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AND BLACK

정태균展 / CHOUNGTAEKYUN / 鄭泰均 / painting   2009_0923 ▶ 2009_0929

정태균_R&B-붉은 나무_한지에 수묵담채_145.5×11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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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9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갤러리 라메르_GALLERY LAMER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1층 Tel. +82.2.730.5454 www.gallerylamer.com

고독한 표정은 또 다른 희망을 ● 2000년도 작품의 주제는 감추어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극복해보고자 인간의 나약함을 굿이나 부적을 통해 의지해보려는 인간상과 2003년도 「墨人」 작품에서는 30대 초반을 살아가는 자신의 세대에 대한 자화상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이전의 맥락을 이어옴과 아울러 그 맥락의 다층적 측면의 새로운 시도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부적의 직접적인 차용은 없지만, 붉은 색과 검은색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과의 또 다른 소통을 모색하고 있음이 읽혀진다. ● 칸트는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해답을 얻기 위해 "나는 무엇을 희망하는가?(Was kann Ich Hoffnung?)" 즉, 안다는 것, 할 수 있다는 것, 희망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 삶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려 하였다. 또 헤밍웨이는『노인과 바다』에서 삶을 바다에서의 고기잡이에 비유했다. 조선조 숙종 때의 김만종의『구운몽』에서는 인간의 현세적 부귀영화는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태균의 작품은 그 맥을 같이한다고 하겠다.

정태균_R&B-붉은 나무_한지에 수묵담채_145.5×112cm_2009

그의 작품은 언제나 사람, 나무, 항구, 어선 등이 동반된다. 작가의 작품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 요소 중 하나는 이러한 등장 사물을 통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의 형상과 조화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즉, 이러한 작가의 등장 사물들은 마치 자연세계에 태어나고 자라난 어머니의 "탯집"과 같다. 이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하겠다. ● 작가의 작품이 지닌 특성 중에 두드러진 점을 꼽는 다면, 풍부한 감정의 풍경과 고독한 사람의 표정이다. 그의 작품에서 특히 나무가 주는 형상은 여느 나무와는 다른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태균의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는 은유적인 성격의 언어로써 흙에 뿌리를 뻗고 있는 유기적 생명체에 관한 것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흙에 뿌리박은 나무의 몸으로 부터 벗어나 세상사의 갈등과 모순 등을 통하여 일종의 인간과 동일시되어 인간적인 번민을 고백하는 하나의 상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정태균_R&B-붉은 나무_한지에 수묵담채, 아크릴에 채색_70×140cm_2009

그것은 자연의 소재와 인간과의 조화적 관계를 접근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즉 오늘을 살아가는 숙명적인 인간의 삶과 갈등을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구체화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상에 등장하는 사람과 나무는 사실적 형상을 넘어 상징적 환상의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신비로운 힘을 발휘한다. ● 이와 같이 사람과 나무는 오늘날 현대과학의 세계 속에서도 나무를 통한 인간이 얻는 평화와 풍요로움은 과거 신화시대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의 작품상에서는 사실성을 넘어 다양한 예술적 의미로 재해석되어 작품의 축을 이루는 하나의 원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은유와 상상은 우리나라를 넘어 동아시아, 더 넓게는 세계 설화에 이르기까지 보편성을 띄고 있지만, 정태균의 나무에 대한 다층의 인식은 나무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이 항상 고정불변하고, 영원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롭게 들추어내고 있다.

정태균_R&B-붉은 나무_한지에 수묵_163×132cm_2009

색채는 인류의 역사 이래 간직해온 욕구이자 즐기고 창조하여 가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시각적 표출과 수용의 대상만은 아니다. 색채에 일찍이 관심을 가진 J.W.Goethe 는 인간의 내적 심성에 끼치는 색의 작용을 "관습과 직접 연계된 작용으로써 부분적으로는 조화적이면서도 특성적이어서 때로는 비조화적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결정적이고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eine teils harmonische, teil charakteristische oft auch unharmonische, immer aber eine entscheidende und bedeutende Wirkung, die sichunmittelbar an das Sittliche anschliebt.)" 라고 하였다.(언어와 언어학 제20집) ●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가의 작품상에 나타나는 붉은색의 언어들은 사물자체의 본래적 색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하겠다. 예를 들면, 붉은 색이 환기하고 있는「陰影의 변화」와 같은 것이 작품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함과 아울러 작가의 내면적 정신세계의 반영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

정태균_R&B-그리운가요?_한지에 수묵담채, 아크릴에 채색_74.5×99cm_2009

아울러 화선지에서 느낄 수 없는 붉은색의 효과를 화선지위에 아크릴물감과 아크릴판을 이용하여 흑백TV처럼 흐르는 먹색의 감흥 위에 컬러TV처럼 또 다른 색채의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붉은 색은 하나하나가 작가의 눈에 비친 사물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도하며 또한 완전히 그 색채가 지니는 본래의 속성과는 왜곡되어 작가의 주관적 심경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색채가 나타나는 느낌에 따라 작가 본인은 울기도 하고, 희망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붉은 색은 색 자체의 고유의 특성을 자기 작품의 상징체계의 논리적 질서를 구현하는 한 방편이 되고 있다. 또한 붉은 색의 표피적 시각뿐만 아니라 내면의 희망적 메시지의 무게를 담아 감상자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붉은 색은 정열, 피와 죽음, 복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와 공존 그리고 희망 등의 의미로써 심미적인 반영으로서의 밀도 높은 상징성의 영롱한 울림을 가지고 그림의 감상을 고무시키며 작품세계를 더욱 풍요롭고 윤택하게 함으로써 색채의 회화적 요소를 십분 활용한 탐미주의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정태균_R&B-그리운가요?_한지에 수묵, 아크릴에 채색_51×67cm_2009

이번 작품의 특징적 요소를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본다면, 첫째, 숙련된 筆墨의 구사, 둘째, 기법의 다층적 실험, 셋째, 먹과 색채의 회화적 요소를 십분 활용한 탐미주의라고 하겠다. 설명을 붙인다면, 동양화의 주된 요소 중 가장 중요한 필묵의 구사에 있어서 작가는 心與筆一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둘째 화면의 여백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알맞는 공간 개념을 설정하여 아크릴판에 그려진 붉은 색은 充實空間과 空虛空間과의 조화적인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색채란 단지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색 뿐만 아니라 제 3의 상징적 의미로써 동양화에서 말하는 隨類賦彩, 즉 색은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색이 주된 형식의 한 방법으로 시도 되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그의 작품에서 다양하고 변화성 있는 구상성은 발전적 상상력을 확인하게 되는 계기와 지속적인 창조적 활동의 가능을 높여줌과 아울러 그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핵심이라 하겠다. ● 작가는 이러한 주요 관점을 통하여 그 오묘한 조형의 비밀을 긍정하고 인간사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들추어 봄으로써 그 속에 사는 인간의 보람을 재확인하고, 보편적 인간 감정의 묘사를 통하여 본인 자신, 즉 "나는 무엇을 희망하는가?(Was kann Ich Hoffnung?)" 라는 메시지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고독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도 하겠다. ● 끝으로 지면을 통해 모두 이야기 하지 못함의 아쉬움을 뒤로하며, 막스 쉘러(Max Scheler)는 "인간은 덜된 존재이며 살아가는 동안 자신을 완성해가는 존재" 라고 했듯이 이번 전시를 통해 정태균 작가 또한 自我의 모습과 작품세계를 완성해가는 의미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 이근우

정태균_R&B-꽃비_한지에 수묵담채, 아크릴에 채색_52×27cm_2009

R&B, "Red and Black" 또는, 리듬 앤 블루스(Rhythm and Blues) 혹은 알앤비(R&B) ● 알앤비(R&B)는 본래 흑인들의 어려웠던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호소하듯, 그러나 그 속에서 희망을 그리며 그들의 생활양식에 맞도록 녹음 된 블루스 보컬이나 밴드 연주의 레코드를 총칭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풀이춤'이나 '창가(唱歌)'와 같은 정서를 담고 있다. 한을 풀어내는 동시에 희망을 품는다. 다분히 감성적이고 나른한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가성을 많이 섞어 애잔하게 표현해낸다. 이러한 느낌의 음악적 분위기와 내가 그리고 있는 탈리스만(Talisman)적 기능을 내포한 알앤비(Red and Black)의 의미를 뒤섞어본다. 수묵의 운필과 농담을 음악적 리듬과 운율로 풀어내 보고 싶었다. ■ 정태균

Vol.20090924c | 정태균展 / CHOUNGTAEKYUN / 鄭泰均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