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뽐내기

권은주展 / KWONEUNJOO / 權銀珠 / painting   2009_1007 ▶ 2009_1013

권은주_깜찍한것(들)_장지에 채색_130×163cm_2009

초대일시_2009_1007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www.artspace-hyun.co.kr

해부필(解剖筆)로 수술한 미인해부도(美人解剖図) 나는 살갗에 가려져 그동안 보이지 않던 빨간 근육에 살인자 정치인 시대의 미인 등을 합성시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드러남으로서 오는 혐오스러움과 그동안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다.(권은주) ● 한 남자가 '당신의 젊음을 되돌려드리겠습니다'라는 일간지 광고 카피에 주목한다. '봄날'에 들어섰던 얼꽝 남자는 얼짱으로 변신하여 밝은 미소를 지으며 호텔 바로 들어선다. 바에 있던 한 얼짱 여자가 그 남자에게 윙크를 한다. 그들은 서로 칵테일을 한잔씩 마신 뒤 호텔방으로 간다. 얼짱 여자가 옷을 벗는다. 헉!!! 그 얼짱 여자의 얼굴은 20대인 반면 몸은 60대가 아닌가! ● 위 이야기는 권은주의 「근육 뽐내기」 시리즈를 보면서 필자가 떠올린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는 필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래전 폭소를 터뜨리면서 보았던 독일만화를 글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 만화는 '외모지상주의' 특히 '얼굴중심주의'에 똥침을 놓았다.

권은주_소희가 되고싶은 닭대가리_장지에 채색_160×93cm_2009
권은주_내털 뽐내기_장지에 채색_193×160cm_2009

미인의 알몸 벗기기 ● 권은주의 「근육 뽐내기」 시리즈는 바로 '외모지상주의'를 타킷으로 삼고 있다. 물론 권은주의 '근육' 시리즈는 이미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권은주의 「미인도」(2006)는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델로 삼아 작업한 작품이다. ●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서양의 미인도는 대부분 알몸을 노출시킨 나체화지만, 동양에서는 옷을 벗기지 않았다. 그 사례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과 신윤복의 「미인도」를 들 수 있겠다. 보티첼리는 알몸의 비너스가 오른손으로 유방을 그리고 왼손으로 凹를 은폐하게 그려놓았다. 신윤복은 미인의 오른손으로 삼작노리개를 만지작거리고 왼손으로 옷고름을 풀고 있는 것으로 그려놓았다. 만약 미인의 옷고름이 완전히 풀린다면? 글타! 부푼 치마폭과 대비되는 짧은 저고리가 곧 알몸을 들어낼 것이다. 글타! 신윤복의 「미인도」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 하지만 권은주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벗겼다. 여기서 「미인도」를 '벗겼다'는 것은 옷을 벗겼다는 것이 아니라 미인의 '알몸'을 벗겼다는 것을 뜻한다. 알몸을 벗겼다? 이를테면 그것은 마치 호랑이 가죽을 벗기듯 미인의 피부를 벗겼다고 말이다. 따라서 피부가 벗겨진 미인의 몸은 시뻘건 근육질로 폭로된다. 물론 권은주는 '미인'의 피부를 모조리 벗겨낸 것은 아니다. 그녀는 얼굴과 유방을 제외한 저고리 밑의 몸만 벗겨내었다. 특히 왼쪽 다리와 발은 뼈만 그려져 있다. 권은주는 그 「미인도」를 '미인해부도(美人解剖図)'로 명명했다. ● 권은주의 '미인해부도'는 위에서 언급한 만화의 얼짱 여자 알몸 모습과 닮았다. 아니다! 권은주의 '미인해부도'는 코엔 하우저(Koen Hauser)의 디지털합성 사진작품인 '미인해부도'에 더 가깝다. 양 손으로 웃옷을 벗고 있는 미인의 몸은 갈비뼈와 허파 그리고 십이지장 등 인체의 내장을 노출하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미인이건 안 미인이건 모든 인간의 몸속에는 그런 내장이 있다. 이를테면 누구나 겉모습은 다르지만 속 모습은 같다고 말이다. 오잉? 그렇다면 권은주와 코엔 하우저는 같은 메시지를 다른 매체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신윤복의 「미인도」에는 "여인의 가슴 속에 감추어진 마음을 어찌 능숙한 붓 끝으로 그릴 수 있을까(資薄胸中萬華云筆端話與把傳神)"라는 칠언시(七言詩)가 쓰여져 있다. 권은주는 미인의 가슴 속에 감추어진 것을 폭로하기 위해서 미인의 피부를 벗겼다. 그리고 그녀는 "겉모습은 다르지만 속 모습은 같다(外樣相異內樣同体)"고 써놓았다.

권은주_이제 어디한번 말해봐 _장지에 채색_130×163cm_2009
권은주_신통한 미술인 -정아킴_장지에 채색_163×130cm_2009

만약 소희가 보디빌더의 몸매를 가졌다면? ● 권은주는 2007년과 2008년 「미인해부도」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작업했다. 당시 권은주가 벗겨낸 미인들은 지나가면서 중얼거린 보티첼리의 비너스 이외에 카바넬(Alexandre Cabanel)의 비너스, 티티안(Titian)의 비너스, 앵그르(Ingres)의 '터키탕'여자들, 모나리자, 램피카, 가브리엘 자매, 마를린 먼로, 김혜수, 엄정화, 이효리 등이다. 피부가 벗겨진 그녀들은 한결같이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피부가 벗겨진 미인들의 해부도는 넘덜의 관음증을 박탈해 버린다. ● 2007년과 2008년 권은주는 「미인해부도」 시리즈와 함께 '마스크 팩' 시리즈와 '정치인해부도' 시리즈를 병행했다. 권은주의 마스크 팩 원명은 '근육 혈액 마스크 팩'이다. 근육 혈액 마스크 팩? 권은주 왈, "본 팩은 풍부한 혈액이 다량 함유되어 가려진 스킨 속 근육들을 생기있게 살려줌으로써 거칠고 건조한 스킨 속에 가려진채 보이지 않았던 내면의 진실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마스크형 팩입니다." ● 권은주의 마스크 팩은 기존 마스크 팩에 얼굴 근육을 그려놓은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권은주의 마스크 팩을 착용할 수 있다. 권은주는 정치인들에게 근육 혈액 마스크 팩을 착용케 했다. 그것이 바로 권은주의 「정치인해부도」 시리즈이다. 김영삼, 김정일,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이 그들이다. 물론 권은주의 「정치인해부도」는 정치인들이 직접 마스크 팩을 착용한 것이 아니라 장지에 근육 혈액 마스크팩을 착용한 것처럼 정치인들의 피부를 벗겨놓은 작품이다. ● 권은주 왈, "나는 당신의 속이 궁금했다. 당신의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정말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돈이 그렇게 좋은지, 진실을 왜곡 한 채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당신의 살갗 속세계가 궁금했다. 나는 그렇게 당신의 살갗을 벗겨낸다." ● 권은주는 성신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있다. 2008년 권은주는 동양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산수도를 벗기기 시작했다. 일명 '산수해부도(山水解剖圖)'이다. 근데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권은주의 「산수해부도」가 미인을 해부한 '미인해부도'처럼 산수도를 해부해 놓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권은주의 「산수해부도」는 푸른 청록과 함께 울긋불긋한 꽃마저 활짝 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권은주는 그 그림을 '산수해부도'로 명명한 것일까? ● 권은주는 「산수해부도」의 부제를 '예슬, 혜진'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2008년 3월 안양에서 실종된 초등학생 혜진이와 예슬이? 온 국민을 울렸던 혜진양과 예슬양의 피살사건은 수사결과, 예슬양과 혜진양이 토막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혜진양은 수원 호매실IC 인근 야산에, 예슬양은 시흥시 시화호 주변 군자천에 유기되었다. 온 국민은 예슬양과 혜진양이 좋은 곳, 즉 천국에 가기를 기원했다. ● 권은주 왈, "어린이들조차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무차별한 욕망으로 일어난 안양어린이 예슬 혜진이의 죽음으로 '산수해부도' 작업은 시작되었다. 사회적인 약자들 중에서 우리가 보호 해줘야 할 어린이들의 죽음에서 현실이 처한 상황과 모순을 그녀들이 죽어 버려진 강과 산을 통해 죽어 찢겨진 근육들에 피지 못한 꿈들이 신체의 세포들을 통해 다시 피어나게 했다." ● 그렇다면 권은주의 노란산수해부도(黃色山水解剖圖)나 초록산수해부도(草綠山水解剖圖), 벚꽃산수해부도(櫻花山水解剖圖), 사막산수해부도(沙漠山水解剖圖) 등은 전통적인 산수도 '벗기기'가 아니라 차라리 '살리기'가 아닐까? 물론 여기서 전통적인 산수화 '살리기'는 전통적인 산수화로 컴백하자라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산수화를 현대적 감수성으로 '살리자'는 것을 뜻할 것이다. ● 흔히 전통적인 산수화는 명당도와 문맥을 이루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산수화가 우리나라의 명당을 찾아 그 명당의 형태를 그린 것이라고 말이다. 흥미롭게도 인체에도 명당이 있다는 점이다. 일명 '인체명당도'가 그것이다. 침과 뜸을 놓는 자리가 인체의 명당에 해당된다는 뜻에서 침과 뜸을 놓는 자리를 그려놓은 그림을 '인체명당도'라고 부른다. 산수와 인체의 관계는 기(氣)의 길(脈)에도 나타난다. 이를테면 인체에는 혈맥(血脈)이 있는 반면, 산에는 산맥(山脈)이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권은주의 '산수해부도'는 산수혈맥도(山水血脈圖)가 아닌가?

권은주_춤추라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1_장지에 채색_163×130cm_2009

유혹이 권력보다 더 강하다 ● 권은주 왈, "심하게 과장된 듯한 근육에서는 강한 힘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힘과 권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위적으로 키워진 근육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존재를 탄생 시킨다. 권력을 얻기 위해, 뽐내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그리고 쉬지 않고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얻어야만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보며 나는 조용한 공포에 맞서 그들의 부풀려진 살갗을 벗겨낸다." ● 인도 아우랑가바드에서 열린 제43회 아시아 보디빌딩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스터 아시아'에 선정된 이진호 씨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육체미(肉體美)를 뽐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진호 씨가 힘을 주면 피부 위로 근육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30대 중반인 이진호 씨는 어떻게 20대보다도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낸 수 있는 것일까? ●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홍보이사 왈, "보디빌딩 경기에서는 근육의 크기만이 아니라 선명도도 중요한데, 어린 선수들은 아직 몸에 지방층이 두꺼워 근육이 선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지방층이 얇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단단해 보이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근육을 자랑할 수 있다." ● 당신의 인체에는 크고 작은 약400개의 골격근(骨格筋)이 있어 빠르고 복잡한 운동을 할 수 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근육은 당신 몸의 운동기능을 담당한다. 근육의 기능은 근육의 수축을 뜻한다. 근육 수축시 부피는 거의 일정하지만 길이는 짧아진다. 따라서 수축되어 있는 근육은 굵어지게 된다. 일명 '알통'이라는 것은 근육이 수축함으로써 굵어진 것을 뜻한다. ● 권은주의 최근작 「근육 뽐내기」 시리즈는 마치 보디빌더들의 향연처럼 보인다. 권은주는 해부도(解剖刀)가 아닌 해부필(解剖筆)로 스머프와 자더스 그리고 후세인의 피부를 벗겨내고 피부 밑의 근육을 폭로한다. 곧 힘줄이 터질 것 같은 근육은 과장(거짓)된 힘(권력)을 느끼게 한다. 그 과장된 근육 뽐내기는 환상의 커플 김정일과 부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 권은주의 「근육 뽐내기」는 육체미를 뽐내는 보디빌더보다 한 술 더 뜬다. 왜냐하면 그녀는 피부 위로 드러나는 보디빌더의 근육을 아예 피부를 제거해 버려 폭로해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스트립쇼 걸이나 수퍼우먼이나 뚱녀나 할 것 없이 모두 피부를 제거해 버리면 '차이'가 거세된다. 차이가 상실되면 외람되게도 권은주가 문제제기하고자 하는 '외모지상주의'나 넘덜의 '관음증'이나 정치인의 '새빨간 거짓말'이나 권력의 횡포에 대해 '면죄부'를 주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권은주는 거꾸로 역설(paradox)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 오늘날 우리는 대중매체가 조작한 이미지(simulation)를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인식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대중매체가 만든 여성상, 즉 '섹시' '얼짱' '몸짱' 등의 정형화된 여성상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권은주는 시뮬라시옹 세계에서 '피부 벗기기'를 통해 하나의 객관적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 권은주의 「미인해부도」는 남성의 관음증을 박탈하기 위해 여성의 유혹을 거세시켰다. 근데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어디선가 "여성의 힘은 유혹의 힘"이라고 단언했다. 말하자면 여성은 남성과 대립하는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 차라리 남성을 유혹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는 여성만의 힘인 유혹을 "부인하는 것은 무분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차이의 소멸은 재난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유혹이 권력보다 더 강하다"고 말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권은주는 대중매체의 정형적인 미인보다 한 술 더 떠 '완벽한 미인 마스크 팩'을 역설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어떨까?

권은주_너무 달렸나보다_장지에 채색_163×130cm_2009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모두가 '예' 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 진실을 묵인해야하는 현실의 갑갑함과 막막한 세상 속에서 나를 찾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럼 너는 누구니? 라며 나는 그것을 파헤쳐 본다. 나는 조용히 너와 나를 벗겨낸다. 표면의 막을 살며시 벗겨 낼 때면 자존심, 이중성, 추함은 사라지고 순수한 너와 나를 마주하게 된다. 때론 그 막 속 감춰져있던 추악한 진실과 만나기도 한다. 현실과의 문제에 부딪힐 때면, 어떤 선택의 길에서, 불합리한 일들과의 만남 속에서, 무대 위 가면 속 얼굴이 궁금해 질 때면 나는 너의 진실을 알고 싶어 조용히 너와 나의 살갗을 벗겨낸다. (권은주) 류병학

Vol.20091007a | 권은주展 / KWONEUNJOO / 權銀珠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