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묵생활 첫 번째, 김종건의 한글멋짓展

김종건展 / KIMZHONGKUN / 金鍾鍵 / calligraphy   2009_1007 ▶ 2009_1019 / 월요일 휴관

김종건_도종환님의 흔들리지 않는 꽃_한지에 먹_85×7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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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07_수요일_06:00pm

The First Exhibition of Kim zhongkun's PhilmukLiving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더 갤러리_THE GALLERY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13번지 W&H빌딩 B1 Tel. +82.2.3142.5558 www.gallerythe.com

문자, 회화로의 환원 ● 글자는 의미전달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그 목적으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의미전달의 목적이외에 글자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서예는 예술로서 존재하기 시작하였고, 그 예술로서의 가치는 글자의 의미를 훌쩍 벗어났다. 즉, 서예가 글자의 의미를 간략화 하고 순수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글자에만 묶이지 않고 해체로까지 그 경계를 허물며 넓혀나갈 수 있는 것이다. ● 김종건 작가의 작업 또한 현대 문자가 회화로 환원되는 과정의 작업들을 보여준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러한 작업에 몰두하면서 그의 손으로 쓰인 글자들은 점차 문자로서의 흔적만 남고 작가가 희구하는 순도 높은 감정과 환혼이 농축되어졌다. 그래서인지 김종건 작가의 작업은 문자에서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자와 그 대상에 대한 체험의 미학을 통해 다소 표현주의적 양식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문자는 작가의 감성과 대상의 본질을 담는 추상적 메타포로서의 최소 역할을 할 뿐이다.

김종건_기다림의 꽃 A Waiting Flower_철에 혼합재료_79×55cm_2008
김종건_한글이미지01_한지에 먹_100×74cm_2009

자연에 대한 관찰과 감정의 재현 ● 김종건 작가의 작업은 개성 있는 필체로 비롯된 것이 아닌 특유의 충만한 생명력이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작가가 지필묵의 가치와 가능성을 신뢰하는 바탕위에 자연에 대한 꾸준한 관찰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관찰을 통해 그는 일상이 바쁜 도시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드러내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도시 속 자연을 만나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어쩌면 일상에서 벗어나 한 숨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가끔 마음의 여유를 찾기 때문일 것이라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관찰에서 멈추지 않고 글자에 경험한 감정을 이입하여 이미지로 재현한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들은 내적 상황의 내러티브를 다양하게 보여주어 마치 자연스러운 감정들의 합주처럼 보인다. 이는 서예가 현대미술의 회화와 같이 자연의 모방이나 재현이 아닌 작가의 내면세계와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작품의 형식적 내러티브가 아닌 내재적 내러티브를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김종건_한글이미지02_한지에 먹_147×72cm_2009
김종건_한글이미지03_한지에 먹_72×108cm_2009
김종건_한글이미지04_실크에 나염_52×52cm_2009

실험과 수용의 경계 ● 서예가 예술의 영역에 있는 한, 그의 이러한 문자를 통한 조형적 시도와 감성을 풀어내는 회화적 이념은 서예영역에 다차원적 지평을 열 수 있게 하는 한 계기일 수 있다. 이러한 실험은 자신의 주제를 보다 진지하고 폭넓게 실험함으로써 자신의 주제를 보다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게 객관화하는데 힘이 될 것은 분명하다. 또한 그의 주제와 관련한 실재와 이미지, 주관과 객관 같은 이원적 이념의 경계통합, 혹은 해체를 통해 그가 버리거나 선택한 것들의 결과들은 그의 지속적 작품 활동을 마주하며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그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실험의 과정을 상업적 매체, 시장과 같은 수용의 영역에 바로 대입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미술시장뿐 아니라 현시대의 시장 정향적 작업(market oriented works)에서 벗어난 실험적 예술작품을 시장이 거꾸로 수용하게끔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이 자연에서 근원적 모티브를 얻은 만큼 각종 일반 생활 영역에 그의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수용되기를 희망하며 이번 한글멋진전을 통해 서예 기반의 작업들이 '시스템 편입'이 아닌 '시스템 유발' 형태로 활발하게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 이준하

Vol.20091016b | 김종건展 / KIM ZHONGKUN / 金鍾鍵 / calli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