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14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고석원_권주안_권지현_김종숙_김은옥_선려 유용상_이사라_정경희_정재석_최덕화_최현희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더 케이 GALLERY THE K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6호 Tel. +82.2.764.1389 www.gallerythek.com blog.naver.com/gallery_k
미술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두 가지 요소를 꼽으라면 풍경과 정물이라 할 것이다. 구상 또는 반구상의 기본 소재이기도 하지만 추상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이 두 가지를 건너지 않고는 작품의 완성도를 이끌어낼 수 없을 만큼 필수적인 코스라고 하겠다. 이를 거치지 않고 작가적 개성을 내세워 그림을 그린다면 '제멋대로 그린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만큼 풍경과 정물은 작가에게는 버릴 수 없는 교과서이자 숨길 수 없는 실력의 근간이 된다.
"그림∼좋다!"고 말할 때의 '그림'은 일반적으로 풍경이나 정물에서 비롯된다. 인물이나 동물 등이 그려져 있어도 그것이 점경(點景)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풍경화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당나라 때 산수화 속에 개성의 해방을 주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고, 송나라 때는 수묵산수가 나타났다. 서양에서는 15세기 인물화의 배경으로 풍경이 들어간 것을 계기로 17세기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자연의 빛을 활용한 풍경화가 많이 그려졌다. ● 18세기 영국에서 자연을 직접 묘사하는 사생(寫生)의 태도는 프랑스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19세기 프랑스에는 코로, 밀레 등의 바르비종파(派)가 자연주의를 주창하였으며, 인상파(印象派) 화가들에 의해 풍경화는 회화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표현 형식과 화법의 발전 속에서 풍경화는 자연의 넓이와 주위와의 관계에 의해 공간감(空間感)을 정위(定位)하는 구도법을 성립시켰다. 풍경화는 정물화의 징검다리와 같다.
정물화는 일상생활 속에 있는 화초 과실 야채 식품 기물 악기 생활도구, 박제로 만들어진 어류(魚類)나 조수(鳥獸) 등 여러 사물을 주제로 한 회화의 총칭이다. 주제가 되는 모든 것이 자기의 의사로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고대의 것으로는 폼페이의 벽화나 모자이크화에서도 나무·꽃·과실 등을 볼 수 있으나, 정물화로 성행한 것은 17세기의 네덜란드에서이며 독립된 정물화라는 명칭은 18세기 네덜란드의 미술학자 후브라켄이 지은 것이다. ● 정물에 대한 사고방식은 생활의 기록이며, 그리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서민의 생활, 왕후의 생활을 전할 수도 있고 또 심상(心像)을 정물에 담아 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물화에서는 시대·풍토·민족·전통을 엿볼 수 있고 아울러 인간의 생활과 취미를 느낄 수도 있다. 정물화는 조형이론의 실천을 증명한 세잔의 작품 등의 성과로 회화의 근대성을 탄생시켰다. 조형공간을 화면에 재조직함으로써 자연을 실증하는 사고방식을 나타낸 것이다.
미술사적으로 볼 때 풍경과 정물은 작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든지 밑바탕을 이루는 것이니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요즘 이 두 가지에 충실하거나 적어도 이 두 가지에 대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춘 작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른바 '인기작가'라는 명분과 실리에 작가들이 지나치게 몰려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풍경과 정물을 독창적인 작업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힘쓰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장래를 진단해보려 한다. ●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공상과학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고석원, 얼룩말 그림으로 상상의 공간과 소통을 구현하는 권주안, 낙하산 블록 이미지 등으로 새로운 조형성을 시도하는 권지현, 보자기 그림으로 전통과 현대적 정물을 개척하고 있는 김은옥, 강렬한 빛으로 재가공된 산수를 채색하는 김종숙, 풍경과 정물이 어우러져 환상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김준기, 깜찍한 인형의 캐릭터로 신세대형 정물화를 일구어가는 이사라의 작품이 한국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또 와인잔 그림을 통해 정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유용상,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선려, 인물과 꽃 등이 함께한 풍경이 인상적인 전현숙, 꽃과 동물의 소통이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정재석, 동물의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나는 이미지로 기억이 자라나는 심상풍경을 묘사한 정경희, 옛것과 새것이 혼재하는 채색으로 공간 너머의 세계를 찾아나서는 최덕화 등의 작업이 한국 미술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 갤러리 더 케이
Vol.20091015d | 풍경과 정물 Landscape And Stiil-lif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