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송주희展 / SONGJUHEE / 宋株熙 / painting   2009_1029 ▶ 2009_1107 / 월요일 휴관

송주희_A Midsummer Night's Dream 08-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300cm_2008~09

초대일시_2009_1029_목요일_05:00pm

2009-201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2098번지 제2전시장 Tel. +82.43.200.6135~7 www.cjartstudio.com

꿈, 무의식의 의식화-나도 모르는 나에게 말걸기 ●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의 꿈 내용을 듣고 그린 산수화로 중국의 도연명이 꿈꾸던 이상향을 그렸다던 도화원도와 그 맥락이 같으면서도 다르다. 요셉이 왕의 꿈을 듣고서 심연의 생각을 맞추어 정확히 미래를 예언한 것이라는 식의 구전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마음이란 궁금과 탐구를 유발하는 심오한 대상임을 보여준다. ● 수많은 전통을 기반으로 실험을 하는 신진예술가들, 그리고 또한 오래 전부터 화폭을 탐구해왔던 작가들은 무의식적인 세계의 구조적 현현을 시도해왔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사고에 대한 언어화된 구현이다. 송주희 작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무의식적인 의식의 흐름을 의식화하는 계통으로 보인다.

송주희_A Midsummer Night's Dream 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62×145cm_2009

가외의 이야기로, 나도 모르는 내가 있는가? 그 질문 때문에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를 한다. 특히 송주희 작가는 그렇다. 송주희 작가의 작품을 보면 검은 배경에서 시작하여 온갖 색이 스멀스멀 스며서 기어나오면서 발화하는 것 같다. 작품 「한여름밤의 꿈」 연작을 보자.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이 작품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시리즈로 제작이 되고 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정신은 지형학적 이론에서 볼 때, 무의식의 층, 전의식의 층, 의식이 있는 층이 있다고 가정했다. 보통의 사람은 의식의 층 즉 자신이 소위 '마음'이라고 하는 층위까지 인식한다. 전의식의 세계는 어떤가. 이것은 보통 사람이라도 인식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세계다. 송주희 작가의 작품 제명에서도 나오는 '꿈'이란 그 다음의 세계 즉, 무의식의 세계로, 우리가 전혀 느낄수도 인식할 수도 없는 깊은 곳이고, 접근하기 어려운 심연의 세계다

송주희_A Midsummer Night's Dream 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0×285cm_2009

인간은 왜 심연에 집착하는가? 대개는 마음 속 깊은 나에 대하여 그다지 깊이 교류하지 않게된다. 바쁘기도 하고, 어쩌면 상처받은 영혼의 외침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송주희 작가는 꿈이라는 무의식을 미술을 통해 의식화 시키는 작업을 통해 무의식을 분석하고 이를 화폭에 옮겨내고 있다. 미술치료학자 나움버그는 미술표현을 통해 무의식의 이미지를 표출, 의식화시키는 것이 심리 치료와 원활한 의사소통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론을 관객과 작가와의 소통으로 전이한다면, 관객은 작품의 소재를 분석하여 상징적인 의미로써 작품을 이해하게 되고, 이때 작가의 그림에 투사되는 상징과 전이를 중요한 소재가 된다. 이때 작가의 작품은 또다른 나로 거울속에 비친 나다. 하지만 나의 거울상이라고 하기에는 왜곡되고 과장되고 기괴묘한 또다른 나로, 작가는 아마도 어떤 경우는 자기를 너무나 닮은 대상에게 애정과 질시와 두려움과 사랑을 동시에 느끼고 퍼부으며 작품을 할 것이다.

송주희_A Midsummer Night's Dream 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0×285cm_2009

이제 송주희 작가의 「한여름 밤의 꿈」 연작의 도상의 상세한 상징을 보자. 너무나 화려하고도 너무나 절제되면서도 어떤때는 격렬하고 어떤때는 수줍은 소녀같은 강약에 보는 순간 관객은 숨을 멈추고 매혹으로 빠져들어가 그 도상 안의 작가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묻혀들 수밖에 없다. 마치 핀이 어긋난 다색판화 같고, 고갱의 작품같기도 하면서, 수많은 코드를 마치 난 여기 숨었는데 몰랐지? 하는 표정으로 섹슈얼하면서도 귀여운 코드를 화폭 곳곳에 숨겨놓아 찾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 초현실주의자들이 꿈꾸던 자동기술의 세계. 송주희 작가 작품에서 나타난 재기발랄하지만 암색조의 컬러는 그 자동기술의 묘법과 어울려서 확연한 무의식적 의식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화면에 재현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던 불명확한 생각들, 인상들, 이미지가 자동적으로 구현되고 구체화되고 또 체계와 계통, 그리고 반복되는 아이콘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패턴화가 진행되다보면 어떤것이 무의식적이고, 어떤것이 의식적인 것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송주희_A Midsummer Night's Dream 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0×255cm_2009

송주희 작가 특유의 무의식의 의식화 기법이 빛을 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로의 무의식에 대한 탐구에 매진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연구의 과정으로 할 것인지 결정한 후일 것이다. 주지했듯 무의식이라는 것은 반드시 어떤 층위 아래의 것임에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자체의 본질적인 속성상 최초의 어떤 상태 이후에는 기법에 익숙해지면 익숙해 질수록 의식적이고, 또한 습에 박힌 반복의 행위가 되어 막다른 길에 막히게 된다. 만일 작가가 무의식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작업을 더욱 디테일하게 구현하는 기간을 더 둘지는 스스로가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송주희_A Midsummer Night's Dream 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5×338cm_2009

나에게의 말걸기를 넘어 신화적 상상력 그 다음을 탐구하고 자신의 모든 진액을 벽에 투영하는 송주희 작가에게, 오히려 원치 않을지 모를 무한 경쟁의 세계에 자신을 투신하기를 요구하며, 그 안에서 우뚝 서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쟁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순수한 자아로서의 존재를 원한다면 가장 중핵의 세계에서 그 길을 잃지 않고 서 있는 시간이 어쩌면 필요할 것이라고 느낀다. ■ 김별다비

Vol.20091014j | 송주희展 / SONGJUHEE / 宋株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