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꿈_그리다

한선현展 / HANSUN HYUN / 韓先鉉 / drawing   2009_1016 ▶ 2009_1128 / 월요일 휴관

한선현_open_종이에 크레파스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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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16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샘터갤러리_SAMTOH GALLERY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82.2.3675.3737 www.isamtoh.com

염소의 꿈 -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하다 ●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대상을 만나러 가는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 물론 세상사 모두 힘들고 녹녹한 일이 있으랴마는 창작을 업으로 하는 작가의 고뇌는 더욱더 고단해 보인다. "그냥 염소가 좋아요. 외나무를 잘 타는 것도 신기하지만 매일 같은 소리로만 매에~ 하고 울잖아요. 독초만 빼고 모든 풀을 안 가리고 먹는 것도 맘에 들지만 그 특유의 딱딱한 굽으로 높은 곳에 잘 올라가는 것도 제 작업의 주인공으로 염소를 캐스팅한 이유입니다..." 한선현은 그저 평범하고 『동물의 왕국』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보지 못한 염소에게 그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인공으로 모시기에는 아무런 화려함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지못하고 수염까지 우숩게 난 염소를 데뷔시키느라 고생한 흔적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가 않다.

한선현_꽃물주기_종이에 크레파스_2004
한선현_야아~_종이에 크레파스_2007
한선현_행진_종이에 크레파스_2009
한선현_모두안녕_종이에 크레파스_2004

다년간 한선현은 이태리 유학시절 습득한 목木조각을 통하여 장인의 테크닉에 가까운 목 부조를 선보여 왔다. 다분히 의인화된 염소는 그의 작업 『전쟁과 평화』, 『인간과 동물』, 『외다리위의 염소』등의 전시에서 다양한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 한선현의 작품은 외나무다리에 서있는 그의 염소마냥 한없이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다. 그는 세상의 밖에 서서 세상의 중심에 화살을 던지는 확실한 아웃사이더면서 국외자局外者를 자처하지만, 그의 염소는 두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초인적超人的인 존재로 보인다. 때로는 전쟁터의 병사로 분장하는가 하면 어느 때는 외길위의 힘없는 일상, 고독, 노동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또는 곡예사, 지휘자 등으로 변신을 시도해 세상의 어려운 분쟁을 해결하는 해결사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얼룩 뱀의 꾐에 넘어가 남의 밭에 들어가서 잘 차려진 식사를 하고나오는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가하면 고급술에 취해 방탕해 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한선현의 그림은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순수해 보인다.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동그란 풍경이 그림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림을 그릴수록 잘 그리게 될까봐 겁이 난다는 그의 이야기처럼 한선현의 그림은 아동화의 구조적 메카니즘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다만 한선현은 지각의 대상으로서 '시각적 형태'에 좀 더 접근해 있는 듯하다. 요컨대, 미적 구조란 자연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식에서 출발하는 미적 질서인 것이다. 따라서 아동화의 구조는 작가의 바깥쪽에, 그리고 지각 형태는 작가의 안쪽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선현은 보는 것과 표현하는 것의 두 가지 조형방식을 모두 이야기 하고 있다.

한선현_꽃을 문 염소_종이에 크레파스_2009
한선현_붉은염소_종이에 크레파스_2006

한선현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온갖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는가 하면 예리한 메스를 겁 없이 들이대 동시대 인간들의 우매함을 꼬집기도 한다. 해학이 대상의 공격 없이 웃음을 던져주는 경우이고, 풍자가 대상의 공격성을 포함한다고 본다면 분명 한선현의 작업들은 풍자에 가깝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에는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해 보인다. 끊임없이 부지런하고 변신을 시도하는 염소를 통하여, 한순간 유보하면 잃고 마는 인생이 될 것 같아서 도저히 체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는듯하여 결국 쓸쓸해지고 만다. 하지만 한선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희망의 시작은 포기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그래서 결국 행복해 지는 대 반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투박한 목 조각으로 단련된 그의 손끝에서 그려진 그림들은 그의 조각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겨워 보인다. 대리석 조각의 메카인 이태리 까라라에서 나무 조각을 공부하고 돌아온 특이한 그의 이력만큼이나 한선현은 다양한 재능을 보이는 조각가이다. 아동서의 삽화를 그려 동화작가의 능력을 보이는가하면 이번에는 수 백 장의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염소의 활약으로 대변되는 한선현의 염소일기는 진정으로 우리가 살아내야 할 세상, 그리고 리얼리즘만이 존재하는 세계에 진정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 이종호

Vol.20091020e | 한선현展 / HANSUN HYUN / 韓先鉉 / 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