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not-Minded

정경애展 / JUNGKYUNGAE / 鄭慶愛 / photography   2009_1020 ▶ 2009_1026

정경애_sudden choice_컬러 잉크젯 프린트_123×158cm_2008

초대일시_2009_1021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2:00pm~06:00pm

공근혜갤러리_GALLERY KONG 서울 종로구 팔판동 137번지 Tel. +82.2.738.7776 www.gallerykong.com

정경애-서른 즈음의 자아 ● 풍경 속에 여자가 단독으로 담겨있다. 특정 공간에 놓인 여자는 근경으로 혹은 점경으로 아니면 뒷모습을 보이면서 위치해있다. 풍경의 소재는 다양해서 여러 장소를 보여주는데 그 장소에 따라 인물의 배치와 행동, 그리고 크기 등은 다양하게 연출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의도된 연출사진인 셈이다. 흡사 광고사진과 같은 어법으로 메시지를 실어나른다. 그래서인지 보는 순간 어렵지 않게 어떤 상황성, 인물의 심리 등이 유추되는 편이다. 우선 각본(콘티)이 있을 것이고 그 각본에 따라 장소가 마련, 선정되어야 하며 주어진 공간에 적합한 시간, 날씨 그리고 인물을 어떻게 배치시키고 어떤 포즈, 시선, 옷과 색감 등이 고려되고, 계산되어져서 찍는 그런 사진이다. 역으로 우연히 만난 풍경을 통해 모종의 느낌과 감정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 본인이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모델을 사용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사회에서 서른 살을 앞둔 여성들은 너나할 것 없이 거의 동일한 고민, 갈등을 안고 살아갈 것이기에 사진 속 인물이 작가 본인이든 익명의 여성이든 큰 차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정경애_her trunk #1_컬러 잉크젯 프린트_85×106cm_2008

작가는 서른 살의 나이를 맞이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이 나이대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심리적 갈등이나 불안 혹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 결혼이나 배우자 선택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그 나이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상과 이제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려야 한다는 현실적 요청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간대다. 그런 강요는 우선적으로 여성들의 엄마들로 부터 전이된다. 작가는 우연히 자신의 어린 시절 한 장의 사진을 추억하면서 지금이 나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였던 그 순간이 사진 속에 박혀있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세 아이나 가진 주부였다. 긴 생머리를 지니고 햇빛을 가리며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지금 작가 자신의 얼굴, 나이를 그 위에 겹쳐본다. 엄마는 자신에게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걷는 보편적인 삶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거나 내재화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엄마의 삶에 대한 연민과 그런 식의 삶을 반복하기 싫다는 저항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삶의 구조에서 다른 방안이 잘 보이지 않는 착잡한 상황 속에서 부침하는 자신의 내면을 우울하게 들여다본다. "본인에게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선택에 있어 마지노선처럼 다가온다"(정경애)는 것이다.

정경애_wish to gallop off_컬러 잉크젯 프린트_96×120cm_2008

근대 이후 결혼과 가족이 여성의 유일한 영역이 되면서 노동을 통해 사회적 자원과 자아 정체성을 획득하기 어려워진 여성은 이제 남성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획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성의 삶이 무척 절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들은 경제적인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낚는' 능력, 그 길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게 되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경제구조에서, 모든 생산과 노동현장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여자들의 삶과 경제는 결국 남성에 의해 규정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만하고 그들이 환심을 사기 위해 여성성 자체를 극화하는 수밖에는 없어진 것이다. 연애나 사랑, 결혼제도가 그렇게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 그것은 특정한 시대의 필요성에 의해 역사적으로 구성되어왔음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한국 사회에서 나이 서른 살을 앞둔 미혼 여성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나이다. 통상적인 결혼적령기를 넘기고 이제 신부로서의 이른바 상품가치가 퇴색하는 나이로 접어든다는 두려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결혼하지 못하고 늙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 그보다는 혼자 어떻게 경제적 자립을 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공포 등이 동시에 밀려드는 시간대다. 그런데 이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분명 서른 살이라는 나이는 여성에게, 작가에게 많은 생각들과 다양한 감정들이 오고 가는 시기이다. 이 사진은 결국 그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파생되는 다양한 자아를 현실 공간에서 재현하여 작가 자신의 의도를 상징화해 보여주려는 것이다.

정경애_prima ballerina_컬러 잉크젯 프린트_123×158cm_2009
정경애_heavy ball_컬러 잉크젯 프린트_85×106cm_2009

생각해보면 이 사진은 흡사 전통화에서 보이는 인물산수화와 유사하다는 인상이다. 그 그림들은 자연 공간 속에 위치한 작은 남자를 보여준다. 남자들은 그만큼 작은 집이나 정자에서 은거하거나 독서중이거나 혹은 밖을 내보면서 물을 바라보거나 물소리를 듣는다. 아니면 다리를 건너오는 그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상적인 자연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바람직한 인간, 군자의 삶인지를 가시화하는 그림이자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세속화되는 자신을 경계하고 정신을 벼리는 그런 벼락같은 그림이다. 어쨌든 인물산수화에서 자연과 인간은 분리되지 못하고 그 둘이 결합되면서 사건이 형성되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경애의 사진 역시 인물/여자와 풍경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풍경은 그 자체의 독립된 물질이 아니라 여전히 인간이 관념 속에서 읽고 해석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다분히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에 가 닿아있다.

정경애_her trunk #2_컬러 잉크젯 프린트_120×96cm_2009

인간의 의취에 의해 자리한 자연, 보는 이의 심중해석을 따르는 자연이다. 물론 전통산수화에서 보이는 특정한 관념, 유교적 이념을 표상하는 매개로 자연은 들어오지 않지만 여전히 작가는 그 풍경, 공간을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유추한다. 풍경을 의인화한다는 것이다. 풍경이 감정을 갖고 있거나 어떤 심리적 상태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인간은 풍경을 그렇게 보고 인식한다. 그러니까 풍경은 그 풍경 속에 들어온 여자의 내면세계와 정신적 추이를 읽게 해주는 매개다. 이른바 심리적 지도에 해당한다. 사진을 보는 이들은 그 안에 확연히 드러난 또는 감춰진 것처럼 보이는 인물을 찾고 그 대상에 자신의 몸과 정신을 의탁해 주어진 특정 공간에 들어 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보는 행위, 체험행위 내지는 정신적 활력을 자극하는 그런 사진이다.

정경애_her picnic#2_컬러 잉크젯 프린트_85×106cm_2009

공간과 인물이 만나 파생하는 모종의 이야기, 드라마가 보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독해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다. 무대 같은 공간과 그 안에 놓인 인물의 몸과 동작이 모종의 서사를 직조해 나가는 그런 사진이다. 그것은 불안, 두려움, 미래에 대한 호기심, 여전히 꿈을 지닌 청순한 존재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다분히 관념화되어 있어서 그 지점을 깨고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자기 고민과 불안이 적극 발화되었으면 한다. 작가는 이 사진을 통해 자신의 현재 상황, 자기 내부의 복잡하고 착잡한 여러 감정과 사유의 상황을 특정 공간과의 연결 속에서 읽게 한다. 아울러 이 자기 고백적이고 자기 내면의 초상화에 속하는 사진이 자신과 유사한 나이대의 모든 여성들이 겪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이 공감대를 끌어낼 수 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사진은 자기 자신과 한국사회의 모든 여성들 모두에게는 일종의 치유적 사진이 되는 셈이다. ■ 박영택

Vol.20091003i | 정경애展 / JUNGKYUNGAE / 鄭慶愛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