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921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가실_김예지_김정미_김창희_박경원_유혜진_윤혜정_이형_이보리 강원제_김재원_나안나_박현민_윤제원_임보라_임환서_최문선_홍선영 황보금별_김민영_김동현_이승연_유영은_이수아_강혜민_조상은_최창훈 김자혜_박태이_김효정_박지민_육효진_노윤정_이주연_김명실_김빛나 김현주_김혜정_박미숙_이정희_최윤라_최재천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HONGIK UNIVERSITY 서울 마포구 상수동 72-1번지 문헌관 4층 Tel. +82.2.320.1322
회화로의 복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G.P.S. ● "Memory...(is) like a rope let down from heaven to draw me up out of the abyss of not-being." (Proust) ● 프로스트가 "기억은... 비존재의 심연으로부터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줄과도 같다"고 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과정 학생들의 작품에는 지나간 기억과 현재에 대한 기억이 여러 단상으로 축적되어 있다. 여러 형태로 얽혀있는 이미지 속에는 회화라는 매체가 현대미술에서 줄곧 차지해온 위치와 변화, 그리고 설치미술 이름 속에서 사라져 가버린 이미지와 재현의 흔적과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최근 회화가 주 무대로 복귀하면서, 어떤 이론도 거부하며 작품 자체로의 전환을 꿈꾸는 작가들도 생겨났으며, 회화의 손맛과 마티에르 등에서 오는 느낌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물론, 그런 회화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지나간 기억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이 아닌 생성과 변화를 위해서 이미지를 생산하는 작업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회화과 석사 과정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기억에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한 경험이나 이미지 외에도, 공통체를 통해서 만들어진 신화에 대한 "방해"와 "정지"와 같은 반항된 모습도 있다. 과거에 보아온 이미지의 변형, 차용 이외에도 부정(negation)을 절제된 모습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부정은 발전이라는 선적인 연속성을 차단하는 예술적 행위이면서도 새로운 생성을 위한 잠깐의 멈춤으로 자리 잡는다. 자신들이 배웠거나 보고 왔던 이미지의 전개나 역사적 인식 등이 하나의 필터처럼 작용하는 "정지된" 순간이 이들의 작품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지는 작업이 멈추어 행위가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이전에 이뤄졌던 작업을 되새겨보고 작업의 태동을 위해서 그 순간에 서 있다는 의미이다. 정적이지만 동적인 "작용"인 것이다.
전시되는 작품에는 미술과 물질문화를 둘러싼 회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드러나기도 하며,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이러한 질문에 화답하고 있는지도 보여진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정지작업, 그리고 사회적으로 구축된 신화나 경험을 통해서 굳혀진 행위들을 파괴하는 이 노력이 바로 젊은 작가들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난다. 그리하여 그들이 자극하는 이러한 "방해"는 행위예술만큼이나 자극적이며, 작가 특유의 색감이나 재료의 선정, 그래픽적이면서도 장식적인 요소, 또는 반형태적인 창작 행위로 연결된다. ● 작가들은 이러한 작업의 수사학을 통해서 자신 나름의 정체성이나 주제, 혹은 주제의 부재를 전달함으로써 그림 그리기의 묘미와 그리는 행위를 선사한다. 그리하여 이들의 작품을 공통적으로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들 대학원생들의 작품에서는 공통된 흐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상적이기도 하고 부유하는, 생물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김가실, 김창희, 나안나, 임보라, 유영은, 박태이, 김명실, 김혜정, 박미숙이 그러하다. 이들 작가들은 이전 모더니스트들이 작업했던 회화 그 자체로 중요성을 인정받던 회화와는 거리가 먼 그리기 작업을 제시한다. 김정미와 윤제원의 작품에서처럼, 오히려 정적이고 동적이면서도 시간성이 지속되어 캔버스라는 기본적인 틀 내에서도 그래픽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작가들도 있다.
기억의 단상을 색면으로, 혹은 재현적 이미지로 구체화시켜 나가는 김예지, 박현민, 최문선, 김민영, 이승연, 김현주, 이정희가 있는가 하면 건축적 구조 안에 초현실적인 장면을 구사하는 박경원이 있다. 또한 침착하면서도 사진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김빛나와 최재천, 보나르의 실내 공간처럼 장식과 재현이 무너지는 이보리, 물감의 마티에르가 짙게 남아 이미지의 수용과 변형을 반복하는 유혜진이 있다. 한편 윤혜정은 도시의 스피드가 스쳐가는 움직임을 마치 미래주의자의 연속적인 이미지처럼 재현하며, 최장훈은 건축 현장의 빠른 움직임과 휴식을 보여주면서 도회적인 이미지 안에 존재하는 차가운 잔상을 정적이고 동적인 이미지를 통해 제시한다. 도시 속의 수많은 이미지가 제거되고 지워진다.
사이버 공간에서 부유하는 사이버 걸, 비너스의 탄생을 묵시록적으로 보여주는 이형과 일본 작가 마리코 모리처럼 펑키한 여성을 등장시키는 김동현, 팝과 키치의 아이러니를 매개로 작업 하는 강원제, 옷을 입은 인물이 부재하는 이미지를 통해 소박한 꿈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김재원, 사람들의 감성이 묻어있는 강렬한 드로잉을 보여주는 임환서, 콜라주같은 이미지를 반복, 변형하면서도 한번도 겹치지 않는 대화의 장면을 연출하는 홍선영이 있다. ● 회화 작품의 표면에 남겨진 제스처를 보여주듯 흔적으로 작업하는 이들은 황보 금별, 강혜민, 김자혜이다. 또한 세련된 이미지로 사회적인 논평을 가하는 이수아, 상상력으로 팝적인 요소를 끌어들이는 조상은과 김효정이 있다. 최윤라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강력한 "애브젝트" 이미지를 재현한다. ● 사진의 흔들림으로 이미지를 이중화한 노윤정과 이미지의 반복으로 내러티브를 설정한 박지민, 절제된 언어로 그 어떤 내러티브도 거부하는 육효진, 연필로 꼼꼼하게 그리며 에른스트의 생물학적 유기적 세계 속으로 인도하는 이주연이 있다. 이들 모두의 작품에는 공통보다는 서로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 화법을 통하여 서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개성과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회화 자체에 대한 물음은 그리기, 지우기, 만들기, 섞기, 기억하기, 흔적으로 다시 지우기 등등의 퍼포머티브(performative)한 행위 그 자체로 완성된다. ● 신화에 대한 "방해"및 "정지"와 같은 단어는 본래 장-뤽 낭시 (Jean-Luc Nancy)의 논문 "중단된 신화 Interrupted Myth"에서 나타나며 그의 저서 The Operative Community (La Communauté désœuvrée, 1982)에 실렸다. ■ 정연심
Vol.20090924g | 2009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10th / gps10_YOUNG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