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of spirit

정미조展 / JEONGMIJO / 鄭美朝 / painting   2009_1009 ▶ 2009_1030 / 월요일 휴관

정미조_영혼의 색의 리듬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09

초대일시 / 2009_1009_금요일_05:00pm

후원 / 한국토지주택공사 진행 / Art and Archive Management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정미조의 그림을 보면 장자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의 대체적인 윤곽이지만, 의식은 사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이를 수 있다.' 경계와 분류라는 간극을 넘나들며 호방한 筆로 새로운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정미조의 회화는 절제된 형태를 대신한 氣韻이 들어차고 분명 존재하나 가시적이지 않는 세계의 이물들이 실존의 것처럼 부유하며 노닌다.

정미조_Soul Tre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9100cm_2009

정미조에게 있어서 이미 의미가 없어진 단어들은 무수히 많다. 구상과 비구상, 유색과 무색, 방법론적 장르 등. 모두 경계를 허물며 자신만의 표현기법을 발굴하고 자유분방하게 표출한 정미조식 창작행위이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정미조_영혼의 색의 리듬_캔버스에 유채_73×91cm×2_2009
정미조_영혼의 색의 리듬_캔버스에 유채_73×91cm×2_2009

형태가 생략된 과감한 造物들은 한눈에 봐도 구상회화의 태를 갖추어 나가는가 하면 미묘하고 아스라한 붓질은 화면을 지극한 심상으로 채워나간다. 심상치 않은 붓질이 회오리인 듯 혹은 비구름인 듯 몰려오는 듯 하나 자세히 살펴보니 절제된 붓들이 모여 氣韻을 이루고 靈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가볍게 날 듯, 스치듯 놀린 붓 자국들은 작가가 긴 호흡을 참고 한 번에 붓질 한 번으로 운용한 작업방식에 있다. 작업에 임하는 작가의 정신이 물질의 원형이나 영혼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차용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유는 다분히 동양적이어서 작품을 다루는 붓의 놀림이나 행위를 수행하듯 진행하는 작가의 태도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 된다. 이렇게 절제된 붓질을 통해 얻은 화면의 긴장감은 정미조 회화에 있어 靈의 기운을 충분하게 이끌어 낸 도구로 훌륭히 사용되었다.

정미조_CS-004_종이에 파스텔_19.5×19.5cm_2009

그리고 이제 새로운 방식의 기운을 우리는 목격하게 된다. 특유의 붓질과 검은 색조는 보이지 않고 화면은 몽환적인 파스텔톤을 이루며 원형의 무언가가 유영하듯 부유하고 있다. 원근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화면은 천천히 쌓아올린 일곱 겹의 느린 색감으로 오히려 보다 더 자연스러운 깊이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화면 안에서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것들은 역시나 원래의 형질에 가까운 靈的 기운들이다. 그간 회색조의 그것들이 비교적 무겁고 진중한 것들이라면 이번에 드러난 것들은 밝은 기운과 사유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드러나는 이미지야 어떠하던 작가가 여기까지 화면을 이끌기까지는 긴 호흡을 참고, 여러 겹을 쌓아 올려야했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수없이 묻혀있다. 그리고 노동이라는 물리적 행위 외에 정미조의 상상과 내유를 짐작해 본다.

정미조_CS-007_종이에 파스텔_19.5×19.5cm_2009

그러나 이 모든 행위의 방식은 정미조가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작가적 숙명이다. 그가 직면하여 먼저 치열하게 싸운 결과물로 우리는 그보다 손쉽게 위로를 받고, 그보다 손쉽게 靈과 만난다.

정미조_CS-002_종이에 파스텔_19.5×19.5cm_2009

말로 표현하여 담을 수 있는 것과 더 세밀한 부분까지 드러나는 의식. 정미조의 사유 속에서 얻는 결과물을 오늘 회화로 만난다는 것. 그것은 또 하나의 상상창구를 열어놓음인 동시에 마음으로 노닐 수 있는 여유를 얻는 것이다. ■ 김최은영

Vol.20091009h | 정미조展 / JEONGMIJO / 鄭美朝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