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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각_GALLERY GAC 서울 종로구 관훈동 23번지 원빌딩 4층 Tel. +82.2.737.9963 www.gallerygac.com
몸꽃의 포갬과 열림 ● 아주 조용한 소란 인순옥의 작품에 주된 대상으로 등장하는 배추는, 자신을 포함한 시대의 여성성을 압도적인 크기로 표현하면서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비유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다. 이러한 크기의 배추는 그것이 기념비적인 정신사를 이루는 삶의 모습이고 이념을 넘어서는 실제의 세계를 지향하는 작가의 태도를 말하고 있다. 배추는 지난한 과거를 기억하는 것임과 동시에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내면의 끈이라고 할 것이다. ● 인순옥의 배추는 개념적인 어떤 이야기를 작품에 위치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배추의 정황들을 포착해 전지적 시점으로 위치시킨 화면, 화가의 눈에 장악된 세계이다. 거대한 도시 속을 가로놓인 배추는 도시의 일상을 감싸 안으며 다양한 인간군상의 풍경을 연출하거나 인물들이 제거된 도시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그것은 꽃일 수도 있고, 일상일 수도 있으며 그리고 무수히 많은 나임과 동시에 당신들이라고 말한다. 이 조용한 소란이 나와 주변에 펼쳐지면서 현실을 감각화 하고 일상을 낯설게 한다. 낯선 풍경, 사소한 그러나 조용한 소란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싸임과 겹침 혹은 포갬과 열림 ● 배추는 그 모양새가 겹겹이 쌓여서 결구를 이루며 존재하듯, 인순옥의 작품 배경에 등장하는 지문들이나 부적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코드이거나 소박한 욕망의 발현을 구하며, 거대 도시의 뒷골목 또는 삶의 후미지고 사연 있는 개인들의 역정을 드러낸다. 포개어진 다양한 속살들 가운데 대상들 삶의 다정한 포즈를 화면에 그려 넣고 그것은 무수히 지나간 어느 한순간의 잊지 못할 기억, 혹은 잊고 있었던 순간의 감정들을 화면에 담아 스냅 사진의 한 풍경처럼 펼쳐 보인다.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들이 있기도 하고 말 못할 어떤 기억의 풍경도 있다. 진실은 한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허위는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가 의미를 확장하듯, 인순옥의 작업들은 왜곡과 과장으로, 진부한 일상들을 다시 가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친다. 삶의 모든 것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것을 구성하고자 하는 욕망은 쌓이고 겹치며 포개고 열린다. 배추를 그리듯 속을 알아갈수록 곡절 있는 다양한 인간사들이 개별화되고 구체화되어 그 앞에 놓여진다.
열림- 별 것 아닌 것들의 별 것 ● 속이 쩍 갈라진 맑고 순수한 삶의 고갱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듯 진솔한 열림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한 순간은 아름답다할 것이다. 그리하여 후줄근한 주변이 환하게 열리고 별것 아닌 것들이 별것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될 때 삶은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 밝힌다. 별것 아닌, 이름 없는, 오늘이 어제같이 반복되는 추레한 삶이라도, 바래고 낡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은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고 그것이 본래 모습이라고 말해주는 길동무 하나, 그것이 비록 환영과 같은 현실일지라도 삶은 그러한 환영과 꿈마저도 감싸 안는다. 인순옥의 작업은 꽃시절이 없는 시대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바로 당신은 꽃시절이 필요 없는 늘 피어 있는 꽃이라고 안심시켜 주는 따뜻한 위안의 말로 읽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 모두에게 거대한 크기로 겹치고 열린 꽃들이라고....
마치지 못한, 마치고 싶지 않은 ● 인순옥의 배추는 그것이 꽃이라고 표현한 어떤 것들의 포괄아래 다층적인 시간과 기억, 일상과 환상, 욕망과 삶의 서사에 이르는 공간 속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것은 「현재는 존재의 무한한 흐름에 균열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현재는 역사를 모른다. 현재는 지금에서 나온다.」는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말처럼 탈역사화된 현실 공간의 드러냄이자 은폐된 현실의 낯설고 감각적인, 그 어느 환상 아래 보다 자유로운 한 풍경, 마치지 못한, 마치고 싶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타낸다. 삶이 가혹해지고 스스로가 타자가될 때 역설적으로 몽유의 세계가 간절하게 필요한 것이다. ■ 최종상
Vol.20091007h | 인순옥展 / INSOONOCK / 印順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