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07_수요일_05:00pm
관람료 / 일반 5,000원(대학생 포함) / 소인 4,000원(유아, 초, 중, 고교생) 단체일반(20인 이상) 4,000원, 학생 3,000원 본 관람료는 동기간 열리는 『신발의 초상, 발의 역사』展 관람료를 포함합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성곡미술관_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1관 3전시실 Tel. +82.2.737.7650 www.sungkokmuseum.com
김진송 불안 Anxiety ● 성곡미술관은 맑고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을 맞이하여, 평론가이자 '목수 김씨'로 잘 알려진 바 있는 김진송 『불안 Anxiety』展을 선보입니다. 뒤늦게 목수로 활동을 시작하여 의자, 책상을 비롯한 일상의 유용한 물품들을 정감 있게 만들어 온 그는 나무작업에 대한 글을 모은 『목수일기』를 통해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온 바 있습니다. 나무 결을 살려 자연스럽게 창조해낸 이른바 '목물(木物)'들에서는 사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그는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전시기획자, 미술평론가, 근대미술사 연구자로 활발한 저술 및 기획활동해온 바 있습니다. 이번 성곡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불안 Anxiety>展에서는 처음으로 작가 김진송이 그려낸 약 25점의 회화작품들이 전시됩니다. 텍스트보다 앞서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비집고 나온 그의 이미지들은 알레고리적이고 서사적인 신비로운 공간들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 성곡미술관
10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였는지 모릅니다. 기다릴 사람이 딱히 있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다리고 있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방안 가득 '부재'만 쌓여갔습니다. 밤이건 낮이건...
그건 마치 긴 호흡을 마치고 심연으로 빠져드는 고래처럼 무한히 깊은 절망이기도 했습니다. ● 십 수년 나무일을 해오면서 작업의 '미학적 쓸모'는 늘 '일상적 쓸모'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게 목수의 일이었으니까. 나무작업이 몸에 버거울 무렵 문득 이야기가 그리웠다.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글에 파묻혀 한 동안을 보낸 후, 이미지들이 텍스트 사이로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림을 그릴 생각은 없었다. 미술이 더 이상 삶의 유효한 언어일 수 있을까 하는, 너무 오랜 회의에 젖어있던 탓일 게다. 게다가 서사적인 이미지 혹은 이미지의 알레고리란 케케묵은 창고에서 끄집어내야 할 낡은 언어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텍스트만으로는 이미지를 담아낼 수 없고 이미지만으로는 텍스트를 꿈꿀 수 없다. 다시 이미지와 텍스트의 황홀한 결합을 꿈꾼다. 누군가 내다버린 이미지들을 주어모아 남루한 이야기를 엮기 시작한다.
개가 있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아니 개가 지키는 마을인지 개 같은 마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가 있는 마을을 개가 지키고 있습니다. 개가 있는 마을의 개를 고양이가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개가 있는 마을은 개의 그림이 되었고 개가 있는 마을의 개는 고양이의 그림이 되었으며 고양이는 개가 있는 마을의 개를 지키는 고양이 그림이 되었습니다.
아주 먼, 10만 년 전쯤의 하늘이어도 좋습니다, 아니면 10만년 후의 들판이거나. 그곳은 처음부터 없었거나 있다가 없어졌거나 아니면 오랜 기억 속에서만 존재했거나 혹은 환영으로만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그런 세상일 뿐입니다. 문명의 질주가 끝난 뒤 흔적조차 기억할 수 없는 벌레가 기어 다니고 꽃은 여전히 처연하게 피어 있을 겁니다 ● 일상은 늘 비현실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막연한 기다림은 섬뜩한 욕망을 꿈꾸고 일탈은 해소되지 않는 갈증으로 남는다. 숲의 꽃과 벌레와 새들이 잠깐 일상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지만 이미지로 뒤바뀌는 순간 그마저 비현실적 공간으로 사라져버린다. 푸른 하늘이 푸르거나 말거나 붉은 꽃이 붉거나 말거나 거침없이 달려가는 현재의 일상처럼 혹은 끊임없이 파고드는 욕망이 허무로 부서지는 날들이 반복되는 것처럼 이미지 역시 곧 파편화될 의미를 잠깐 담아내며 사라질 것이다. 미학적 쓸모란 원래 그런 것이었으니까. ■ 김진송
Vol.20091004f | 김진송展 / KIMJINSONG / 金振松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