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9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_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 www.hwabong.com
내가 선택한 대상들은 현대 남성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또한 내가 살아 왔던 삶의 체험 속 이야기들 이다.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남자들이 만나면 한결 같은 이야기들 속에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와 현재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 경험했던 포경수술이나 군대, 사랑, 결혼), 직장이야기 등이다. 그들과 나누었던 솔직하고 과장된 대화들과 내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그려낸 것이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보편타당한 형상을 통해 내·외형적인 측면을 함축적으로 그려내어 나 자신의 모습을 (되)뒤돌아보며 일련의 경험을 화면에 돌출시키려 한다.
에피소드Ⅰ (스마일맨의 비애) ● 사회의 첫발을 들여서 친구, 선배, 직장동료, 직장상사 등 많은 이들에게 싫든 좋든지 간에 가식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 청소년기에는 이성에게, 대학에서는 학점 때문에 직장에서는 진급과 자신의 (자리)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중적 잣대로 마주 대한다. 물론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회의 통속적인 예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완급 조절의 실패로 인한 부작용 즉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내면이 멍드는 것이다. 내 자신도 대립의 연속으로 동·서양화의 갈등, 학벌, 대인과의 스트레스 등으로 내 자신이 수축되어 졌다. 미소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무기이자본능이다. 마음에서 나오는 미소는 편안하게 해주지만 감추어진 웃음은 본인을 시들게 만든다. 예로 부터 인면수심이라는 말처럼 사람의 탈이란 감추어진 또 하나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다.
에피소드Ⅱ (표피적 갈등) ● 사춘기 시절 남자들은 포경수술을 하게 된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던 간에 남자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인 셈이다. 표피를 벗는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의 시작이고 사춘기 시절의 첫 두려움과 성취감일 것이다. 또한 성에 대한 해방의 시작으로 이성에 대한 설레임의 첫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에피소드Ⅲ (한 숨) ● 염소라 함은 정력을 연상시킨다. 현대의 남성들은 환경오염과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피폐해져 가고 절망감에 빠지는 반면 여성들은 생존에 민감하여 과거에 비해 더욱 정력적이다. 내·외적인 스트레스로 정력적인 활동을 해야 할 시기의 현대남성들을 맥 빠진 염소와 비유하였다. '그럼 난 뭐지 이 무기력함은' 현재의 내 모습은 경제적인 문제, 이성에 대한 불만족,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절망감을 느낀다. 언젠가 밝은 날이 오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뚜벅뚜벅 땅을 보며 걷는다. 에피소드Ⅳ (말보로는 센 놈의 피는 거야!) ● 한 때는 담배가 남자의 전유물로 상징되고 담배 피는 남성이 여성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현대에 들어와서 여성의 흡연 인구가 늘었지만 여자들 대부분은 순한 담배를 선호하고 남성들 역시 순한 담배로 바꾸는 추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독한 레드 말보로는 센 놈이 피운다고 해서 난 순한 담배에서 독한 담배로 바꾸었다. 말보로의 제조국인 미국, 그래서 미국이 센 나라인가? 전 세계에 수출하는 말보로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이 독한 말보로는 나를 센 놈으로 보이게 하였지만 역시 담배에 나와 있는 문구대로 "건강에 해로운 담배, 일단 흡연하게 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처럼 이 독한 말보로는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드는 독인 것 같다. 그래서 독한 말보로는 센 놈이 피는 것 같다.
에피소드Ⅴ (다크써클에 걸린 부엉이) ● 야행성인 부엉이가 다크써클에 걸린다는 것은 참 해학적으로 들린다. 야행성인 부엉이가 다크써클에 걸린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30대 후반기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나이에 정신만 남아 있고 체력은 바닥이 난 그리고 애써 나온 배를 감추고 밤에만 뇌가 활동하는 부엉이가 되어 버린 나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일족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이 시대의 부엉이 족들이여 태양 빛을 받으며 형광등과 네온 빛에서 탈피하여 엽록소를 생성하도록 하자". ● 결국 내가 선택한 소재는 남자가 체험한 일들 가운데 좋은 일들 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과 경험들이 많은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야기들이 도마에 오르고 오랫동안 남아 있어서 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이가 공감하기를 바란다. ■ 엄재홍
Vol.20090915c | 엄재홍展 / EUMJAEHONG / 嚴載弘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