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연금술 : 밥풀 · I 이야기

황인선展 / HWANGINSON / 黃仁羨 / sculpture   2009_0922 ▶ 2009_1011 / 월요일 휴관

황인선_밥풀 I _밥풀 캐스팅, 바니쉬 코팅_98×82×2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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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월요일,추석연휴(10/3~4) 휴관

충무갤러리_CHUNGMU GALLERY 서울 중구 흥인동 131번지 충무아트홀 Tel. +82.2.2230.6629 www.cmah.or.kr

충무갤러리는 9월 22일부터 10월 11일까지 밥과 김치를 소재로 밥알과 한지를 이용한 독특한 작업세계를 보여주는 황인선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음식이란 세상과 소통하기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번전시는 생명연장을 위한 주식(主食)의 의미를 아내와 어머니의 입장에서 수공예적 방식으로 풀어낸 25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황인선_밥풀 I_밥풀 캐스팅, 바니쉬 코팅_25×98×82cm_2009

한 톨 한 톨 밥알이 만들어 내는 밥상 위의 연금술 ● 황인선은 밥과 김치라는 소재의 조형적 표현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주식의 의미를 해학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미술의 재료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던 아니 생각조차도 하지 않던 밥을 캐스팅(casting)과 몰딩(molding)기법으로 한 톨씩 붙여가는 작업과정에서 밥알은 마치 인상파 화가의 원색의 색 점처럼, 디지털 미술의 최소단위인 픽셀(pixel)처럼 사용된다. 잘 지어진 밥을 한 톨씩 핀셋으로 모양 틀에 붙여졌다가 떠내는 작업과정을 통해 소반 위의 밥그릇과 숟가락, 양은 냄비는 그 모양새를 갖춘다. 밥상위에 올라오는 그릇들을 한정적으로 만들었던 이전 작업에 비해, 이번전시는 사람(아이)으로 소재를 확장시켰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밥풀이라는 작은 단위로 만들어지는 작업의 특성상 작품 크기의 한계가 있었던 점을 극복하고 밥풀의 밀집된 힘을 보여주고자 비교적 부피감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라고 말한다. 자녀를 낳고 기르며 변화된 작가의 일상은 밥상 위의 소재에서 더 나아가 어머니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황인선_밥 한 공기의 힘_밥풀 캐스팅, 바니쉬 코팅_실물크기_2009
황인선_한솥밥을 먹다_밥풀 캐스팅, 바니쉬 코팅_15×28cm_2009 

밥은 세상과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 ● 평범함에서 미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각으로 고전의 이상적인 주제의식에서 벗어난 현대 미술가들에게 '일상'은 매혹적인 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 사적(私的)인 소재로 치우친 나머지 '소통'이 불가능한 지적유희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은 간과할 수 없는 현대미술의 현실이다. 그러나 황인선이 보여주는 일상은 「한솥밥을 먹다」, 「밥 한 공기의 힘」이라는 작품명처럼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와, 우리에게 친숙한 밥이라는 재료가 이질적이지 않게 연결고리를 갖고 작품으로 완성된다. 작가는 인간의 근원적 뿌리에는 모두가 공감할 보편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개다리소반 막사발에 고봉으로 담은 밥과 김치의 소박하지만 넉넉한 인심, 밥 한 공기를 군불 집힌 아랫목 이불속에 묻어 두었던 어머니의 온정, "밥은 먹었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 가족이 한자리 모여 서로의 일과를 소통하는 저녁밥상 등 우리에게 밥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배부른 포만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즉 밥은 살기 위해 우리가 섭취해야 하는 일용할 양식임과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것이다. 색 조절을 위해 흰쌀과 잡곡의 비율을 고민하고, 탄수화물 끈기 조절을 위해 물 높이와 뜸 들이는 시간을 조정해 재료를 준비하는 작가의 정성은 가족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인 밥풀로 아이를 만든 작업 때문에 「밥풀·I 이야기」라는 전시명이 붙여졌지만, 밥을 먹고 성장하는 아이를 통해 새삼스레 밥의 필연성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을 지칭하기도 한다.

황인선_돼지 저금밥통_밥풀 캐스팅, 레진 코팅_아크릴 박스 안 설치_2009
황인선_누워있는 김치_한지 캐스팅, 염료 착색_74×205×76cm_2009

밥과 김치. 이질적 재료의 결합을 통해 정서적 공감대 형성 ● 밥 작업과 병행되는 김치작업은 판화와 염색 그리고 바느질 기법이 혼합되어 완성된다. 이러한 김치작업은 색과 크기 그리고 전시방식에서 밥 작업과 차이점을 갖는다. 김치는 빨강과 초록 등 원색으로 채색되어 흑미(黑米)의 자연발색으로 완성되는 밥 작업과 대조를 이룬다. 또한 작은 밥알을 얇게 붙이기 때문에 작품크기에 한계가 있었던 밥 작업에 비해 한지로 만들어지는 김치작업은 크기의 한계를 뛰어 넘어 대형화 된다. 마지막으로 마치 출토유물처럼 안전한 전시방식을 요구하는 밥 작업보다, 김치작업은 청장, 바닥, 벽 등 전시환경에 따라 자유로운 설치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다소 이질적인 재료와 조형적요소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을 통해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음식이란 문화교류를 위한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유학시절에서, 아내와 엄마라는 끈끈한 유대감 속에 생명의 에너지인 주식의 의미를 찾아가는 지금의 작업까지. 왜 고집스레 '밥'에 대해 고민하는지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밥만 먹고 사느냐?,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그럼 밥 없이도 살 수 있느냐?"라고. ■ 오성희

Vol.20090930e | 황인선展 / HWANGINSON / 黃仁羨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