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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0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두산갤러리 서울 DOOSAN Gallery Seoul 서울 종로구 연지동 270번지 두산아트센터 1층 Tel. +82.2.708.5050 www.doosangallery.com
세상과의 대화, 그 속에서 얻는 황홀한 성찰 ●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행복하다. 그 행복은 우리로 하여금 순간과 영원을 생각하게 하고, 동시에 아름다움을 주는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를 성찰하게 만든다. 김명범의 작품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브제로 구성되었지만, 세심하게 배열되어 있어 그 자체로 우리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풍선에 매달린 나무, 커다란 나뭇가지 뿔을 달고 있는 박제 사슴, 수십 개의 침을 박고 있는 나뭇가지, 그리고 사슴다리에 연결된 목발 등은 그 자체로 신선함을 줄 뿐만 아니라 일종의 생명감을 느끼게 해준다. 주변 대상을 여러 오브제와 결합시킴으로써 그의 작품은 은유적 주장을 담고 있다. 두 가지 오브제의 결합은 시적인 구조를 창출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의미를 찾게 만든다. 김명범은 주변 세계에 독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세계와 자신만의 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관계에 귀 기울임으로써 작가가 세계를 읽는 방식과 그의 미의식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과의 대화 - 오브제들의 결합 ● 김명범의 작품은 명상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는 작품을 통해 거대한 사회적 주장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내밀한 대화를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기술하려고 한다. 우리는 주변의 수많은 대상과 사건들을 우리 삶의 방식이 요구하는 대로 기억한다. 삶의 방식의 변화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반응하게 만든다. 작가는 주변의 대상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성찰하려고 한다. 그는 그것을 위해 주변 사물의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 작가는 세상과 친밀한 사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각 사물이 작가에게 다가오는 방식을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구체화하고 있다. ● 그는 주로 다른 오브제를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가는 박제 사슴뿔에 큰 나뭇가지를 연결하여 사슴뿔에 대한 작가 자신의 성찰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사슴뿔에 의해 연상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슴뿔에 대한 성찰을 그려내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의 삶 속에서 사슴뿔이 지닌 의미를 은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슴뿔은 나뭇가지와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사슴뿔을 볼 때, 그 형태뿐만 아니라 자라나서 나뭇가지를 솎아 베어내는 것처럼 어느 시점에 일시에 제거되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한 점에서 사슴뿔은 나뭇가지로 대체될 수 있고 목발의 연약함은 사슴의 연약한 다리로 대체될 수 있다. 그는 주변 대상에 대해 자신의 방식으로 대화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그의 작품 세계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매력적인 구성을 통해 작가와 사물의 대화의 장에 우리를 초대하며, 우리는 이 내밀한 대화 속에서 참여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선을 확보할 수 있다. ● 관람객은 이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작품의 생명감을 공유할 수 있다. 주변 대상과의 대화는 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비롯된다. 일시적인 관심은 대상에 대한 욕구에 의해 발생하며 욕구 유형의 변화에 따라 관심의 대상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욕구에 대한 반응을 넘어 욕구하고 있는 존재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지속적으로 질문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묻는 것과 같다. 우리가 어떤 작품에서 신선함을 경험했다면 그것은 그 오브제 자체가 주는 신선함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주변 사물을 경험하는 고유한 방식에서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의 작품의 신선함은 생명감과 연결된다. 이것은 오브제 자체에서 생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들을 바라보는 일관된 시선에서 생명감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생명의 성장과 쇠퇴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주변 대상을 경험하고 있고, 이것이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환경을 생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성장과 쇠퇴에 대한 성찰 ● 김명범의 작품에는 시간의 요소가 개입된다. 우리는 수십 개의 풍선에 매달린 나무에서 한없는 자유로움과 완벽함을 경험한다. 이 나무는 일정한 높이의 공중에 매달려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처럼 보인다. 나무가 주는 안정감과 더불어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게 하는 풍선의 수가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고, 뿌리가 공중에서 부유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한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풍선이 수축하여 어쩔 수 없이 풍선에 매달린 나무는 지상으로 내팽개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순간의 찬란함을 제공해 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풍선은 수축하여 앙상한 나뭇가지로 내팽개쳐질 것이라는 현실이 더 강한 감동을 준다. 화려하고 거대한 나뭇가지로 연결된 수사슴의 뿔은 웅장한 수사슴의 완벽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작가는 이것이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웅장한 뿔은 수많은 실 가닥을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고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는 순간, 풍선에 매달린 나무처럼 사슴도 비현실적인 대상이 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대상은 우리에게 애틋한 향수를 야기하지만 이를 통해 성장과 그 이후의 쇠퇴에 대한 자연스러운 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완벽함과 영원함은 나란히 나갈 수 없다는 진리를 체득하게 된다.
생명에 대한 은유와 유한한 것의 매력 ● 그는 다른 작품에서도 소소한 일상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상의 두 오브제를 은유적으로 병치시킴으로써 우리들은 그 대상에서 수많은 상념을 이끌어낸다. 그의 작품은 제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작가는 우리가 자유롭게 대화에 참여하기를 원하면서도 그 나름의 일관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소재는 다르지만 생명과 그것의 유한함의 문제를 제기한다. 목발과 사슴다리의 결합을 통해 생명의 연약함을, 혹은 풍선과 나무를 결합하여 꿈과 생명의 유한함을 보여 주고 있으며, 나뭇가지와 버드스파이크를 연결시켜 생명과 치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생명에 대한 일관된 관심과 더불어 유한한 것의 매력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얼음이 녹는 과정에 대한 세심한 영상작업을 통해 생명의 유한함과 그 매력을 은유적으로 상기시킨다. 작가가 경험하는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을 찾으려는 시도는 미술의 전통적인 목표이다. 그는 매체의 발명은 아니지만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세계에 반응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으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선배들과 같은 길을 간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객을 이끌기 위해 오브제를 세심하게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의 작품에서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칭적 구조와 균형은 안정감과 유한함의 매력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세심한 구성을 통해 우리를 자신의 대화에 초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시이며, 그 의미는 작가에 의해 정교하게 엮여 있지만 독자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어떻게 읽든 그의 작품은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의 작품에서 느끼는 신선함과 생명감은 서정시를 읽는 것과 같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장민한
Vol.20091018b | 김명범展 / KIMMYEONGBEOM / 金明範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