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경민_김정명_박발륜_설총식_구헌주,KAY2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금요일_10:00am~09:00pm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Gimhae Arts and Sports Center Yunseul art gallery 경남 김해시 내동 1131번지 Tel. +82.55.320.1261 www.gasc.or.kr
이번 야외설치조각전의 여섯 번째 이야기는 풍자(Irony)이다. 풍자란 세상살이의 부조리에 대해 기지 넘치는 혹은 조소어린 발언을 뜻한다. 당대 사회를 희화화 하여 한 시대를 주도했던 시대상과 풍습, 서민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풍자는 역사적으로 그리스의 희극 문학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연극, 미술, 만화 등 폭넓은 형태로 현대에 이어져 오고 있다. 여섯 번째 야외설치조각전에 참여하는 작가의 성향을 들여다보면 문명과 환경과 같은 거대담론에서부터 일상과 개인의 감정에 이르는 미시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통해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가늠하고 성찰하게 해준다. 이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거리(narrative)를 작품을 통해 표출하며, 명확한 의미전달을 위해 선명한 이미지, 즉 형상적(figurative) 표현기법을 선택하고 있다. 또한 보는 이의 공감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유머도 빠뜨리지 않았다.
먼저 우화의 형식을 빌은 설총식의 작품은 우둔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화란 착한 이는 상을 받고 나쁜 이는 벌을 받는다는 윤리적 교훈을 어린이에게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이야기책이다.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하는 작가는 우화가 가지는 보편성과 흡입력에 주목하였고, 이솝우화에서 그러하듯이 동물을 의인화 한 독특한 형태와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선명한 색채감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견고한 대리석 옥상에 자리 잡고 앉은 원숭이는 턱에 손을 괸 체 주변 사람의 눈총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듯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자리지키기(Making my position)」라는 작품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명예퇴직을 앞 둔 직장인의 비애가 작품에 서려있다.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양복차림의 또 다른 원숭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양쪽의 눈치를 보는 이직자를 표현하고 있다. 서류가방과 책가방을 메고 길을 나서는 곰 부자(父子)는 주어진 일만 되풀이 하는 현대인을 은유하고 있으며 하이힐 위에서 뱀과 싸우는 사자는 남성의 성적 욕망과 갈등을 상징하고 있다. 실소를 짓다가도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또한 김경남은 삶의 이야기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다수가 작가의 가족들로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 권력 앞에 펼쳐지는 꼴불견이나 부유층의 허영심을 특유의 순발력과 유머로 풍자하던 작가는 관심의 영역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누구나 느끼는 순간적인 감정들을 포착하고 있다. 출근길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Good Morning」에서는 활기찬 표정과 과장된 동작으로 삶에 대한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추억의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에서는 지난날에 대한 추억과 회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김정명은 일찍이 문명이 만들어낸 수많은 물건과 가치들로 거대한 머리 12개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머리」 작품 중 「만화, 브랜드, 십이지, 책」이라는 4개의 작품과 화려한 채색을 입힌 새로운 작품을 출품하였다. 만화같은 일이 실제 세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가상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한 요지경 속 세상을 만화 속 주인공들로 뒤덮인 머리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코카콜라와 샤넬 등 수많은 브랜드로 이루어진 머리는 욕망과 그 부속물이 되어버린 우리 자신을 풍자한다. 「사각 속의 뜬 구름」이라는 작품은 LA 만화의 한 페이지를 그림을 도려내고 말풍선의 언어들을 지워가는 과정에서 탄생되었는데 미디어의 홍수 속에 불구화 되어 가는 소통의 문제를 풍자하고 있다. 김정명의 「Big Head」시리즈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대한 덧없음을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표현한 작업들이다.
발발륜은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현대를 풍자한다. 「Planet Warm」이라는 가상의 생명체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이 가능하며,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하면서 주변의 환경에 따라 변색 위장이 가능한 벌레이다. 지구의 토양을 태초의 상태로 재생하기 위해 활동하는 행성벌레는 오늘날 오염된 환경 문제를 제기하며, 환경의 정화를 위한 우리들의 노력을 촉구한다. 은유적 비판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램은 「Do Do Project」에도 들어난다. 김해문화의전당 유리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풍선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형물은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무리를 형상화 한 것이다. 너와 내가 경쟁이 아닌 상생의 관계로 맺어져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를 이끌어주면서 화합하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구헌주, KAY2는 스프레이 락카를 이용해 즉흥적이고 속도감 있는 그림을 벽에 그리는 그래피티를 통해 동시대 문화를 풍자한 작품을 선보인다. 「울타리」라는 작품은 보호를 명분으로 둘러진 울타리가 자유를 억압하는 통제의 울타리가 되고 있음을 만화 캐릭터로 풍자한 작품이다. 그리고 일본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마징가 Z와 한국의 로보트태권V를 대비함으로써 양국간의 문화적 충돌과 교류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는 「Vs.」도 동시대 문화의 시류를 풍자한 작품이다. ● 인간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작가들과의 행복환 만남을 가지길 기대해 본다. ■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
Vol.20090908i | 아이러니 Irony-제6회야외설치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