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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01_목요일_05: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미술교육프로그램 『꿈꾸는 놀이터』 2009_1010_토요일, 2009_1017_토요일_02:00pm_인미공 1층 원서동의 오래된 놀이터를 주제로 우리가 꿈꿔온 놀이터를 상상해보는 시간 대상: 원서동 거주7-13세 초등학생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서울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Tel. +82.2.760.4722 www.insaartspace.or.kr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인 시뮬라시옹의 개념을 담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시뮬라시옹을 언급한 장 보드리야르는 이 영화를 두고 자신의 이론을 무엇보다도 잘못 이해한 사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물라시옹이 원본이 이미 사라져 부재하는 것에 반에 매트릭스 속 주인공은 끊임없이 가상의 세계를 벗어나 진정한 세계로의 갈망 한다. 즉, 아직도 가상을 벗어나고자 진정한 세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원본에 대한 존재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가상은 비단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특히 현대소비사회의 일면을 드러내고 있는 '관광' 은 원본과 복제의 개념을 빌어 현실의 삶을 가식적으로 포장하고 소비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신지선은 자신의 생활터전(현실)을 개인적 내러티브의 꾸며낸 이야기(가상)로 나의 일상을 구경할만한 어떤 것으로 소개하여 소비하는 '관광'의 속성을 다루어왔다. 하지만 신지선의 거짓 'tour guide' 에 소개된 하찮은 사물들에 의미를 부여한 내러티브는 비단 소비사회의 허구성을 고발하여 가상을 비꼬는 어조나, 아파트라는 한국의 이기한 주거공간에 대한 논쟁적인 문제제기만을 상기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이를 두고 현실의 일면을 비판적인 시각을 담는 대신 단지 동화적 환상 혹은 가벼운 유머의 제스처만으로 이를 담금질 했다는 인상에서 그치고 있다는 인상 역시 가능하다. ● 하지만 신지선이 꾸며낸 허구의 이야기들과 관광 상품으로 소비된 주거문화의 파편들은 사실 가상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는 내용들이다. 관광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법한 장면에 따라 연출되기 마련이다. 고로 이미 그 자체가 이미 현실이거나 현실 속에 있는 셈이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의 환상은 사실은 불완전한 현실의 구멍을 매워주어 존재하는 현실을 보다 그럴듯하게 더욱 실재와 같이 구성하는데 일조한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은, 동화와 같은 환상으로 덧씌워져 그 현실이 완벽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압축된 개발의 역사 속에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한 아파트의 기이한 파편적인 주거형태나 원서동에 점철되어 있는 근대화의 끊임없는 불연속의 표상들은 일종에 메워져야 할 현실의 구멍인 셈이다. 이러한 단절과 불연속이 가져오는 불안은 역사, 주변, 사이 등등과의 묶임과 연대, 공유를 통해 안정을 회복하려 하듯이 신지선은 'APT-tour project'와 같이 그 빈틈과 단절 개인적 의미와 역사를 부여하여 그럴 듯한 현실을 제시하고 작가와 작가를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Angel project'(2002) 가 작가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다루었다면 작가의 주변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주변으로 반경을 넓힌 'Apt-tour project'(2005, 이후 세원상가, 원서동, Quebec 진행)를 거쳐 '원서동'에서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콤플렉스를 동시대 현실을 치유하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 이번 개인전 '원서동' 은 원서동의 역사적 기억의 켜를 들춰낸 선행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이루어 졌다. 선행연구가 근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졌던 개발의 흔적들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이번 '원서동' 에서는 그 흔적을 애써 지우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대신 신지선은 원서동 곳곳의 표상들을 '정리'(담을 두른 동네, 빛으로 기억하는 시간)하고 보수(빌라가 생긴 곳)하는 작위를 통해 현재를 인정하고 재정의 한다. ● 역사 속에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창덕궁 담은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 속에 녹인 원서동 풍경 드로잉으로 재현 되며,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역사 경관지구라는 테두리 안에 최소한의 기와만을 남기고 혼합 변형되어온 한옥의 모습, 동시에 주거문화와 더불어 시대적 문화 혹은 미감을 반영한 창틀, 대문, 맨홀 뚜껑은 작가가 임의로 상정한 외형에 따라 유형학적으로 분류한다. 이는 빛을 이용한 가상의 흐름도를 통해 구성된다. 동시에, 가장 최근에 형성된 주거형태인 빌라촌은 오래된 동네에서 전해질 법한 전설 혹은 신화의 톤을 빌어 역사적 존재감을 부여받는다. ● 이로써 다양한 시간대의 파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원서동은 분류, 범주화 되는 과정에서 현실의 일면이 탈락과 허구가 삽입이 반복되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가상인지를 구별할 수 없이 동시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원서동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고즈넉한 궁궐 옆에 나란히 진을 치고 있는 흉물스런 빌라촌 대신 한옥이 자리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생활과 문화 양식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한옥을 정말이지 관광이라는 미명하에 보존해야 한다는 것 어느 것이든 가상이 아닌 원서동의 진정한 현실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공중파 방송의 일일 드라마가 표방하는 서울 토박이의 중산층 대가족주의 삶의 표상으로 주로 등장하는 원서동 일대는 사실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투영한 그 자체로서 TV드라마의 세트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TV 드라마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 이미 존재하지 않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것에 대한 재현이라 볼 때, '솔약국집 아들들' 에서 등장하는 가족은 사실 원서동에도 살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가상과 현실이 명백히 나누어져 가야할 바를 제시하고 있는 매트릭스에서의 기계 아키텍트와 시온 전사들 간의 전쟁이 지금 이곳 원서동 보다는 훨씬 세상을 이해하기가 쉬워 보인다. ■ 장윤주
Vol.20091017f | 신지선展 / SHINJISUN / 申智善 / mixed media.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