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16_금요일_06:00pm 사운드 퍼포먼스_2009_1016_금요일_07:00pm
가갤러리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가갤러리_GAGALLERY 서울 종로구 원서동 141번지 Tel. +82.2.744.8736 www.gagallery.co.kr
Lost in a scene ● 서보형은 영화를 소재로 작업한다.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인, 'a scene' 역시 영화를 다루고 있다. 「푸른 고래 증후군」에서 그는 편집 이후 하나의 패키지로 우리에게 전달되어야 마땅할, 영상과 소리의 조합을 영화적 시공간이 아닌 현실의 시공간에서 봉합해 보는 실험을 감행한다. 그리고 「분노의 장미」를 통해는 내러티브 영화에서 주로 생략되고 압축되는 영화적 시간을 롱 테이크(long take)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마찬가지로 「2004.8.23」이란 5채널 작업에서 그는 한편의 내러티브 영화를 5개의 시퀀스로 분리한 후, 5개의 모니터에 동시에 틀어버리면서 영화의 선형적 시간을 분리하여 현실 시공간 위에 병렬로 포개버린다.
서보형은 이와 같이 영화를 소재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영상)를 통해 그리고 영화의 프레임 안에서 작업한다. 다시 말해 그에게 있어서는 표현 소재도, 조형 언어도 그리고 캔버스도 모두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이 폐쇄적인 자기 반영성은 관객과 작가 본인에게 오히려 불안감을 제공하는 이율배반의 원인이 된다. 그 이유는 바로 메타 영화적 접근을 영화 자체를 통해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영화의 외부에서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객관화를 실패하게 된다. 이 불안감은 결국에는 '이 작품들이 영화인가? 아니면 미술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치환되어 나타나게 된다.
작업 방식에 있어서도 불안함이 존재하는데, 그의 방식이 해체적 태도가 아니라 자동기술적인 재조합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는 영상을 매우 과감히 심지어 '자기 마음대로' 다룬다. 그는 영화 내부의 개념, 영화 장치와 기구 그리고 현실과의 관계 등을 마구 파헤친다. 그는 이렇게 들쳐낸 것들을 보기 좋게 분리해 놓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파헤쳐지기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엉망인 상태로 뒤섞어 버린다. 그래서 관객은 군데군데 영화의 잔해와 부스러기들을 발견할 뿐, 그가 이것들로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매체에 대한 성찰(자신에게 날카로운 매스를 들이대고 스스로를 체계적으로 분리했던 해체적 태도)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존재기반을 확보했던 모더니즘의 그 명료한 태도에 비한다면, 서보형의 그것은 출발은 유사하겠지만, 중간 과정과 결과는 전혀 다르다. 그는 처음에 의도에서 미끄러져 목적을 망각하고 결국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존재마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에는 메시지가 없다. 관객들은 미술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정치적 목적성', '매체를 통한 성찰의 진지함', '캔버스의 확장', '문학의 영상화' 그리고 '이미지의 운동성' 등을 기대했지만 이를 찾을 수 없기에 불안해 한다.
이렇듯 작품 안의 영화적인 것들은 서로 인과관계나 연속성 심지어 인력조차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것만도 충분치 않았는지, 작가는 작품 내부에 직접 등장하면서 작품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는 작품에 대한 통제를 스스로 놓아버리고 자신의 메타 영화 안에서 길을 잃게 된다. 하지만 영상(moving image)은 언제나 움직이기에 그는 정지해 있을 수 없다. 그는 미로의 한가운데서 달려야 하고 뜯어낸 영화의 바닥 아래에서 허우적거릴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 마냥 부산하다.
서보형의 작품이 제공하는 불안감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동력이자 내적 조형성일 것이다. 이는 물론 미디어-비디오 아트의 기술적인 조형성과 매체의 혼종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을 통해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곤 한다. 작품은 간결하게 핵심만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순환(looping)하면서 무엇인가를 계속 내뱉게 된다. 우리는 결국 본인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을 알지 못해 떠도는 무책임한 탈목적성의 충동이 전시 전체에 팽배해 있음을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전시의 메시지임을 알게 될 것이다. ■ 성용희
Vol.20091014h | 서보형展 / SEOBOHYUNG / 徐輔炯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