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93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04:00pm~10:00pm / 일,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지하_BANJIHA 대전시 서구 갈마1동 갈마공원7길 47(264-25번지) Tel. +82.10.6233.0272 cafe.naver.com/halfway
축소된 일상의 한 부분들은 나와 관객들을 소통하게 하는 유일한 언어이다. ● 공간과 사물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람들이 숨 쉬는 한 언제나 그렇다. 사람들의 희노애락과 정을 고스란히 담은 채 공간은 사람들을 추억하고 기억한다. 내가 기록하고 만드는 것들은 우리들에게서 많이 소외되고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의미 초점을 맞춰 사물들과 잊혀져가는 대문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엔 우리 모두가 드나들었을법한 혹은 쓰고 버렸을법한 사물과 공간을 해석하는 작업은 내게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공간이라는 개념에 흥미와 재미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고자 마음먹었던 것은 꽤 오래전이었다. 어린 시절, 여의치 못했던 가정환경 때문에 우리 집은 유독 이사를 많이 다녔다. 그 많은 집들 중 내 기억 속에 가장 슬프게 여겨지는 집은 이사 후 힘없이 허물어졌던 낡은 기와집이었다. 그 집 대문문턱이 어찌나 낡았는지 우리가 떠나고 남은 빈자리엔 왠지 모를 그리움과 향수가 사무쳤다. 집을 그리워하면서 나는 다시는 상처받지 않을 공간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나를 떠나지 않을 공간은 내 마음대로 작게 축소되어서 내방 한구석에 놓여있었다. 아주 예쁜 동화 속 인형의 집처럼 미니어처는 변하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았다. 내 마음속 추억이 깃든 공간은 크지 않아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리워하는 집은 언제나 그곳에서 사진과는 또 다르게 나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떠나야만 했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나가면서 나는 그 집착을 이렇듯 내 스스로 정화시키는 방향을 택했다. 그리고 결국 공간의 시작인 '문'을 통해서 버려진 공간과 나 사이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찾았다.
'문'이라는 것은 모든 공간의 출발이다. ● 문을 통해 공간을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쓰임이 없어져 버려지고 낡아버린 문들 속에서 어린 시절 놓아버린 기억의 실마리를 찾아내 다시금 회상할 수 있게 된다. 턱이 다 닳아 없어져 버린 철 대문, 겹겹이 쌓인 페인트칠이 애틋한 나무대문, 오래된 건너편 이용원의 낡은 유리창에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시트지까지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이란 존재는 세월과 시간을 머금고 사라져가는 대상이자 모두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사물의 복제 또한 이러한 공간속 사물의 애틋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버려진 목마, 먹다버린 호두과자상자, 유통기한 지나버린 우유, 이러한 것들을 무한 반복함으로써 사물을 내방식대로 재생하는 것이다. 나의 축소된 삶의 파편과 같은 건물, 설치, 사물들은 현재의 우리의 공간 안에서 축소되어 작게 다시 나타나고 나는 소외되어 버린 공간과 사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다. ■ 조혜진
Vol.20090930k | 조혜진展 / JOHYEJIN / 曺慧眞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