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8:00pm
부산시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인근 낡은 반지하 주택 토성동1호선 1번 출구 옆 Tel. 010.2875.8266
부산 동아대학교 서구 부민동 주택가, 이곳은 동아대 부민캠퍼스 확장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우연히도 공사현장과 불과 5cm정도 사이를 두고 살아남은 주택이 눈에 띄었습니다. 30년된 낡은 반지하 주택. 한쪽 벽면 창문을 열면 공사 중인 아저씨들의 망치질과 노동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떠난곳, 빈집엔 버려진 세간살이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두개의 방, 벽지를 떼어내면 떼낼수록 드러나는 종이와 신문들, 천장을 받혀둔 나무기둥은 중앙에 선채 그나마 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살다 간곳, 어떤 추억과 사연이 깃들어 있는 듯했습니다, 저는 곧 허물어질 집,사라져갈 공간에서 그곳의 흔적과 기억을 감싸고 싶었습니다. 곧 허물어질 집, 이곳을 저의 첫번째 개인전 장소로 정했습니다. 낡은 지하공간을 전시장으로 선택하고 두달동안 그곳에서 매일 작업했습니다. 그공간에 있던것들을 그대로 배치해두고 그곳을 마치 상처를 감싸듯 종이로 감싸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시제목도 『전시장- Exhibition space』으로 정했습니다. 영수증 종이를 이용한 드로잉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낡은 방에는 하얀종이를 길게 늘어트리거나 벽들을 감싸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기억들을 재생하고 풀어주는 씻김굿과도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잊혀진 공간을 만나는 일뿐만 아니라 공간의 흔적과 기억들을 종이로 감싸고 붙이는 동안 변화된 나를 발견한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작업으로 붙여질 수 있는 작은 오브제를 종이위에 작업하던 예전작업의 확장으로 공간을 오브제로 보는 큰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드로잉을 시작으로 버려졌거나 주워온 오브제들을 붙여 작업을 하거나 그것들을 이용한 것을 만들어 팔기도 했습니다. 문득 작은 오브제를 주워 표현해내는 것에 나아가 공간을 오브제로 사용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공간을 표현해내는 것으로 흔적과 상처 기억들까지 구원하는 작업으로 연장 되었습니다.
이 전시가 끝나면 이 집은 허물어지고 카페로 탈바꿈한다고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사라져버릴 운명에 처한 흔적과 상처, 기억들을 구원하는 메신저로 나설 예정입니다. 이 전시가 끝난 뒤에도 낡은 공간들을 찾아 그곳의 흔적과 기억을 다시 리플레이하며 드로잉작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전시를 위해 사용되었던 종이를 종이죽으로 만들어서 다음 전시때마다 사용할 생각입니다. 마지막까지 증폭시키면서 지켜나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 이보람
Vol.20090912g | 이보람展 / LEEBORAM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