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접전

김형展 / KIMHYUNG / 金亨 / photography   2009_1031 ▶ 2009_1119 / 월요일 휴관

김형_본다프로젝트_디지털 프린트_80×8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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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31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집 갤러리_SPACEZIP gallery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291-33번지 1층 Tel. +82.2.957.1337 www.spacezip.co.kr

'과묵한 사진'에 대하여 ● 거의 모든 경우 행동은 제어 당한다. 마치 연극무대의 배우처럼 타인들에게 보이기 위한 정치적 노력의 단계가 행동에 개입한다. 말은 듣기를 염두에 둔 의도를 내포하고 있고 행동은 연설가의 제스추어를 담고 있고 말을 하지 않을 때나 아무 행동이 없을 때조차 이 점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순수한 고독이란 자폐증이라는 병리적 현상을 가지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혼자 있는 경우라도 내재화된 시선에서 행동이 결정되게 마련이니 우리가 춤꾼(밀란 쿤데라는 소설 『느림』에서는 보여짐을 의식하여 자신의 행동을 조종하하는 이를 '춤꾼'으로 묘사한다.)의 노릇을 완전히 면하기란 불가능일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고독이라는 것조차 우리가 언제나 구획되고 계산되며 가늠된 공간 속에 있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자아의 망각 그 자체에 대한 그리운 감정일지도 모를 일이다. ● 어린 시절 내 모든 사진은 측두엽의 안테나에서 카메라의 시선을 너무도 강하게 느낀 나머지 모든 행동에 교란과 제약이 온 모습이다. 두 발은 양쪽으로 뒤집혀있고 입 속에서 혀는 말을 감추는 듯 경직되고 자세는 삐딱하게 또는 뻣뻣하게 서 있다. 이것 역시 그 어릴 때조차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든 처신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부자연스러움은 실패한 사진이 보여주는 모습이라 여겨지지만 우리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위적 시선과 아직 그 시선에 길들여 지지 않은 대상 간의 서열다툼이자 팽팽한 긴장감이다.

김형_본다프로젝트_디지털 프린트_80×80cm_2009
김형_본다프로젝트_디지털 프린트_80×80cm_2009
김형_본다프로젝트_디지털 프린트_80×80cm_2009

노출이 잘못된 것인지 대상의 외곽이 공간에 파묻혀 있다. 피부는 칙칙하고 무표정한 모습의 인물이 그저 화면 중앙에 서 있다. 얼굴이나 팔을 어떻게 할지를 포기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완고하게 결정한 모습이다. 공간의 특징조차 없어서 어디인지 사진에 찍힌 대상은 어떤 사람인지 사진을 보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정보를 주지 않는 사진. 표현하지 않는 사진 앞에서 우리는 당혹감을 느낀다. 넘치는 사진 이미지에서 익숙한 읽기의 방법이 여기서는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대상과 카메라 사이의 기묘한 긴장감이 내 시선으로 연장되어 내 시선조차 경직되니 보기에 그리 유쾌한 사진은 아니다. 통속적인 정보로 읽을 '꺼리'가 없다. 그리고 오히려 평범하지만 알 수 없는 인물의 알 수 없는 또 평범하지만 알 수 없는 공간은 그 곳이 우리의 공간, 현실의 공간이 아니면서도 어디엔가 존재할 것 같은 낯선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 낯선 효과는 약간의 불안과 공포마저 풍기는데 아마도 그곳이 주름진 세계의 보이지 않는 일부이자 감추어 온 진실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김형_본다프로젝트_디지털 프린트_80×80cm_2009
김형_본다프로젝트_디지털 프린트_70×100cm_2009
김형_본다프로젝트_디지털 프린트_70×100cm_2009

김형의 사진들을 더욱 과묵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의 이미지의 범람과 기술의 발달에 대한 반대급부이다. 시선에 길들여져 있지 않아 그 자체로 야생적이니 그 앞에서 우리는 긴장할 수밖에 없고 그의 사진을 보기 위해 우리는 종전의 시선을 수정해야 한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무심히 보일수록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연극에 능한 작가의 인위적이고 철저한 계획일지 모른다. 사진을 전공한 작가의 작업물에서 특별한 기술이나 조작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진실은 알 수 없을뿐더러 어디에도 없다.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현상 속에서 찰나적으로 발견하는 한 단면일 뿐이고 작가는 우리 앞에 그 찰나를 잠깐 연장하고 있을 뿐이다. ■ 김도희

Vol.20091023e | 김형展 / KIMHYUNG / 金亨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