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락산수遊樂山水

2009 가을기획展   2009_1023 ▶ 2009_112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1024_토요일_04:00pm

주최_이천시립월전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WOLJEON MUSEUM OF ART ICHEON 경기도 이천시 엑스포길 48번지(설봉공원 내) 1,2층 전시실 Tel. +82.31.637.0032~3 www.iwoljeon.org

유락산수(遊樂山水)-세속에서의 초월을 즐기는 한 방법 ● 유락산수(遊樂山水)전은 대자연을 벗하며 이상향을 꿈꿨던 고전의 인생관조를 바탕으로 현실 속으로 적극 개입하는 자유로운 상상과 비젼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거주하는 공간으로서 도시 속에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의식 속에는 산수에 노니며(遊) 산수에 살고(樂) 있다는 이상경(理想景)을 지니고 있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유락산수는 관념에 비춰진 산수 속의 노님을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통해 현실경(現實景)으로서의 상상력을 증폭시키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고전 산수보다는 좀 더 현대적인 기법과 양식을 차용한 전시이다. 젊은 작가들에게서 창조된 유락산수는 일상과 자아가 강조된 화면, 다양하고 풍부한 색감, 자유로운 구성과 상상력이 특징적이라 하겠다. 이 새로운 시각과 방법들은 현실이면서 그 너머에 있는 의미와 해석의 다른 지평을 선보일 것이다. 먼 산의 이마가 우리 눈에 다가오듯 산수는 여전히 멀고도 가깝게 우리 앞에 다가서 있다.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 유가 예술정신의 특징을 한마디로 개괄하자면 락(樂)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즐거움은 일종의 심미적 자유이다. 그리고 그 심미적 자유란 다름 아닌 초월이자 최고의 인생경계이다.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말한 늦은 봄에 아이 예닐곱과 기수(沂水)에 가서 물놀이하고 무우(舞雩)에서 봄바람 쐬면서 시를 읊고 돌아오겠노라고 한 것은 현실을 도외시하려는 것이 아니고 삶의 자리로 되돌아감을 전제로 한 심미적 자유이다. 이러한 자유로부터 삶에 대한 초탈한 즐거움, 가난하지만 도를 즐기는(安貧樂道) 삶의 자세가 유지되는 것이다. ● 도가의 미학은 사회로부터 거리를 둔 개체를 통해 상대적인 개념의 자유를 강조한다. 이러한 자유는 사회성에 억눌린 자아의 본성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과 교류함으로써 초월의 한 방편을 구한다. 명분과 공명을 잊고 집착을 버리는 것, 이것이 진실을 바로 보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꿈결에 나비가 되어 유유히 날아다니는 심미적인 쾌는 현실의 나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한다.(『아이콘과 코드』임태승, 미술문화 pp119-131 ) ● "紅塵에 뭇친 분네 이애 生涯 엇떠한고, 녯 사람 風流를 미칠가 못 미칠가 天地間에 男子 몸이 이만한이 하건마는, 山林에 묻혀있어 至樂을 모를 것가, 數間茅屋을 碧溪水 앞에 두고 松竹 鬱鬱裏에 風月主人 되었어라" (정극인(丁克仁) 상춘곡(賞春曲)) ● 정극인은 상춘곡에서 '속세(紅塵)에 묻혀 사는 사람에게 산림(山林) 속 몇 칸 집에 살면서도 운치(韻致)와 풍류(風流)를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지락(至樂)을 즐기는 바람과 달의 주인(風月主人) 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정극인이 꿈꾸는 미적공간은 산림(山林)이다. 산수가 일정한 놀이를 수반하여 자연미를 즉흥적으로 느끼는 공간이라면 산림은 공부와 수양을 조건으로 하는 탈속적 이념적 공간이다. 산림의 즐거움은 산림 사이에서 찾아진다. 자연에 몰입하여 봄을 완상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낙천적인 서정은 도의를 기뻐하고 심성을 기르면서 즐기는 선비의 즐거움이다. 유가는 산림의 즐거움을 천하의 진정한 즐거움으로 알았다. 결국 산수를 대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것은 유가적 이상이 포함된 이념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이념적인 구상이 이상화된 공간이 퇴계선생의 도산서원이다. 퇴계는 산림의 낙을 긍정하면서도 인간사회를 긍정한 산림의 낙을 추구한다. 산림과 인간은 둘이면서 하나다. 퇴계는 심미감상의 주체인 마음이 무욕자득(無慾自得)하여야만 의도적인 행위 없이 저절로 자연을 만날 수 있다고 보았다. 객관경물이나 자연이 생성하는 미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상의 주체가 세속적 욕망에 얽매일 때 무한한 산수의 흥취를 향유할 수 없다고 했다. 심미주체인 개인의 부단한 수양이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다만 말없이 더욱 노력하여 전진하기를 그만두지 않고 오래도록 연습을 쌓아 완전히 숙달되기에 이르면 자연히 마음과 하나가 되어 얻은 대로 잃어버리는 그러한 병폐가 없을 것입니다."(퇴계) ● 산수는 지각이 없다. 인간 자신이 산수에 말을 걸고 산수의 대답을 전할 뿐이다. 하늘은 인간을 위해 좋은 산수를 아껴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펼쳐 보일 따름이다. 그러니 산수를 찾아 나설 이유가 없다. 멀리 가서 산수를 찾기 보다는 내 마음속의 산수를 찾아 나서야 한다. 결국 내 마음속의 산수의 본질을 찾아서 인(仁)과 지(智)의 실상을 구하면 그것이 요산요수(樂山樂水)요 저절로 그 즐거움이 있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생각하는 산수는 인간과 산수가 서로 귀의하고 혼융하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합일에 이르고자 한다. 강산의 풍월은 천지간에 있고 그러한 자연을 감상하는 것은 귀천이 따로 없기에 풍월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자유와 아름다움을 수용하여 즐거움을 구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는 불행한 사람이다. 일찌기 주자는 "동산은 매우 아름다우나 사람의 뜻이 거칠다"라고 말한 바 있다.(『온유돈후 溫柔敦厚』이종호, 아세아 문화사 pp453-468 ) 새로운 상상과 비젼의 동력 ● 오늘날 산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산수화가 재해석되는 경향은 현실의 상상과 비젼을 산수 많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다. 산수화는 지속적으로 관념과 형식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기존의 문법과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그려져 왔다. 도시와 공간 그리고 그것의 이상화가 산수화를 재해석하는 근거이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산수를 통해서 비유할 수 있다. 다만 현실의 풍경으로서 상상은 고전산수와는 다른 방법으로 전개되고 비유된다. 산수를 보는 준거는 현재이다. 자연을 보는 눈이 과거와 다르고 자연을 인식하는 태도 역시 다르다. ● 유락산수의 작가들은 현실을 재조합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인체와 믹스한 조각(김윤재)이거나 텍스트 해체를 통한 기호적 놀이(유승호)를 통해, 입체적 조형을 사진으로 재구성(임 택)하는 방법, 도시공간을 지도적 구성으로 조립(김 봄)한다. 풍경과 현실을 넘나드는 다양한 상상과 그림일기(박영길, 이현열, 신하순), 별천지에 대한 과거문법 차용을 통한 풍자와 대리만족(서은애), 평범한 일상에 대한 깨달음(노석미), 시각적 경험을 공간화(진현미)한다. ● 산수화가 현대미술작가들에게 다양한 소재로 쓰이는 것은 정체성을 부각하는 대비적 효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산수에 대한 동경과 갈망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수와 자연을 거론하고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한 예술행위는 그 극적인 도달점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자연에서 왔기에 자연을 지향함은 당연한 것 같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아직 예술적 가공은 거치지 않은 자연의 형태미에 한없는 동경을 느낀다. 우리가 읽는 현실은 자본과 산업재화와 권력을 축으로 한 욕망과 그 충족의 변증이다. 세속화는 자연미를 거부하는 마음이 페허를 반영한다. 자연미를 동경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그만큼 부박한 것이기도 하고 그러한 것을 재구성하려는 욕망에서 기인한다. 산수자연에 대한 관념과 욕망은 현재의 '지금 바로 여기'에 준거하고 있다. 비범할 것 없는 일상에서 새로운 해석과 상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 그리하여 현실을 생동감이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유락산수의 작업들이다. 끊임없이 기억되고 재연되면서 현실의 상상력을 흡수하는 능력, 그리하여 현재의 삶을 새롭게 재구축해 나가는 생명력이 오늘 젊은 작가들이 가지는 문화적 관습의 코드와 선택이다. 그러한 삶의 정비가 때론 급진적이고 당돌해 보여도 그것이 낡은 것을 깨고 새로움을 펴는 방법들이기에 우리는 그러한 의견들을 존중하고자 한다. 그것이 부박한 현실을 딛고 현실을 긍정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초월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봄_서울성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4×130cm_2009

김 봄은 역사적인 장소로서 다양한 사건과 기억이 공존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실제 지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다. 성곽, 남산타워, 재개발지역, 즐비한 아파트 등 장소특정성이 강한 모티프들은 일상적이고 시사성이 강한 사물, 사건들과 만나면서 조립된 풍경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조립된 풍경은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풍경으로 부를 만도 한데 특징적인 것은 꼴라쥬로 집적한 이미지가 아닌 균질한 공간으로 흩어 놓았다는 것이 주요하다. 각각의 사물들은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의 기억 속 이미지, 도시 속에서 경험한 사건, 공존하고 소멸되는 사물들과 함께 재조합된다. 해체된 이미지들은 그것이 펼쳐 놓은 이미지 자유로움과 함께 그 속을 유람하는 보기와 걷기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공간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김윤재_그리움을 기억하다2_혼합재료에 아크릴채색, 먹채색_50×120×70cm_2007

김윤재는 영․정조 시대의 겸재 정선(鄭敾, 1676~1759)과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의 진경산수화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살려 조각으로 재배치한다. 산의 형태와 골격, 바위와 물표현을 유의해가며 고전명화를 인체형태로 조각해 놓았다. 산수진경에서 제기한 고유의 멋과 정신의 깊이를 입체화 하였다는 측면 외에도 그러한 것이 몸으로 표현되고 산수에서 노니는 산수조각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이 주요한 지점이다.

노석미_아침인간_종이에 아크릴채색_25.5×19cm_2009

노석미는 매번 대면하는 풍경의 절실한 한 순간을 그린다. 그러한 모든 것이 찰라 일지라도 소리, 냄새, 온도, 습도, 등등 완벽한 감각의 한 순간에 감탄한다. 사라지는 모든 아름다움의 절정을 포착하며 일을 즐기며 노동을 하고 그린다. 모든 것이 의지의 욕망이 아닌 생활에서 무심히 발견한 것같이 노석미의 그림은 잡다한 것을 제거한 형식미를 느낄 수 있다.

박영길_Wind-road_한지에 수간채색_92.8×212cm_2009

박영길은 오랜 시간 관찰한 자연이라는 대상을 긴 호흡을 갖고 산수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이러한 재구성과 관찰은 몸으로 경험한 감각의 풍경, 거닐거나 운전 중에 바라보거나, 여행을 통해 얻어진 느낌의 세세한 요소를 화면에 담는데 몸으로 경험한다는 사실이 중요 하다.몽유도원도 같은 고전의 화면을 배경으로 화면 속을 여행하는 인물과 형상을 배치하여 상황적인 관계를 만든다. 이 인물들은 작가 자신이거나 작가와 관계된 주변의 인물들이다.

서은애_분홍하늘을 날다_종이에 채색_34×237cm_2006

서은애는 고전 산수의 화면을 과감히 차용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화면으로 바꾸고 개인의 기호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의 모순은 해체되거나 작가에 의해 재정의 된다. 이러한 일인칭 화자의 서술에 의한 화면전개는 전자거문고를 튕기며 트로트를 완상하거나 붉은 산을 배경삼아 유유히 패러글라이딩을 한다. 전통적인 상상과 형식을 이미지화하고 현대의 감성을 연결시킨다. 이러한 연결은 현실을 풍자하고 즐거운 상상으로 고무시키는 통쾌무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형식적인 완성을 위해 섬세한 필의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하순_Party_캔버스에 과슈_50×50cm_2008

신하순은 주변의 환경과 가족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그것을 화면에 기록한다. 작가에 의해 선택된 하루는 수많은 표정과 무늬를 지으며 새롭게 묘사된다. 선택된 기억의 소소한 단편들이 하루를 구성하고 의미있는 일상으로 만든다. 세상은 보여 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전개된다. 신하순은 일상의 기억을 수평적으로 전개하여 마치 풍경처럼 유람한다. 이 유람의 정경에는 하루를 관조한 사람만이 가지는 담박함과 유희가 있다.

유승호_세월아 돌려다오_종이에 잉크_95×150cm_2007

유승호의 쓰기 작업은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유머러스한 택스트들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상의 감탄과 형용, 움직임 포함된 매우 구체적인 감정상태가 텍스트의 유희라는 형식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슈-', '우수수수'…, '히히히'…, '뭉실뭉실', '야-호' '주루루룩' 등 무거운 의미를 흘려보내고 화면공간을 부유하는 기호와 문자들은 유머와 쾌락의 본능적인 형태로 제시된다.

이현열_수영금지구역1_한지에 수묵채색_55×74cm_2009

이현열은 풍경사생을 통한 체험한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특유의 상상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 거대한 절벽, 깊은 골짜기를 마주대하는 작가의 상상은 낭만과 환상이 겹치는 풍경, 상상의 동물과 이야기가 혼재된 화면으로 만든다. 숨겨진 도상이 넘쳐나는 그림일기의 형식으로 된 독특한 화면에는 자연을 대면한 기억과 감정을 불러온다. 그러한 감정에는 삶을 즐기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있다.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 063_C 프린트, 디아섹_110×138cm

임택은 고전산수의 시각방식을 통해 동양화 형식의 새로운 모색을 감행한다. 거대한 자연인 산수를 대면하고 그 속을 감상자로 하여금 유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통산수화의 표현 방식은 임택에 의해 산수화를 입체적으로 설치하고 사진으로 다시 표현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사진의 평면으로 돌아온 화면은 산수의 체험을 가능하게 할 것 같은 생생한 사실감, 입체와 구조의 느낌을 전달하면서 가상이면서도 생생한 산수체험을 제시한다. 진현미는 시각을 통한 인식과 통찰이 얼마나 가변적인가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우리가 경험한 산수는 결국 무수한 시각적 감각이 반복적으로 층 지워진 경험으로 구성된 인식이다. 이러한 시각적 경험은 환영이면서 실제 삶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진현미는 평면의 차원이 아닌 공간의 차원으로 이끌어 냄으로써 시각적 인식의 환경에 변화를 주고자 하였다. 잘게 잘린(sliced) 낱장들이 모여 또 다시 전체를 이루면서 단일적인 것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각경험과 깊이를 제시한다. 겹과 겹 사이를 응시하고 움직이면서 감상 주체 스스로의 감각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작품을 대면함으로써 공간 안에서 무한과 시간의 초월을 경험한다. ● 유락산수의 작가들은 현실과 현실 너머의 풍경을 풍부한 상상과 시각방식으로 제시하면서 산수간에 노니는 즐거움의 한 방식을 제시한다. 자연과 사물을 긍정하고 사회적 관계를 자유롭게 하며 가볍고 경쾌하게 은유하고 풍자한다. 진흙밭속에서 마음껏 뒹구는 거북이처럼 세속에서 초월을 즐기는 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류철하

Vol.20091023c | 유락산수遊樂山水-2009 가을기획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