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90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소리 소문 없이 자리한 관념과 편견의 이미지 ● 이 글을 읽기 전에 주변에 아이 방이 있다면, 한 번 가 볼 것을 권한다. 차선책으로 TV를 켜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도 좋다. 그도 아니면 아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이든지 잠깐이라도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 흔히, 우리는 산업사회가 뿜어내는 이미지 과잉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는 총천연색 빛과 이미지를 쏟아낸다. 그럼에도 방금 전 당신이 본 이미지는 다른 곳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본 이미지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분명,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장면을 목격하는 것이 합당함에도 그들은 어떤 유사점을 공유한다. 그곳에 무엇이 있었기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 쉽게 찾을 수 있는 답은 '어린이'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추가할 수 있는 질문. 어린이와 지금 본 이미지는 어떤 관계인가? 그리고 그것은 누가 왜 만든 것인가?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었는가? 아니면, 너무 당연하다고 관심조차 없지 않았던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을 종합해보면, 누군가가 제공한 이미지에 우리의 관념은 고착되어 이를 통해 편견이 쌓여 간다는 것이다.
사소한, 그래서 어쩌면 사소하지 않은 사물 ● 아무리 복잡하고 빠른 세상이라고 해도 소리 소문없이 다가와 우리 몸에 굳건하게 안착하는 것이 있다. 언제 자신에게 왔는지도 모르지만, 사회가 만들어 놓은 관념과 편견은 당연하지 않은 사실을 아무런 의심 없이 일상에서 받아들이게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진현아는 생활인으로서 사회와 마주하며 '일상'을 영위한다. 한때, '일상의 발견'은 모든 것의 근원이었다. 일상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너도나도 입버릇처럼 일상을 내뱉었다. 물론, 정치적 담론에 의해 개인적 욕망이 거세된 불완전한 모습으로 시기를 살아야 했던 사람에게 일상은 매혹 그 자체였다. 그러나 매혹이 영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매혹이 빈번이 노출되면 쉽게 '식상'으로 변모하기 마련이다. '일상'의 매혹에 빠진 사람이 여기저기서 출현했으며, 그들은 어김없이 일상을 호출했다. 일상의 반복적 호출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일상을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했다. 혹여, 일상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할 때도 일상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일상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 개념이었다. 일상의 이러한 단편적 인식은 그것을 표피적으로만 인식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삶'이 결여한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이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자신의 합리화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 진현아의 일상에서 장난감은 쉽게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러기에 여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자신 주변 사물에 주목한다. 최대한 양보하여 '쉽게 마주 할 수 있는 사물'이 작업의 필요조건일 수 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작업의 필요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진현아가 일상을 다루는 방식은 첨예하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사소한 사물이 자신 주변에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보편적으로 찾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여 다시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진현아가 일상을 대하는 방식은 개인적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그곳에서 보편적 체계를 탐구한다. ● 진현아가 발견한 것은 아이들의 장남감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색과 패턴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이러한 색과 패턴을 광적으로 열망(lovemarks)'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곳에 내재된 관념과 편견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장남감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방을 연상하게 하는「lovemarks」(2009)에는 반복되는 색과 패턴이 있다. 원, 별, 선, 기하학적 무늬가 화면 가득 중첩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몇 가지 규정된 색으로 칠해져 있다. 대량생산 체제에서 비슷한 사물이 비슷한 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은 특이점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사회가 바라보는 아이들의 기호를 표명하기 때문이다. 큰 의미에서 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그 사용 용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색과 패턴이 반복되는 것은 장난감에 사회가 강요하는 아이의 모습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현아는『lovemarks』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색과 패턴을 여타 작업에서는 개별적 파편으로 제시한다. 클로즈업 한 장난감을 화폭에 밀착시켜 평면적으로 처리한다.『lovemarks』에서 장난감이 중첩되면서 생긴 원근감은 개별 작업에서는 배제된다. 이제 그것은 장난감의 색과 패턴이 아니라 미적 태도에 집중하게 하는 색과 패턴 자체이다. 결국 그곳에는 반복되는 색과 패턴이 남아서 장난감에 내재된 사회가 강요하는 미학적 태도에 주목한다. (이런 의미에서 원 모양으로 제작한 캔버스에 작업 한「circle」(2009)는 장난감과 미학적 태도 사이 어중간한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사회에서 강요하는 이러한 미적 감각에 부정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성장이 은밀하게 내재되어 다가오는 사회적 규율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회는 우리에게 강요하고 규제한다. ■ 이대범
Vol.20090904h | 진현아展 / JINHYUNA / 秦賢兒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