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虹霓)

고려대학교 동양화전공 졸업展   2009_1023 ▶ 2009_1031

초대일시_2009_1023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전시장 KOREA UNIVERSITY LYCEUM GALLERY 서울 성북구 안암동 5가 1번지 Tel. +82.2.3290.2381 kuart.korea.ac.kr

오늘도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방은 짧은 시일 안에 머리카락으로 뒤덮이곤 한다. 나는 줄곧 그렇게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그것들이 지저분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머리카락이 있음을 발견한다. 이것은 여전히 나의 일부로서 다른 사람, 사물, 공간들과의 만남을 서슴없게 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그것들은 나의 주위를 맴돌다 언젠가 떨어져나가 어디엔가 떠돌것이다. ● 내가 보는, 보아온 공간의 무게와 두께를 그린다. 나의 눈이 마주하는 공간은 마치 사진처럼 비교적 납작하고 가벼운 작은 평면이다. 수직수평으로 짜인 공간 안에 나와 그와 그것들이 남긴 흔적이 연기의 흐름처럼 아스라이 등장한다. 그리고는 닿을 수 없는 것들까지 만나게 한다. ■ 고수연

고수연_Fantasy in Flat_장지에 채색_22×22cm_2009

글을 쓸 때 신중하게 어휘를 골라 문장을 만들듯, 가장 고운 빛깔의 분채를 골라 채색화를 이루었다. 가장 청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 세상 앞에 바치고 싶었다. 영원永遠이 바라보는 유한有限에 대한 안타까움, 자연이 흩뿌리는 빗속으로 흩어지는 인간의 음악, 기록된 역사 속에 가려졌던 진실……. 나의 지각을 통해 새로운 형태를 지니게 된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하여 화폭에 담아보았다. ● 화폭에 담긴 것들은 온전한 내 영혼의 목소리, 고백, 그리고 맹세이다. 굳이 문자로 표현하자면 처음과 같이 앞으로도 영원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만을 골라 당신께 바치겠다는 결백潔白의 약속이다. 설령 내가 스스로 맺은 이 맹세가 잔혹한 고통과 고독만을 안겨줄지라도 약속은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 신진혜

신진혜_여왕聖祖皇姑의 진실_장지에 채색_181.8×227cm_2009

차가운 빗줄기 속으로 악몽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 악몽 속에는 한 아이가 있었다. ● 쉼을 모르면 흘러갈 수 없다. 나는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흘러갈 수 없었고, 흐르지 못했기 때문에 분노할 수 없었다. 흘러갈 바다가 없는 강물은 내 안에 차고 또 차서 범람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 소용돌이친다. 내 소용돌이의 중심은 붉고, 그리고 아주 깊다. 나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차오른 강물을 토해낸다. 쿨렁 쿨렁 쾍 쾍 쾍. 그 동안의 내가 무너지고 나는 흘러간다. 기억들이 흘러내리고 옛날의 나는 사라진다. 나는 흔들리지만 울지 않는다. ● 나는 빨강의 무게를 잴 수가 없다. 아프다고 소리 질렀지만 사실 내 상처는 61센티밖에 되지 않았다. 상처는 다만 나를 통과할 뿐이다. 단지 파고들 때 조금 아프다. 그러나 그것은 빠르게 잊혀 진다. 모든 기억은 망각이다. ■ 이은지

이은지_치유의 방 II- healing on sleep_혼합매체_100×200×60cm_2009

어느 날, 총이 지나간 자리를 보았다. 듬직하고 견고해 보이는 모습 뒤엔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총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서지고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 새롭게 덧바른 자리엔 더 이상 예전의 반짝거림은 사라지고 없었다. 고통스러웠을 시간들, 다치고 부서진 감정들, 결코 지워지지 않을 총의 흔적이 있다. ● 이제 두려움을 넘어서 바늘로 총과 맞서다. ■ 임수미

임수미_바늘로 총과 싸우다_9합장지_107×147cm_2009

나는 위안을 얻는다. 모든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 조금씩 스쳐가거나 사라지는 것에서. 시선은 자연스레 천천히 하지만 결코 더디지 않은 움직임들을 발견한다. ●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 서두르는 법이 없지 나에게 왜 그리 느리냐고 하면 하늘을 올려다보느라 그랬다 하겠어 왜 그리 더디냐고 하면 나무 아래 쉬었다 가느라 하겠어 구름따라 흘러가겠다 하겠어 (『양양』의 노래, 「이정도」) ■ 전영

전영_흐름의 변화_장지에 채색_132×164cm_2009

한 소녀는 머리를 빗는다. 매일 밤 머리카락은 빨리 자란다. 기도하는 맘으로 기다린다. ■ 조지은

조지은_어여머리_紅_장지에 채색_130×162cm_2009

꿈을 꿨다. 어두운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 / 침대에서 벗어나 여느 때처럼 옷장 문을 연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옷들로 나를 입힌다. 거울을 보고 환하게 웃어보았다. 그녀는 아름답다.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아름답다. / 그리고 그녀는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 한소연

한소연_나를 입다_비단에 분채 석채_170×90cm_2009

Vol.20091023d | 홍예(虹霓)-고려대학교 동양화전공 졸업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