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912_토요일_06:00pm
사진이 현실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추석연휴 휴무)
갤러리킹_GALLERYKI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3-5번지 1층 Tel. +82.2.322.5495 www.galleryking.co.kr
1. 이른바 기술적 영상의 시대. 오늘날 사진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어쩐지 역설처럼 들린다.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시대와 현실을 조련하고 있지 않은가.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들고서,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주변을 모조리 긁어낸다. 게다가 디지털의 마술은 재량껏 복제와 편집을 가능케 하므로, 손끝에서 저마다의 세계들이 마음대로 '생산'된다. 저 옛날 '찰나의 순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질적인 찰나를 버리고 양적인 과잉을 선택하여, 약점도 얼마간 보완된다. 하지만 사진은 분명히 가혹한 시련을 맞고 있다. 사진의 존재도 성격도 완전히 판이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이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앞에 있는 것을 찍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 진실 될 이유도 없다. 여기서 기존의 이미지와 다르게 사진이 현실과 어떤 관계를 개척했는지 생각해 보라. 현실을 재생산하는 단위는 기계로 바뀌었고, 현실과 맺는 관계는 파도가 남겨둔 흔적처럼 지표로 전환됐다. 바쟁이 중립적인 기계장치 위에서 리얼리즘이 완성됐다고 했던 것도 이유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리얼리즘은 오늘날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고, 기계장치만 고고히 휘날리는 것 같다. 사진에 담기는 현실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실은 복제를 거듭해 흔적조차 소멸되거나, 낱낱이 쪼개져 벽지의 무늬처럼 장식으로 전락한다. 이제는 '담긴다'는 말조차 무색하다. 물론 디지털이 하사한 마법의 힘을 달리 생각할 구석도 존재한다. 생산의 민주주의를 구축한 점도, 과거의 현실에 고착된 '시공간'의 성격을 벗어제낀 것도 중요하다. 그 결과를 '현실'이라고 부를 수만 있다면, 아마 새로운 현실이 출현하는 조건도 마련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은 너무나 분명한데,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막막하다.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2. 이제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할 시간이 아닐까. 디지털을 가운데 두고 현실과 사진에 저마다 무엇이 남았으며 무엇이 사라졌는지. 이러한 측면에서 강홍구와 노순택은 훌륭한 시험지 노릇을 한다. 그들은 현실을 진지하게 응시하며 비판하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강홍구는 황폐한 재개발현장을 누비며 사진과 사진과 몽타주했고, 노순택은 치열한 투쟁현장을 발로 뛰며 극적인 장면을 가감 없이 기록했다. 모두가 현실에 깊이 발 담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다루는 기법과 현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완전히 판이하다. 강홍구가 디지털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현실을 '우의'로 농락한다면, 노순택은 전통의 다큐멘터리를 추구하며 현실을 '상징화'시키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시간도 다르다. 강홍구는 지나간 것, 즉 과거에 서 있다. 반면에 노순택은 지금 여기 있는 것, 즉 현재에 서 있다. 현실을 응시하는 점만 제외하면, 그들은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에 있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전시공간에 사진이 걸리 때 외에는 같은 곳에 있지 못할 것이다.
3. 그들에게 오늘날 사진은 무엇일까. 그들의 사진에 비친 현실은 무엇이고, 그들의 사진으로 구축된 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진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래서 확인해 보는 것이다. 8월의 마지막주 어느 날, 강홍구와 노순택 두 사람이 어떤 곳을 찾았고 어떤 장면을 포착했는지, 찬찬히 지켜보는 것이다. 현실과 사진에 저마다 무엇이 남았는지. ■ 김상우
Vol.20090924e | 늙은 개와 구르는 돌-강홍구_노순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