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29_목요일_05:00pm
2009-201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2098번지 제1전시장 Tel. +82.43.200.6135~7 www.cjartstudio.com
최부윤은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영상과 설치 작업 등을 통해서 부부의 관계, 나아가 크고 작은 인간관계에 대한 개념적 접근을 최소화된 형식으로 보여주었다. 언어와 소리를 통한 소통, 빛과 공간을 이용한 추상적 사고의 시각적 구현이 그의 주된 작업 경향이었다면 그의 최근 작품은 형형색색의 조야한 옷을 입은 극도의 키치적 석고상 연작들이 주를 이룬다. 마치 물질성이나 매체의 독자성이 해체되는 현대미술의 담론들을 비웃듯이 전통적 기법에 따른 조각적 오브제, 즉 보수적 모더니즘으로의 복귀를 시도한 듯이 보인다.
최근작 「So Hot!」은 아홉 개의 석고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서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으로부터 차용한 이미지이다. 조개바깥으로 뛰어나온 아홉 명의 석고 비너스들은 컬러풀한 스키니진과 플랫 슈즈를 신었고 바지 뒷주머니에 담뱃갑을 꽂고 있다. 10대들의 우상인 '소녀시대'의 아홉 멤버들을 아이콘화한 이 작품은 마치 우리 시대에 적용되는 미(美)의 기준, 혹은 고전주의와 현대적 트렌드가 만나는 접점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 작품을 키치적 변형이나 차용으로 단순히 간주하거나, 대중문화나 과거 고전주의 미술에 대한 비평으로 보는 것은 최부윤이라는 작가의 이전 작업과 비교할 때 낯설기만 하다.
서양식 미술교육을 통해서 마치 완벽한 미의 전형이 되어버린 여러 조각품들, 미로의 「비너스」 혹은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가 총천연색의 속옷을 입는 모습은 시각적으로 불편하기까지 하다. 석고상의 순백색과 인공적인 원색의 강한 대조는 석고상의 순수함을 의도적으로 더럽히고, 모욕한다. 특히 2차원의 회화에서 3차원 석고상으로 실현된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더 이상 적절한 예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조야함의 극치이다. 아마도 관광객용 기념품으로 만들어졌을 이 비너스 석고상은 회화 이미지를 입체로 재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이 3차원의 형상이 드러내는 어처구니없음을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그것은 의심할 수 없는 가치이며,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최부윤은 이러한 관습적, 전통적 시각과 사고를 조소(嘲笑)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유치찬란한, 표피적인, 갈등이나 비판을 넘어선 예술적 '물질'에 대한 비평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전통적인 개념에서 예술가가 생산하는 결과물에 대한 조소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는 자신의 작품도 포함된다. 그는 아직도 한국현대미술이 근대적 조각 개념과 매체에 대한 강박관념에 메어있음을 인정하고, 그 틀을 벗어나는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결국 그 틀을 넘어서려는 자신의 작품과 근대적인 의미의 조각가로서의 역할이 끊임없이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최부윤의 작품은 재료에 도취된 한국적 상황에 대한 조소이자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에 대한 반동적 행위이며, 스스로 갇혀진 상황에 대한 비웃음이자 조롱이다.
최부윤의 작품이 단지 서구의 이상화 된 미의 기준에 대한 고답적 비판이나 풍자에 그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작업을 포함한 현대 미술의 통념 일체를 조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몸담고 있는 예술을 조소(嘲笑)하기 위하여 작업을 한다. 진부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무엇인가를 '조각'하고 만들어내면서, 작가는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왜 이 작품을 만드는가?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 김정연
Vol.20091015i | 최부윤展 / CHOIBUYUN / 崔富潤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