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2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비올_Gallery VIOL 서울 종로구 화동 127-3번지 2층 Tel. +82.2.725.6777 www.galleryviol.com
THIS appearance ● 화려한 꽃무늬로 축 늘어진 살결들을 감추고 싶어 하는 주인공들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은 듯, 그녀들을 아예 꽃 세상 안에 감춰버리는 이준복 작가의 행위는, 그러나 오롯이 그녀의 주름을 드러내고, 마침내 저 뻔뻔한 여자...하고 찌푸리며 작가에게 슬쩍 이런 말을 건네게 만든다. " 저 아줌마 빼지...?" 나는 비슷한 말을 현실에서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중년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우스갯말로, 대중매체에서.. 아줌마들은 사라지는 게 나은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것이 아줌마 당사자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우리는 예술은커녕 일상에서도 별로 생각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어느 이십대의 남성 작가가 이 화려한 마이너들을 관찰했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고 키치적인 그의 화폭에 이 마이너들의 생각보다 처절한 절망이 숨어있는 줄 누가 알겠는가!
보풀이 인 천 조각에 얼룩처럼 새겨진 「즐거운 나의 집」은 어머니가 일터로 나가고 나면 빈방에 웅크리고 앉아 윤나 작가가 이불이나 치마 한 켠에 말없이 하루 종일 새겨 넣었던 주문처럼 보인다. 그 눅눅한 가사가 불러진다면 어떤 목소리일지... 유년의 기억은 질문을 허락한 적이 없고, 그 자리에 즐겁고 즐거운 동요만 남겨주었다. 사라지는 재단용 펜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떠나보내려 하지만, 물음을 잃음으로 그녀는 성인이 되는 길을 잃었다. 사라지는 펜으로 그린 그림은, 조용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러하듯 더 흡입력이 있고 말아, 마침내 내가 어릴 적 웅얼거리던 노래마저도 기억나게 한다.
이준복 작가가 화려함과 강렬함으로 대상을 더욱 철저히 소외시킨다면, 윤나 작가는 스러질 듯 한 연약함으로 숨겨진 이야기들에 집중하게 만든다. 여느 세련된 텍스트에 쉽게 연결되지 못할 둘의 시선이 다른 어법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하고 있다. 누군가는 쓸데없이 불편한 얘기는 무시하고, 누군가는 쓸데없이 불편한 현실에 살아간다. 두 작가의 눈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하게 감춰진 지점들에서 마음을 졸여볼 수 있을 것이다. ■ 최인지
Vol.20091019f | THIS-Appearance-이준복_윤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