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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14_수요일_10:00pm
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 15!09
입장료_5000원
관람시간 / 10:00am~08:00pm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B-22부스 HANGARAM ART MUSEUM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번지 Tel. +82.2.580.1300 www.sac.or.kr
이희돈의 색면공간추상에서 드러나는 ● 뚫림과 엉김의 소통 이희돈의 환한 미소를 보면 많은 세월의 고단함이 구름처럼 떠오른다. 북아현동! 이제 그의 고향처럼 되어버린 동네다. 삶의 때가 질퍽하게 배어 있고 초중고와 대학이 있는 곳이다. 나 역시 이 동네 단칸방에 살면서 가난한 꿈을 가꾸고 있었다. 힘들 때마다 찾으면 구김 없는 환한 미소로 변함없이 반겨준다. "역경을 견딘 자 만이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다." 이희돈은 그렇게 살아왔다. 주변 화가들이 상이라도 받게 되면 자기 일처럼 신이나 기뻐해준다. 동심으로 돌아가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하얀 이로 웃어주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중략- "열심히 그림 그려?" 중얼거리며 빙그레 웃는다. 환한 미소가 꿈이 되었고, 꿈은 희망이 되어 행복한 화가가 되었나보다.(이청운, 이희돈 첫 개인전 서문)
알파벳 12번째 이야기 ● 딱딱한 골판지위에 순지를 서너 번 붙인 다음 모내기하듯 구멍을 뚫고 물감을 밀어 넣거나 중첩해서 발라 캔버스위에 붙여 완성하는 그의 작품은 장인의 작업과정을 연상케 하는 집요함과 철저함으로 일관한다. 한 치의 빈틈없는 열정과 치열함이 있기에 그의 화면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약하여 흡입하는 강렬함을 갖는다. ● 초기 작품들은 원, 삼각형, 사각형이라는 근본적인 조형요소에 기초한 기하학적이고 도형적인 형상으로 표현 했지만, 차츰 도형적인 형상은 배제되고 사각 안에 사각, 혹은 부조형식의 평면위에 수많은 구멍들이 엮여서 또다시 평면으로 되돌리는 색면공간추상(색면과 공간을 함께 어우르는)으로 전개되고 있다. ● 구멍을 뚫는다는 점은 예전과 같지만 보이는 결과는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 그만큼 시각의 폭이 다양함을 수용하는 포괄적 사유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구멍과 구멍, 덩어리와 덩어리의 관계에서 얽힌 색채와 형상이 세분화되어 하나의 커다란 집합체로서의 영상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즐거움을 갖기에, 자연스런 맛을 낸다는 점이다. 또한 엄격하게 분석하여 만들어진 반복적 집합의 산물이 자연에서 잉태된 유기적 생명체의 감성을 드러내는 특이성을 갖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하면 객관화가 심화되면서 주관성을 갖게 되며, 주관성 안에 많은 얘기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행위 혹은 한 개체가 복제와 복제를 반복하면, 색면공간위에서 거듭된 진화를 통해 매우 서정적인 자연의 상태로 재탄생하는데 이렇듯 이희돈의 작품 「알파벳 12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성인 Lee의 알파벳 12번째의 L자가 반복적으로 복제되어 자신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로 변화되는 과정을 겪으며, 세상 사람들의 삶을 정감 있게 얘기하고 있다. ● 나로부터 시작된 세상과 우주, 나란 존재의 의미를 각인하고 깨인 삶을 열망하는 시간들에서 오는 침잠과 일탈의 반복된 자기 확인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구멍을 뚫는다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과 탄생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고통과 슬픔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공간접점이며, 색칠의 중첩과 엉김에서 사회라는 공동체적인 삶의 행복을 노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최근 들어 붉은색이나 노란색을 주 색상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분노와 혼돈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의 자연스런 색 심리이다. 이희돈 스스로의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점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사 삶 자체를 자연의 일부로 생각함으로서 서양화법으로 시작된 화면의 운용이 동양적인 사유의 틀 속으로 스며드는 매우 의미 있는 전환이라 할 수 있다.
탄생과 어울림 ● 캔버스의 화면을 예리한 칼로 찢어놓은 '루치오 폰타나(Fontana Lucio 1899~1968)'의 '공간개념'으로 불린 작품들은 화면을 찢어놓음으로서 2차원의 평면 상태에서 3차원의 물체로 환원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이희돈의 구멍 뚫기는 1차적 작업과정에서 폰타나의 공간개념을 도입하지만 3차원이라는 환원적 공간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탄생이라는 그리고 희로애락 하는 인간의 삶을 드러내기 위한 구멍으로 시작한다. 따라서 "구멍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며 탄생하는 생명의 힘, 생명체를 탄생하게 하는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그 구멍은 넓은 곳으로 향하는 시발점이다. 작은 구멍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넓고 무한한 꿈과 사랑과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김영재) ● 구멍을 그대로 두는 순수공간개념에서가 아니라 그 구멍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창이며 터이기에 창이 창으로 남겨지지 않고 창에 드린 눈으로 남아 대면하면서 행복을 찾는다는 의미이다. 송송이 뚫리고 박힌 색채와 덩어리는 모이고 흩어지면서 서로 바라보며 자기각성을 유도한다. 때로는 법문이 되어 끝없는 의문과 답문의 반복에서 결국 내면의 참 자아에 다다르게 되는 수도승의 자기성찰과 닮아 있다. ● 타공과 부조적 색료의 뒤섞음이 오히려 평면에서 자유를 획득하게 되고 이 자유가 또다시 엮이면서 교향곡과 같은 화음을 만든다. 이희돈의 작품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할머니의 옛 얘기와 사물이 어우러진 우리농악의 반복적인 흥과 비애가 저 멀리 수평선, 언덕을 넘어 들려오는듯하다. 구멍하나가 열이 되고 백이 되면서 또다시 하나가되는 어울림!
단순하면서 복합적인... ● 오래전부터 이희돈은 재료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종이, 돌, 나무, 판화의 부식, 유성과 수성물감, 메디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재료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서, 간혹 내가 들를 때면 물감과 재료의 특성을 쉼 없이 들려주곤 했다. 그로인해 나 또한 많은 재료의 특성을 알게 되었고 큰 도움이 됐다. 이러한 탐구에서 얻어낸 순지 만들기와 붙임, 구멍 뚫기, 물감 엉기기, 바르기로 이어진 일련의 작업과정과 행위의 반복은 현대작가들이 간혹 편집광적으로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것과 다아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가 작가의 숨겨진 내면을 실생활에 드러내는 무의식의 표현인지, 아니면 감정의 분출인지, 혹은 순수한 미의식에서 나온 것 인지 정확하게 꼬집을 수는 없지만 그간의 과정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지나온 이희돈 자신의 삶과 연계된 많은 얘기들을 함축하면서 털어버리려는 내적심리의 평온을 추구하는 과정으로서 미적원리를 수용하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이희돈의 화면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명료하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구멍을 통한 감정이입과 분산을 1차로 발산하면서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물인 작품은 세련된 정결함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점이 현대작가들의 외부세계와 단절한 채 오직 질료와 맞서 다다른 행위에서 드러나는 미니멀적인 여타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 살아가면서 변함없는 배려와 미소를 간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물질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사회에서 더더욱 아름다운 미소로 서로의 정을 나누기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나또한 30여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겸허하고 진솔하게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그리고 고단한 화가의 삶을 누구보다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기에 이희돈과 만난 많은 화가들이 그의 미소를 기억하고 좋아한다. "작품보다 인간이 먼저 되라"는 선배들의 얘기를 새롭게 기억하면서 자연과 인간, 인생의 곡절들, 잉태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색면공간추상으로 어루만진 작품들이 아른거린다. 하얀 이로 웃어주는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 강구원
Vol.20091015e | 이희돈展 / LEEHEEDON / 李喜敦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