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최 중섭 의 근작 ;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서 ● 그의 극사실 회화는 일상에 상상력이 개입되면서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간과 이미지를 보여준다. 현실을 바탕으로 실재와 같은 이미지는 작가의 시적 감수성과 낭만성이 더 해지면서 초현실적 분위기가 고조된다. 아울러 일상과 환상, 그리고 상징이 가미된 꿈과의 결합은 극사실적 묘사와 이중적 공간 형성 등으로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주제가 있는 그의 작품은 오늘날 역시 그림이란 결국 작가 자신의 존재 탐구가 아닌가하고 물음을 생각하게 한다. ● 근작에서 특히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낭만적 화풍과 무대 연출처럼 보이는 시각의 극적 효과를 연출한다. 감상자인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의 현실과 초현실적 회화는 자신만의 독자적 조형언어로 극사실을 선택한다. 시각 이미지의 극사실적 접근으로 자아의 존재와 사물의 실재성, 그리고 공간 표현의 다양성에 당위성을 가지며 작품의 내용을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초기 최중섭의 연작들은 현실을 바탕으로 모티브와 주제를 선택하고 있다. 이것이 근작으로 오면서 현실과 초현실의 결합을 꾀하는 또 다른 삶의 표상이 보여 진다. 현실에서 초현실적 풍경을 그려나가면서 작가는 이것을 '초공간'의 세계, 사물의 '상징계'라고 말한다. 현실 풍경은 일상의 꿈을 통해 직접적으로 묘사되고 설명되어 진다.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일상의 풍경에 모티브는 다양하다. 아파트 실내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의 모습들이 담담하게 그려지거나 겨울 난로가 있는 화실 학생들의 군상, 그리고 안개가 낀 거리와 무엇보다 독백과 기원하는 여인의 초상화가 독립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일상을 소재로 소박한 존재의 모습이 현실적 삶을 보여주고 있다. ● 「기원(祈願)2000-04」 연작의 경우는 종이에 수채화나 캔버스의 아크릴 기법을 통해 묘사된 여인과 나무, 그리고 단색조의 배경이 현실 그대로임을 성실하게 보여준다. 단지 그의 현실적 풍경은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지 않고 무언가 꿈을 꾸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후기 초현실적 작품을 예고하는 듯하다. ● 현실을 주제로 그려지는 작품 역시 묘사의 섬세함으로 사진보다 더 감성을 자극하는 순수함을 보여준다. 작품은 작가의 인상만큼이나 소박하고 착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꾸밈없는 순박한 표정이 읽혀지며, 작품과 작가의 인상이 비교되어 오랜 여운을 남긴다. 작품은 결국 작가의 얼굴이 아닌가? 나무 한그루와 여인, 풀밭 위의 나비와 소녀 모습, 그리고 두 개의 풍경이 하나의 화면에 재구성되거나 기교가 넘치는 정물화가 무대의 조명처럼 빛을 받으며 '기원'을 담고자 한다. 기원은 현실이며, 작품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출발이 된다.
현실에서 탈피는 '존재와 초공간' 탐구라는 주제를 선택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변화를 갖는다. 이는 현실과 초현실의 결합이다. 근작인 「당신이 잠든 사이 2009」나 「존재와 초공간의 우연한 만남,2009」 등에서 보듯 그는 현실의 풍경을 충실하게 묘사며, 더 나아가 복합적 공간 속에 마치 꿈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의 우연한 만남으로 초현실의 세계, 또는 '초공간'이 하나의 화면에 펼쳐진다. 침대에서 잠자는 사람의 배경으로 바닷가 풍경이 그려진다거나 바다와 사각 틀 속의 여인이 결합된 구성, 그리고 그림을 그리다 화실에서 잠자는 화가 자신의 모습과 배경으로 돌고래가 있는 수족관, 또는 친구의 방문이나 허상의 자아와 허물어진 벽, 나비와 새, 고래, 물고기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배경에 등장하는 물고기나 사물들은 무의식, 또는 우연의 만남으로 작품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더욱이 이미지들의 극사실 묘사는 사물과 현실의 기만적 성격을 갖는다. 실재인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존재에 대한 의문과 일상의 이탈을 재촉한다. ● 여기서 그가 연출하고 있는 환영의 이미지 본질은 무엇인가? 이미지는 분명 현실과 다른 그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주제와 내용은 구체적이며 서술적이다. 인물 주변에 펼쳐지는 분위기는 시적이며, 낭만적이다. 작가는 단순한 환상이나 환영의 그림자 묘사를 뛰어넘어 보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아가 일상의 친근한 이미지와 사물의 극사실 묘사는 주제 의식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 특히 근작의 초현실적 화풍은 인물과 사물의 필연적, 또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존재를 확인시켜 나간다. 현실에서 존재의 확인은 주인공이나 중심 되는 사물의 형상이 확대되면서 쉽게 전달된다. 또한 실재의 사물을 극한으로까지 묘사를 통해 잘 드러낸다. 자아의 성찰적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극 사실 묘사의 대상은 지각에 혼란을 주기도 하나 진실에 접근하려는 작가의 의지표현이다. 작가는 자신이 주장하는 존재와 초공간의 탐구에 가장 적합한 조형언어로 이러한 사실적 묘사에 믿음을 갖는다. ● 미술사에 등장하는 극사실은 일상보다 초현실의 세계를 묘사하는 기법으로 주목받아 왔다. 최근에는 착시현상이나 시각적 눈속임의 대표적 기법으로 사진보다 더 사진처럼 그려지는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양식의 극 사실 기법은 산업화와 기계문명의 도시적 삶의 표현에 적합한 기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최중섭의 경우는 소비 생산품처럼 만들어지는 포토리얼리즘과 달리 극사실을 통한 현실과 초현실의 묘사는 작가 자신이 선택한 주제와 내용으로 주체성을 갖는다. 표정 없는 산업화의 극사실 묘사나 기계가 만들어 내는 차가운 사진적 시각보다 개인의 따듯한 시선이 살아나는 조형언어로 차별화를 이끌어 나간다. ● 결과적으로 최중섭의 회화에서 극 사실은 '존재'와 '초공간'의 문제를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시키느냐의 방법론이다. 이것은 감상자로서 관객을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그가 묘사하고 재구성한 인간과 사물의 이미지와 공간 변화에서 극사실 이미지들은 현실과 환상, 초현실의 반영인 것이다. 평면 회화에서 초 현실을 제시하는 회화적 실험은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현실과 꿈, 사물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공간의 이중적 구조 등이 관객의 반향을 일으킨다. 이는 메를로-퐁티 말처럼 우리 앞에 존재하는 빛이나 색의 깊이는 그것들이 우리 몸에 반향을 일으킬 때가 중요하듯, 그가 제시하고 있는 환영의 세계는 관객에게 풍요로운 미의 세계로 진입하게 한다. ● 무엇이 이러한 반향을 일으키는가를 작가는 '낭만성'과 '상상력'의 개입이라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작업으로 그는 극 사실 묘사를 통한 주제표현으로 "급변하는 도시적 삶에서 꿈과 욕망을 그리는 자아의 존재 탐구이며, 감성과 이성의 낭만적 결합으로 상상을 통한 초월적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점차 그의 근작은 후기 산업화에서 파생되는 삶의 문제와 개인의 존재 의식, 그리고 낭만성과 상상력을 통한 현실 저편을 그린다. 사물의 형상은 실재처럼 만들어지며, 이미지의 중첩과 상징, 그리고 화면의 다중 구조를 통해 조형적 실험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최중섭의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 사이에 또 다른 실험 작품들로는 상징성이 강조되는 정물화로 「꽃 그림자(2008-09)」와 풍경 시리즈인 「겹친 풍경(layer landscape 2005-07)」 연작들이 있다. 이들의 주제와 모티브는 사물과 다른 형상의 그림자가 상징적으로 나타나거나 동일한 화면에 겹쳐진 층이 만들어지는 이중 공간의 풍경이다. 그림자와 층이 겹쳐진 이미지는 상징과 '초공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정물과 풍경, 빛과 그림자가 현실을 현실이 아닌 초현실의 세계, 환상과 상상, 상징 계를 넘나들면서 인간과 사물의 사실성reality과 실재real의 문제를 이론화시켜 나간다. ● 리얼리티는 그의 존재 탐구로 자화상이 그려진 작품은 물론 근작의 정물화와 풍경화의 이론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론화의 출발은 사실성(事實性)이라는 리얼리티reality와 실재를 의미하는 리얼real의 문제에서 시작한다. 사실성과 실재는 인간의 주체의식과 분열, 해체와 연결시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실재의 문제는 이론화에서 조형적 형식 분석과 달리 정신분석학적 접근으로 프로이트와 라캉의 무의식적 욕망 이론과 연결시켜 볼 필요가 있다. 이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현실계와 상상계, 상징계와 연결시켜 보면서 그의 존재와 초공간 탐구의 이론적 접근을 생각해 본다. ● 그의 대부분 모티브는 현실을 바탕으로 구성된 실재이며, 스스로 자아를 찾는 배경으로 주체 의식이 형성되기 이전에도 존재한다. 실재는 라캉의 이론에서 시간적으로 상상 계와 상징계에 선행한다. 직접적이고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실재를 작가는 현실과 꿈을 이용한 모티브들로 초현실적 표현이 이루어진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공허함은 실재가 아닌 실재이다. 머리가 없는 인간상이나 부서진 벽돌담 등은 상상도 상징도 아닌 실재이나 비현실의 실재들이다. ● 실재에 이어서 상상은 라캉에 의해 거울의 단계로 설명된다. 사실 인간에게 있어서 상상계는 자아 탐구의 구체적 시기이다. 거울이 비친 자아는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실재의 자아로 느끼는 상상이 실재로 변하기 때문이다. 공간도 다른 거울 저편의 나는 실재 존재하지 않으면서 이미지의 내가 나임을 확인시켜 나간다. 믿음과 자율성은 상상 계에서 자아 탐구에 힘을 보태준다. ● 최중섭 작품의 예로 「존재와 초공간의 우연한 만남(2009)」에 등장하는 중앙의 인물은 실재로 잠자는 작가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실제의 나임을 믿지만 눈을 감고 잠자는 모습이나 친구들의 방문, 주변의 혼란스런 사물들로 여러 환상과 착각, 실존적 형상에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듯 그려진 극사실의 자아모습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진정한 주체로 마치 상상 계에서 자신의 자아를 거울상에 비추어 규정하듯 리얼하게 재현되며, 동시에 친구(타자)들을 통해 자아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 이어서 풍경의 중첩된 공간화와 정물 그림자의 상징성은 상상계에 이어진 나의 존재 확인이다. 상징은 무의식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상상계의 주체 탐구에 이어 상징은 자아 확립이다. 정물화 백합의 그림자로 백조의 등장은 이브가 흘린 눈물로 원죄의식까지 생각하게 한다. 에덴동산의 추방으로 이브의 눈물인 백조는 종교적 상징을 떠나 마치 거울 단계 이후 형성되는 주체 확립과 연결 고리를 갖는다. 상징은 자아 표현과 기만적 리얼리티로 중첩된 풍경 구조와 같이 완성도를 갖춘 자아 탐구의 회화로 정신분석의 이론화에 결정적 요소를 제공한다.
끝으로 주목되는 그의 사실적 묘사의 작품형식과 내용에서 우리는 일상의 삶과 꿈, 기원을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풀어 나가려는 인간상에 주목하게 된다. 희망은 일상의 모습이 꿈과 결합되면서 신비롭게 펼쳐진다. 비록 도시적 삶의 소외와 비극성이 넘쳐도 작가는 슬픔보다 기쁨을, 우울이나 공포, 불안에서 벗어난 인간을 그리고자 한다. 고뇌에서 벗어나려 는 작가의 의지는 극사실이라는 차갑고 냉정한 무기를 통해 힘을 더해 나간다. ● 나아가 현실과 꿈, 그리고 낭만성이 강조되는 그의 회화는 감성과 이성의 융합이며, 더 나아가 자아를 확인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자 한다. 작가는 자주 상상과 무한의 동경을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의 숨결을 화면에 담는 초월적 환상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현실적 삶의 풍경을 무채색이 아닌 사실성의 화려한 색채로 사물과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 최중섭의 회화는 심리적 자동작용에 의해 완성된다. 이성의 지배에서 벗어나 감성과 낭만성은 도시적 삶의 풍경을 풍요롭게 만들어 나간다. 윤리적 선입관이 배제된 현실과 꿈에 관한 그림은 과거가 아닌 내일을 그린다. 우연의 만남으로 인간과 사물, 복합적 공간의 탄생은 낯선 세계의 연출이나, 희망을 그리고 있다. 희망은 모호한 꿈을 환상이 아닌 현실로 이끌어준다. 자기도취의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 실재(현실)와 상징, 상상계를 통해 관객은 관음증 환자가 아닌 주체를 찾아나서는 독립된 자아를 꿈꾸게 하는 것이다. ■ 유재길
Vol.20091028d | 최중섭展 / CHOIJUNGSUB / 崔仲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