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9:00pm
광화랑_GWANG GALLERY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5호선 광화문역 지하도 안 Tel. +82.2.399.1167 www.sejongpac.or.kr
위대한 일상 ● 명품은 '밥'이다. 명품은 우리들의 보편적인 욕망이고 일상의 허기를 채우는 밥처럼 욕망의 실체로서 삶 속에 존재한다. 한국 사회에서 밥은 목숨 보존을 위한 본능적 목적이고 살기위한 욕망이다. 한국인에게 밥은 어쩌면 매일 매일 실현하는 욕망 덩어리인 것이다. 샤르트르는 욕망을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을 추구하여 결함이 없는 존재로 되고 싶어 하는 정신활동이라 말했다. ● 우리가 사는 현대는 욕망과 소비의 시대이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쇼, 중산층의 소비와 문화 성향을 보여주는 각종 드라마를 보면서 쉽게 소비와 욕망의 노예가 된다. 소비 사회에서는 상품소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 청담동에 가면 10초에 한번 씩 명품 백을 든 여성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10초 백이라는 애칭 아닌 애칭이 생길 정도로 최고를 향한 명품 열망, 그 물질적 욕망의 실체는 우리 일상 속에서 매 순간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명품 세상이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은 명품을 가지고 있으면 고품격의 이미지를 풍긴다는 것이다. 몇몇 브랜드의 고가상품을 가리키는 이 명품이란 단어의 일차적이고 핵심적인 기능은 브르디외(Pierre Bourdieu)가 말하는 '구별 짓기'(distinction)이다. 명품 백이나 구두를 과시적으로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고품격 안목과 경제력을 일반인들의 그것과 구별 짓고, 이를 통해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 명품을 통한 구별 짓기의 역사는 길다. 이미 1899년에 경제학자 톨스타인 베블렌(Thorstein Bunde Veblen)은 '유한계급론'이란 책을 통해 시간을 넘치도록 소유한 유한계급들이 일반인과 구별 짓기 하는 소비 행태에 대해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 일컫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명품에 대한 욕망과 소비는 백화점 명품관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한 몰입은 인간을 끝없는 욕망과 소비의 관계로 만들어 버린다.
명품이 우리가 갈망하는 본능적 욕구가 된 현대 사회에선 명품은 최상을 바라는 이데아 추구에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 먹는 밥을 통해 현대인의 보편적 욕망을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했고 그 일관된 대상의 이미지는 다시 우리의 진솔한 모습이 되고자 했다. 캔버스 위에는 고급 브랜드 명품과 분리된 로고(상표)가 욕망으로 그 자리를 대신해 일상의 내면으로, 사발 속의 국이 되고 밥이 되었다. ● 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미지는 원래의 것을 닮아 친숙하지만 어쩐지 낯선 풍경이다. 사물과 명품 로고의 극적 결합을 통해서 사물에 욕망을 부여하고 분리된 이들 욕망의 이미지는 또 다른 새로운 사물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일상의 진실을 정면으로 일깨워주는 매우 직설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분리된 사물 또한 욕망과의 해체를 통해 비로소 사물 본연의 진정성을 되찾게 된다.
상품가치를 결정하는 로고는 물질적 욕망의 실체로 상품과의 해체를 통해 명품을 연상시켜주는 개념인 '기의'(signifie)에서 형식적 측면을 구성하는 물질적 표현인 '기표'(signifiant)로 그 기호적 의미가 변한다. 즉, 그림 속 탈로고화는 명품과 로고의 해체로 비로소 참다운 사물과의 본질적 만남을 암시하는 것이다. ● 인체와 밀접하면서 지극히 작고 무심한 삶의 부분까지 점령하고 있는 거대한 명품세상. 우리가 그들을 바라고 그들이 우리를 바란다. 그것은 바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진실이며 거부할 수 없는 삶 속 이미지 기록 같은 것이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욕망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화면 속으로 그 의미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한국인에게 친근한 소재와 색채를 바탕으로 새롭게 재현된 로고의 반복적인 조형 작업 또한 화면의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반복의 리듬은 마치 명품 주술에 걸린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 오늘도 거리에서, 붐비는 지하철에서 명품을 향한 대중들의 강렬한 욕망과 마주한다. 우리는 그 욕망과 함께 호흡하며 매일 매일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있다. 그 끊임없는 욕망은 계속되어 오고 있으며 그런 일상은 참으로 위대하다. ■ 김해경
Vol.20091011d | 김해경展 / KIMHAEKYUNG / 金海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