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안과 밖의 이미지

최윤정展 / CHOIYOONJUNG / 崔允禎 / painting   2009_1006 ▶ 2009_1014

최윤정_Aura08-71_실크에 혼합채색_60×42cm_2008

초대일시_2009_1006_화요일_05:00pm

Coexistence of the inner and outer images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09 www.kepco.co.kr/gallery

공존하는 안과 밖의 이미지 ● 최윤정의 화면은 이중의 막을 형성하고 있다. 각각의 화면에는 정교하게, 채색으로 꽃이 그려져 있다. 주변 배경이나 특정한 상황성은 배제된 채로 오로지 단독으로 꽃/양난의 한 부분이 피어나듯 묘사되어 있다. 단일하고 납작한 하나의 평면이 아니라 성질이 다른 두 개의 화면이 깊이를 달리하면서 차오르는 형국이다. 시간의 차이는 두 화면을 보는 것, 인식하는 것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최윤정_Aura09-93_실크에 혼합채색_91×72.7cm_2009

우리는 모두 지난 시간의 기억, 내밀한 경험과 상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것은 불현듯 출몰해 심층에서 지층으로 솟아 올라오기를 거듭한다. 기억은 은밀한 달콤함과 고통스러운 자괴감을 한 몸으로 거느리고 잠복해 있으면서 우리 몸 어딘가에 고여 있다가 자라나고 순간적으로 발아한다. 밀고 올라온다. 작가는 자신만의 기억, 지난 시간의 추억이나 내면의 갈망 등을 안쪽 화면에 꽃의 형상을 빌어 안치시켰다. 그것은 자신에 의해 가라앉혀진 것들이다. 동시에 그것은 마냥 억누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수면위로 떠오르듯 다시 새로운 화면, 또 다른 앞의 화면을 통해 환생한다. 이때 표면은 내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동시에 떠오른다. 여기서 그림자란 여전히 존재에 어른거리는, 존재의 배면인 추억/ 기억인 셈이다. 이중의 화면 연출은 그러한 내용을 시각화화는 방법론에 따른 것이다.

최윤정_Aura08-68_실크에 혼합채색_66×66cm_2008
최윤정_Aura07-44_실크에 혼합채색_48×45cm_2007

그와 동시에 최윤정은 작은 사각형의 화면을 무수히 반복해서 격자꼴로 연출한다. 역시 그 작은 화면도 이중의 표면을 지니면서 두 개의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꽃의 일부분이 조각조각 분리되고 파편처럼 떠돌면서 보여진다. 동일할 수 없는 저마다 다른 형상의 꽃이자 개체들이다.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흔들리며 떠도는 꽃이란 존재는 주어진 틀 안에서 자유로운 생/자아를 갈망하는 제스처, 한정된 제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저마다 일시적인 삶이란 틀에서 부유하다 소멸해가는 인간존재를 상징화하고 있기도 하다.

최윤정_Aura09-88_실크에 혼합채색_27×110cm_2009

양난은 정면에서 포착되어있기 보다는 주로 뒷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런 시선은 꽃을 보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있다. 그것은 존재의 이면을 보고자 하는 욕망을 암시한다. 또는 겉으로 드러나지 못하는 한 존재의 진실, 혹은 기억과 아스라한 추억일 수도 있다.이렇듯 최윤정은 양난이란 소재와 이중의 화면구조를 통해 자신의 기억에 대해, 이미지화하거나 또렷하게 언어화할 수 없는 그늘/그림자를 그려보인다.

최윤정_Aura09-91_실크에 혼합채색_116.7×91cm_2009

비단이란 알다시피 종이의 조직과 달리 직조된 결들이 투명하게 비춰지는 화면이다. 그 틈을 벌리고 육박해 들어가면 작은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해체될 것이다. 마치 캔버스 천의 조직과 같은 셈이다. 그러니까 작은 격자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작가의 화면은 그 비단이란 물질의 특성, 존재론적 조건을 이용한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단을 크게 확대해서 보는 이의 눈과 몸을 그 안쪽으로 불러들인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윤정_Aura08-77_실크에 혼합채색_26×16cm_2008

그동안 그림이란 결국 하나의 절대적인 화면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면 이를 흔드는 방법은 화면을 복수로 연결, 반복시키거나 내부를 보여주는 외부가 공존하는 화면이 된다. 따라서 최윤정의 화면/프레임 역시 작은 화면이 복수로 연속되거나 화면 안에 또 다른 화면을 집어넣는 형국으로 연출된다. 이때 안과 밖의 이미지는 서로 연계되는 이야기에 의해 유지되고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한때 화려한 은막의 스타, 아름다운 얼굴이 이제 세월이 지나 흡사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과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작업은 아련함과 무상함, 시간의 힘 등을 읽어내게 해준다. ■ 박영택

Vol.20091016a | 최윤정展 / CHOIYOONJUNG / 崔允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