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된 풍경_얼굴없는 희망

최선영_이야기展   2009_1017 ▶ 2009_1031 / 일,월요일 휴관

최선영_'a scene' series_라이트 패널_40×60cm_2009

목격된 풍경_최선영 / 2009_1017 ▶ 2009_1023 초대일시_ 2009_1017_토요일_05:00pm

얼굴없는 희망_이야기 / 2009_1024 ▶ 2009_1031 초대일시_2009_1027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04:00pm~10:00pm / 일,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지하_BANJIHA 대전시 서구 갈마1동 갈마공원7길 47(264-25번지) Tel. +82.10.6233.0272 cafe.naver.com/halfway

나는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거리에서 치장이 끝난 것과 치장되다 만 것과 치장되지 못한 온갖 풍경들이 거칠게 내뱉어 놓은 나머지 풍경을 본다. 남겨진 것들끼리 우연히 만나 어색하게 숨 쉬고 있는 풍경. 많은 이들의 욕망이 완결된 이미지로 드러나는 순간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기이한 풍경들이 스스로 꼴라쥬를 시작하고 나는 그 순간을 기록한다. 누군가가 조작하지 않았으나 조작한 것보다 더 이상한 이 풍경들은 우리 삶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스크린이 된다.

최선영_'a scene+a scene' series_라이트 패널_40×120cm_2009
최선영_'a scene' series_디지털 프린트_40×60cm_2009

내가 목격하고 기록하는 그 '순간'들은 개별적 사건들이 결합되어 만든 하나의 장면이다. 내가 고정된 화면으로서의 사진 작업에 이어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텍스트로 담은 영상 작업(Memory, 2009)을 시도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강남 길 한복판, 지하철 공사장 펜스에 적힌 "더 좋은 세상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그 옆 "미네르바 성형외과" 간판을 만났을 때의 그 장면. 기가 막히는 현실의 문제가 기가 막히게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그 순간은, 많은 이들이 시선을 두지 않기 때문에 더욱 현실과 닮아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하는 것은 풍경의 흥미로운 구도가 아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삶의 리얼함, 그 존재 자체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서로 관계가 없는 구체적인 사건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그 지점에 편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삶의 일부가 있다. 나는 곳곳에서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그 순간들이 눈에 띄는 것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 '그냥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다. 남자는 차가 있어야 하고 이 시대의 현모양처는 재테크의 달인이어야 한다고 우리 집에 놀러온 내 친구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차가 없는 사람과 결혼했으나 그는 남자다. 한 친구가 그 남자의 사진을 집어 들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데 우리 집 강아지 봉식이가 친구의 뒤로 걸어가 똥구멍 냄새를 맡는다. (영상 「Memory」(2009) 中) 최선영

이야기_얼굴 없는 희망_잉크젯, 엡손 인헨스 매트 페이퍼(192g)_368×1000cm_2008

높고 넓은 건축물들이 층층이 쌓여 가고 빼곡하게 늘여져 갈수록, 이른바 삼차원은 이차원으로서의 면모가 강조된다. 이는 집착이 낳은 거리감에 의한 것으로, 어느 대상에 밀착하여서는 그의 다양한 모습을 알지 못하고 끝내 일면에 치우치게 될 뿐이다. 이를테면, 주사위를 적당한 거리에 두고 보았을 적에는 점의 수를 세 가지 면까지 확인할 수 있으나 한쪽 면만을 눈앞에 들이대었을 때 도무지 다른 면에 있는 점의 수를 헤아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소비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온전히 버티기 힘든 세상 속을 살아가고 있다. 그 자·타의적인 소비는 건물의 높이와 넓이를 키우고 늘이며, 드높고 드넓어진 건축물들은 다시 우리에게 소비를 요구한다. 이 굴레는, 집착이 낳은 밀착은 건강한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결국 황폐함을 남기고 절망을 낳는다.

이야기_얼굴 없는 희망_잉크젯, 엡손 인헨스 매트 페이퍼(192g)_368×1000cm_2009
이야기_얼굴 없는 희망_잉크젯, 엡손 인헨스 매트 페이퍼(192g)_368×1000cm_2008

우리를 갉아먹어드는 이 부조리한 구조 너머로 트여 있는 구름 띤 하늘을 본다.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하늘은 차라리 그 얼굴이 없다 하는 편이 나을 만큼 다양한 표정(구름)을 지으며 그리도 아득바득 거머쥐려 안달하던 것들을 미련 없이 놓아 버리라 타이른다. 이내 잔뜩 오그라들었던 거리감은 느슨해지고… 너무도 멀어 막연하게 여겨질 뿐이더라도 그 얼굴 없는 희망을, 포근하게 품어 본다. ■ 이야기

Vol.20091027b | 목격된 풍경_얼굴없는 희망-최선영_이야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