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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수展 / HEOJEONGSOO / 許正繡 / painting   2009_1021 ▶ 2009_1027

허정수_키친_캔버스에 유채_35×6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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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2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고도_GALLERY GODO 서울 종로구 수송동 12번지 Tel. +82.2.720.2223 www.gallerygodo.com

영상과 회화 사이의 현실 ● 회화가 만일 영화 같다면 그것은 솜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일까? 회화의 재현성은 영화의 그것과 다른 것일까? 영화 속의 한 장면을 회화화 시킨다면 그것은 이미 영화가 아니다. 정지된 화면 속의 회화이고, 그것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고 해도 그것은 영화로서가 아닌 회화로서 그 자리에 남아있고, 회화로서 연상 너머의 회상을 불러 일으킨다. 회화의 정지 상태는 시간의 폭을 감지케 한다. 의식은 삶의 표면 위에서 눈을 떠 층을 만든다. 표피 너머로 자유롭게,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삶은 영화처럼 허구이다. 만일 허구가 아니라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또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천형일 수 있다. ● 가십 걸에 등장하는 장면과 주인공들의 순간적인 동작들, 그 이국적인 느낌의 배경과 제스처들을 회화적으로 포착하고, 영화와는 반대로 느리게 묘사하면서 영화적 현실과 일상의 현실 사이에서 바라보는 자신을 의식케 하는 회화, 작가 허정수는 영화 속에 자신을 투영하면서도 그것과 일치시키려는 것보다는 영화와 현실 사이의 틈에서 예술적 또는 회화적 가능성을 시도하며, 실존하는 화가로서의 서식을 시도하고 있다.

허정수_복도_캔버스에 유채_40×80cm_2009

현실은 언제나 급박하고 숨을 조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최소한의 예술적 생활의 조건 마저 압박한다. 예술가가 만들려는 서식의 공간은 곧 일상의 삶을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자체의 서식 공간이 필요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위하여 이따금 가십 걸 같은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언제나 영화와 현실 사이의 틈 사이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 캔버스 천의 입자 사이를 메우면서 거친듯 섬세한 붓질이 이미지를 생성시킨다. 그 이미지들은 물감이라는 물질과 그 물질성을 초월하는 영상 사이에서 존재한다. 인간의 존재가 그렇듯, 스스로 그려내는 이상적 현실과 어찌할 수 없는 현실적 이상 사이에서 운신하면서 누구나 그 무엇이 되기 위한 꿈을 꾼다. 인간은 삶이 허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허무한 꿈을 지속하기를 원한다. 마치 손바닥 위에 잠시 떠오르다 사라진 신기루와 같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영롱하게 빛나다가 한 순간에 종적을 감춘다.

허정수_외출 1_캔버스에 유채_35×60cm_2009
허정수_외출 2_캔버스에 유채_35×60cm_2009

그 허무한 신기루 위에서도 인간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꿈을 꾼다. 존재는 언제나 신기루 뒷편으로 자취를 감추면서도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 독일에서 회화를 전공한 허정수는 표현주의적 취향의 예술성을 지향해왔다. 힘차고 거친 붓질을 통하여 내면에 잠재된 존재감을 표출시키며,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을 띄었다. 바람이 부는 황량한 들판이나, 원초적 형상의 인간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 등에서 그녀가 자연과 인간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하여 원질적이며 동시에 항구적인 무엇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마치 그 모든 것에 등진 것처럼 고개를 돌려 뒷머리만 가득찬 화면에 간간이 보이는 구름 낀 하늘, 바다, 들판 등의 모습이 보인다. 때때로 거친 갈래의 뒷 머리를 꽃으로 장식하거나 붓대를 한 개 꽃아 놓기도 하였다.

허정수_주유중_캔버스에 유채_120×145cm_2009
허정수_향기_캔버스에 유채_55×102cm_2009

그는 여성의 눈으로 자연을 이해하며, 자신의 예술적 진로를 그곳에서 찾았고, 때로는 등을 돌려 자신에게로 돌아 왔다. 그녀는 척박한 사회적 현실을 겪으면서도 그 사회성을 말하려들지 않았다. 현실이 그녀에게 가혹할지라도 그 현실에 대하여 말하려들지 않았다. 자신의 내면과 그것을 반영하거나 잊게 해주는 그 무엇을 빌려 말하고 싶어 했다. ● 그녀가 그리는 영상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다. 가십 걸 안에는 그녀가 감추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이 용해되어 숨어 있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평온하고 아름다운 영화적 장면들은 사실 그 이면에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영화는 현실을 말해주지 않지만, 현실이 말해주지 않는 다른 현실을 말해준다. 이쪽 현실과 저쪽 현실의 사이에서 그녀는 예술을 추구한다. 그것은 신기루 한 가운데 떠 있는 몽상 같은 것이지만, 그 신기루를 영롱하게 빛나게 하는 무엇이다. 좀처럼 지울 수 없는 아름다움이 그 안에 있다. ■ 장석원

Vol.20091018c | 허정수展 / HEOJEONGSOO / 許正繡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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