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 World

김주령展 / KIMJURYOUNG / 金珠鈴 / painting   2009_0902 ▶ 2009_0908

김주령_한그림입니다_Dreaming world_장지 채색, 혼합재료_177×140cm×3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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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관훈갤러리_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82.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합리와 이성의 세계를 유영하는 유쾌한 상상 ● 작업의 근본은 상상력에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에 의해 풀이되는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것으로, 도덕이나 관습은 물론 종교나 과학까지도 초월하는 독립된 영역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상력의 산물에 대해 이성의 합리적인 분석이나 과학적인 해석을 요구한다면 그 자체가 그릇된 것이다. 그것은 이성에 의해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직관과 감성에 의해 수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작가 김주령의 작업은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유쾌한 이야기들을 한껏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는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을 오랜 취미로 삼고 있다고 했다. 작고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지니고 있는 형형색색의 자태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자연의 조화와 신비를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취미와 관심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체험하고 교감한 내용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고 있음이 여실하다. 작가는 비좁은 수족관에서 벗어나 무한히 넓은 공간 속에서 물고기들을 유영케 하고 있다. 물고기들은 뜻밖에도 일상적인 실내 공간을 헤엄치고 있다. 이렇듯 일상과 상상이 결합되어진 돌발적인 상황은 마치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케 한다. 물고기는 어쩌면 작가의 또 다른 모양일 것이며, 일상의 공간을 유영함은 작가가 꿈꾸는 이상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이는 취미를 통해 축적되어진 경험과 일상의 단상들, 그리고 작가 고유의 섬세하고 민감한 감수성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소박하고 진지한, 그러나 유쾌한 상상의 마당이라 할 것이다.

김주령_some day_장지에 채색, 혼합재료_80×70cm_2009
김주령_I & you_장지에 채색, 혼합재료_91×73cm_2009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일상의 공간은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들을 주조 색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색감은 물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이미 일정한 신비로움, 상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여실하다. 여러 가지 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는 공간은 정연하게 정돈되어 차분하지만, 돌연한 물고기 때의 출현으로 전혀 의외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물고기들은 나무에서 퍼져 나오기도 하고 문을 통하여 들어오기도 한다. 그것은 분명 평면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마치 물속을 들어다보듯 일종의 환각 같은 공간감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더해지는 수초 무더기들은 그것이 이미 현실의 공간이 아닌 상상의 세계이며, 이중적인 요소들이 서로 대비되고 충돌하면서 이루어내는 설정되어진 가상의 공간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김주령_my garden_장지에 채색, 혼합재료_158×95cm_2009

문이나 가구를 비롯한 인공물들은 모두 정연하고 엄정한 질서를 지니고 있다. 그것들은 공간을 분명하게 구획할 뿐 아니라 특정한 기능을 상징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표현을 대신하여 극히 간략한 직선들로 개괄되어 표현된 가구 등의 인공물들은 차갑고 엄숙하며 단호하기까지 하다. 이에 비하여 물고기들은 물론이거니와 수초와 같은 자연물들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완만한 원운동을 통해 경직된 실내에 은근한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이는 인공물과 자연물의 이중적 구조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개념과 상징의 충돌과 대립인 셈이다. ● 일단 작가의 작업에 있어서 직선은 인공을 상징한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표현되어진 바와 같이 가구나 건축물과 같은 구체적인 사물일수도 있겠지만, 이성으로 표현되어지는 합리적인 가치의 또 다른 양태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이 엄정하고 단호한 모양을 지니고 있음은 기성의 권위나 경직된 가치의 또 다른 모양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직선들은 오늘날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합리적인 것들과 이성적인 것, 그리고 기성적인 것들의 또 다른 상징과 은유인 셈이다. 이에 더해지는 물고기들은 아주 작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대단히 미미하여 무리를 지음으로써 비로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특정한 형태를 규정하거나 정해진 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 유영을 통해 공간을 부유하는 물고기들은 기성의 가치로 상정되어진 온갖 직선들을 넘나듦으로써 그 권위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기성의 가치들은 엄정하고 단호하여 쉽게 어그러지지 않지만, 물고기들이 자유로이 유영하며 이루어내는 부드러운 곡선에 오히려 그 고지식한 경직성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참으로 유쾌하고 도발적인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차분한 담채로 이루어내는 보랏빛 화면은 분명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것은 마치 물속의 풍경을 재현하듯 습윤하다. 이는 수용성 안료 특유의 반복과 집적을 통해 구축되어진 깊고 은근한 독특한 표현 방식이다. 그러나 작가는 표현 자체가 지니고 있는 전통성에 함몰되거나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한 소박하고 유쾌한 상상의 도구이자 수단으로 차용하고 있음이 여실하다. 만약 그러하다면 작가의 발랄하고 분방한 상상의 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용해 낼 수 있는 새로운 표현 방식의 모색 역시 가능할 것이라 여겨진다. 전통적 표현 방식의 은근하고 침착한 깊이감은 분명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작가의 상상력을 온전히 표출해 내기에는 무엇인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보다 효과적인 표현 방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작가의 작업은 오늘의 그것보다 한 차원 다른 지경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김주령_I & you_장지에 채색, 혼합재료_95×158cm_2009

한국화는 오랜 전통의 축적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존중되어 마땅할 것이지만, 그것은 묵수되고 존숭되어야 할 절대가치는 아닐 것이다. 작가의 유쾌하고 발랄한 상상은 엄숙하고 진지함으로 일관하는 전통적 권위에 젊은 작가 특유의 맑고 밝으며 산뜻한 색을 더하는 것과도 같다 할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본다면 이는 전적으로 개별적인 개성의 발휘이겠지만,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전통에 현대라는 새로운 동력을 수혈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제 자신의 경험과 감성을 통해 확보한 자유로운 공간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작업에 대한 진지함과 재기발랄한 상상력, 그리고 이를 통해 확보되어진 독특한 개성은 작가가 유영할 새로운 공간이 대단히 광활할 뿐 아니라 매우 흥미로운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현실과 이상, 허구와 사실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풍부하고 감수성 짙은 상상력은 앞으로 전개될 작가의 유영이 대단히 흥미진진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작가의 분발과 성과를 기대해 본다. ■ 김상철

Vol.20090903e | 김주령展 / KIMJURYOUNG / 金珠鈴 / painting

2025/01/01-03/30