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展 / LEESANGEUN / 李尙恩 / painting   2009_1016 ▶ 2009_1104 / 월요일 휴관

이상은_시간쌓기 20094_혼합재료_73×117cm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60918b | 이상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9_1016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송은갤러리_SONGEUN GALLERY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2.527.6282 www.songeun.or.kr

남들은 이번 여름이 시원하다는데 내게는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개인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데 대한 두려움과, 그 결과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오는 조급함이 날 더욱 덥게 만든 것 같다. ● 이번 작업도 지금껏 해온 시간쌓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간과 기억에서 출발한 하나의 선(line)이 시간의 조각이 되어 쌓여지고 더하여져 시간의 순간과 집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반복되는 시간쌓기 작업. ● 그동안의 작업은 평면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든 재료를 사용하여 툭툭 튀어나오는 쌓임을 강조하는 작업-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층층이 쌓여진 소재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들에서는 각각의 시간과 기억들이 뒤에 쌓여진 것들에 의해 가려지고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밑바닥 어디엔가 오롯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지나간 시간은 그 자체가 아닌 기억이나 흔적으로 남아 현재에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시간은 수많은 만남과 부딪힘으로 이루어져 여러 겹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국은 하나의 겹으로 존재하는 현재의 시간, 순간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 오랜만에 캔버스와 물감이란 재료를 사용하게 되었고,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선을 긋는 작업은 아무리 선을 긋고 쌓아도 쌓아지지 않는 쌓을 수 없는 시간의 쌓임을 표현하고 있다. ● 시간쌓기 작업을 보여주는 나의 작업이 앞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쌓여질지 잘 모르겠다. 오랜 시간을 해 온 일인데도 작업을 하는 것이 왜 점점 어려워지는지 모르겠다. ■ 이상은

이상은_colorxcolor2009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9

기억의 시간 쌓기 ● 이상은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존재하는 '기억의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화두로 하여, 1990년 미국유학 후 현재까지 오랜 기간 동안 집요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은_colorxcolor 2009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9

기억은 깊을수록 애매한 무의식의 세계이지만 또한 아주 사적이고 은밀하고 정확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재된 기억의 시간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 곧 이상은의 작업과정이며, 이 작업의 결과는 마치 논리로 무장된 엄격하고 계산된 미니멀리스트의 선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론 부드러운 추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화면에 드러내는 추상표현주의의 감성적인 선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은_colorxcolor 2009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9

손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회화적인 선과 디지털 컴퓨터가 그린 건조하고 기계적인 선, 그리고 두 가지 방식이 혼용된 애매한 선 등 이러한 겹치고 또 겹치면서 만들어진 선들에 의해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들이 제작되고 있다. 이는 회화의 한계를 뛰어 넘고, 회화의 경계를 해체하려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작가의 의지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상은_colorxcolor 2009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9

그러나 작가가 반복된 선을 "마치 각각의 시간과 기억들이 쌓여진 것들에 의해 가려지고 잘 드러나지는 않는 그러나 심층 어디엔가 오롯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적은 작업노트에 비추어 보면, 표현된 물질로서의 이미지로서의 선의 해석보다는 선을 수없이 반복해서 그을 수밖에 없는 작가의 심리적 상태 그 자체가 작업에 중요한 개념이라고 여겨진다.

이상은_colorxcolor 20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120×30cm_2009

한편, 작가는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심리적 여유를 확보한다면, 키치적인 색채를 사용하여 화면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치 무한한 공간 속에 유한자로 존재하는 인간의 불행한 운명이 모순과 애매함의 미학으로 승화된 듯하다. 흔히 영상매체의 광고 속에나 볼 수 있는 키치적인 색채들이다. 보라색과 노란색, 주황색과 연두색의 보색배합에 이를 중성화시키는 회색의 구성은 전통적인 드로잉, 페인팅, 판화, 영상 등 다양한 공부를 한 작가의 경력에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이상은_Space 20091_디지털 프린트_60×60cm_2009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시간은 수많은 만남과 부딪힘이 여러 겹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국은 하나의 겹으로 존재하는 현재의 시간, 순간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한다. 작가가 작업을 통해 지향하는 시간이 바로 현실이라는 화려함 뒤에 겹쳐진 과거와 현재의 파편화된 순간들, 쌓고 쌓인 기억들, 바로 그 기억의 선이라고 여겨진다. ■ 이지호

Vol.20091013b | 이상은展 / LEESANGEUN / 李尙恩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