 두 인물상을 통해 거대한 오줌줄기로 상징되는 폭력적인 권력의지의 반대편에서 좌절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고, 우리 근현대 정치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렇듯 곽남신이 연민어린 시선으로 잡아낸 일상의 모습 속에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희극과 비극이 교묘히 교차하고 있다.
최수앙은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주목하여 왔다. 사회가 거대해지고 고도화될수록 사회 시스템은 사람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표준화, 정형화, 체계화시킨다. 미술관 소장품 「The Wing」은 신체의 일부분을 파편화하여 집적한 작업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이상을 이루듯 수많은 거친 손들이 모여 하나의 날개가 되었다. 비록 사회의 입장에선 숭고한 희생이라고 칭송하더라도, 개인의 입장에선, 그가 원했건 그렇지 않던 간에, 그 희생이 잔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인의 분자적 흐름을 몰적 흐름으로 바꾸는 엄청난 폭력이 그 과정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The Islets of Asperger (아스퍼거의 섬들)」에서 'Asperger'는 어떤 한 부분의 능력이 특별히 발달하여 사회와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을 칭하는 병리학적 용어이다. 작가는 커다란 입과 귀로 이리저리 루머를 퍼트리는 사람, 머리가 크고 무거워 일어날 수 없는 사람, 커다란 손을 내밀어 구걸하는 사람, 남다른 후각으로 냄새를 쫒는 사람, 발이 너무 커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 등을 과감한 과장과 생략으로 표현하였다. 우리가 세운 사회적 통념으로 판단할 때 이들은 기피의 대상이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비주류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속성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본모습이며, 또한 숨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이전의 사실적인 묘사와는 다르게 일정 부분을 과감히 변형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3. Museum & Vision ● 강애란은 인류 역사에서 지식을 상징하는 책, 그리고 책과 관련된 것을 모티브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성찰을 모색한다. 특히 작가는 '디지털 북' 프로젝트를 통해 미셸 푸코가 말하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공간을 만든다. '호모토피아(homotopia)'와 반대되는 헤테로토피아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며, 어떤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부유하는 공간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 강애란은 「The Sublime - The Space of Heterotopia」를 출품했다. 그의 공간에 들어서면 다시 작은 방이 나오는데, 작가는 이 작은 방을 "The Space of Book"이라 칭하였다. 관람자가 방 밖에 비치된 5개의 책 중 하나를 들고 이 방에 들어가면, 방 안에 설치된 3개의 화면과 스피커에서 그 책과 관련된 영상과 음향이 나오며, 관람자는 마치 시공을 초월한 공간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 작은 방이 헤테로토피아의 공간이며, 가상의(virtual) 공간이며, 사이버스페이스인 것이다. 이 책들의 주인공은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바넷 뉴먼(Barnett Newman), 마크 로드코(Mark Rothko),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로 모두 '숭고'를 강조했던 예술가들이다. 더불어 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담고 있는 종이의 묶음이 아니다. 사람이 책의 글을 읽으면, 어느 순간부터 저자의 사고와 사상을 공유·소통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책도 헤테로토피아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기라 작업에 있어 출발점은 정상과 비정상의 '편가르기'이다. 비록 그의 작업을 굳이 계보학적 시도라고 거창하게 칭하지 않더라도, 그는 항상 예리하고 진지한 통찰력으로 사회적 통념을 거침없이 흔들어 왔다. 예전부터 그는 장애인, 다운증후군, 조직폭력배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삼을 만큼 소위 주변적인 것과 소외된 것에 관심이 많았다. 더불어 그는 대중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 서구사회가 바라보는 아시아의 이미지, 자본주의사회의 프로파간다 등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그 이면에 존재하는 가벼움, 깊이 없음, 바쁨 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김기라는 본관 1층에 '미술관 속 미술관'을 만들었다. 그의 프로젝트 제목은 「The Museum Project - 악마화 각본」이다. 이곳에 새로운 미술관이 완성되기 전, 과거를 돌아보자는 의미로 미술관을 꾸민 것이다. 그의 작은 미술관은 크게 네 구역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김기라는 미술관 소장품 12점(백남준, 안창홍, 박홍천, 김범, 게리 시몬스 등의 작품)과 그의 「Coca-Killer」를 함께 걸어놓았다.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소장품과 그의 작업의 구별이 힘들다. 두 번째 공간에는 그의 '정물화' 시리즈가 설치된다. 이 그림들은 마치 16세기의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것은 현대의 패스트푸드이다. 세 번째 공간에는 '가면' 시리즈가 전시된다. 중국과 인도의 옛 가면 사이에 프로레슬러와 슈퍼히어로의 가면이 섞여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벽면에 삽화를 그려 넣었다. 사진이 없었던 중세 시설의 삽화 형식이지만, 그 내용은 현대의 문화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II. 외관 변형 프로젝트 ● 최우람 은 곤충, 물고기 등을 연상시키는 움직이는 기계생명체를 제작한다. 그는 가상의 기계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그 생명체에 대한 증빙자료와 인포메이션을 텍스트로 작성하고, 이 텍스트를 작품과 함께 전시한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오히려 완벽하게 사물을 재현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생명력을 가진다고 평가된다. 그의 대표작으론 「Ultima Mudfox」, 「Echo Navigo」, 「Urbanus」 등이 있다. 이 기계생명체들은 자연 보다는 주로 도시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상정되지만, 이들 기계생명체와 인간과의 관계는 배타적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물론 그가 만드는 기계는 인간활동의 부작용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도 그 실체를 잘 알지 못한다. 최우람의 신작 「비밀의 추」는 옛 기무사가 가진 비밀에서 유래한 기계생명체다. 이때, 비밀은 개인적인 것일 수 있으며, 혹은 역사의 흐름,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작가는 비밀은 아름다우며 동시에 위험하기 때문에 이런 비밀을 지키기 위해선 일정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에너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응집되고 숙성되어 기계생명체의 동력이 된다. 2층 복도에 들어서면 오래전부터 이 건물에서 자생한 것 같은 「비밀의 추」이 보인다. 이 기계생명체는 꺼져가는 촛불 같이 약한 빛을 발산하고 있으며, 생명체의 심장을 보호하려는 듯 날선 가시를 세우고 있다. 복도를 따라 순차적으로 흔들리는 작품은 마치 비밀이 가진 위태로움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용백은 한국 미디어 아트의 대표주자 중 한명이다. 그의 "Angel Soldier" 연작에서 '엔젤'은 삶과 죽음, 평화와 전쟁,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있는 소통의 중계자이다. 그의 작업은, 조선시대 사간원에서 국군기무사령부 다시 현대미술관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지금껏 이 공간이 가졌던 역사와 이념의 경계를 뛰어넘어 보다 확장되고 열린 개념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업은 싱글 채널 비디오, 개막식 퍼포먼스, 개막 이후의 핸드폰을 이용한 설치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강당에서 펼쳐지는 개막식 퍼포먼스는 음악감독 이윤석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강당 가운데에는 '파이널 컷'(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에 등장하는 타임라인이 20×3×5m 크기의 입체물로 세워지고, 그 구조물 속을 엔젤-솔저가 통과하면서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관객은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의 이미지를 화면이 아닌 현실에서 보게 되며, '엔젤 솔저'의 움직임에 따라 12명의 연주자들은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트롬본으로 파장, 떨림, 긴장감을 표현한다. 이용백은 전통악기인 박(拍)으로 퍼포먼스의 흐름을 조절할 것이다. 개막식 이후 퍼포머들이 입었던 꽃무늬 군복들은 강당에 전시된다. 꽃무늬 군복에는 계급장, 주특기, 국가,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그 이름에는 백남준, 존 케이지 등과 같은 유명한 예술인과 평소 작가가 존경하던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각 군복에는 핸드폰과 핸드폰 번호가 들어가 있다. 관객은 군복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면 그 인물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III. 다큐멘터리 영상 프로젝트 ● 문경원 은 인간의 이미지와 풍경을 통해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이다. 그는 인간의 모습과 그 삶을 구성하는 공간의 풍경적 요소들을 통해 관계의 문제를 제기한다. 작가는 풍경과 매개된 시공간이 그와 연류된 대상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그 풍경은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인간의 실존이 결여된 채 사물과 사물의 관계로만 존재하는 박제화 된 풍경을 거부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박제」는 옛 국군기무사령부로 사용되던 소격동 165번지가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혹은 서울이라는 도시와 어떠한 관계도 맺지 못하였음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는 소격소가 세워진 이래 통치자와 백성간의 소통을 위한 장으로서 기능하던 이 장소가 근현대사를 거치며 국민의 생활을 억압하고 권력의 핵심부를 위한 영욕의 공간으로 변하여 결국 감시와 억압을 상징하는 암흑의 공간으로 화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로 인한 관계의 부재는 이곳에 대한 실체없는 과장된 이미지를 우리 안에 자리 잡게 한다.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무사의 이미지와 실제 그 공간 속에서 발견한 온실이 보여주는 괴리감을 통해 박제화 된 관계 속에서 이 공간이 과장되게 상징화 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상상 다큐 「박제」는 옛 기무사 부지와 관련하여 실재했던 사실과 이미지로 제공되는 상상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그간 기무사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던 역사적 사실과 우리에게 각인된 이미지들 사이의 간극을 담담하게 드러냄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 공간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091028h | 신호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